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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빼놓지 않고 먹어야 할 음식이 바로 분짜다. 새콤한 느억맘소스에 고기를 곁들어 먹는 이 요리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사랑할 만한 음식이다.
▲ 하노이를 대표하는 분짜닥킴 하노이에서 빼놓지 않고 먹어야 할 음식이 바로 분짜다. 새콤한 느억맘소스에 고기를 곁들어 먹는 이 요리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사랑할 만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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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베트남 식민 시기의 세종로라 할 수 있는 짱띠엔거리를 따라 동쪽으로 걷다 보면 그 시기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한다. 공연 예술을 하던 공간으로 프랑스에서 건너온 고관, 사업가, 군인들이 여가 문화를 즐겼던 장소다.

그들은 파리에서의 생활을 그대로 베트남에 이식해 제국주의가 천년만년 지속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일본에 의해 쫓겨났지만 2차 대전 이후 다시 들어와 지배를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끝내 프랑스는 베트민(북베트남)에 의해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항복하고 그들은 초라한 행색으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수시로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고, 공연이 없는 경우에는 건물 뒤편의 하이랜드 커피에서 그 시절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식민지 시기 건축물이 잘 보존된 베트남
 
짱띠엔플라자와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한 프랑스는 이 구역에 그들이 본국에서의 생활을 그대로 누리기 위해 프랑스양식의 건물을 집중적으로 세우게 되었다.
▲ 짱띠엔 거리의 풍경 짱띠엔플라자와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한 프랑스는 이 구역에 그들이 본국에서의 생활을 그대로 누리기 위해 프랑스양식의 건물을 집중적으로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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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우리 못지않게 역사의 부침이 꽤 잦았다곤 하지만 식민시기의 건축물이 생각보다 보존이 잘 되어 있고, 대부분 제 기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제국주의 세력들을 스스로 쫓아낸 승자의 여유인 것인가? 오페라하우스 주위로 그때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 고급 호텔이 많다.

오페라하우스를 감싸고 있는 힐튼 하노이 오페라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베트남 최고의 호텔로 선정되었고, 1901년 문을 연 120년 역사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이 구역은 여전히 외교, 사교의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다.     
 
베트남에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배달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우리의 배달의 민족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 베트남에 진출한 배달의 민족 베트남에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배달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우리의 배달의 민족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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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곳을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하노이는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퍼(pho)와 분짜의 본고장이라 길거리 어디서든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근 3년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는 베트남의 외식환경을 뒤엎어 놓았다. 음식점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동남아의 '우버'라 불리는 그랩이 그중 선두주자고, '고푸드'와 우리의 '배달의 민족'도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따라오고 있다. 웬만한 맛집도 배달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좁고 더운 식당에서 먹을 필요 없이 숙소에서 배달만 기다리면 되는 세상이 베트남에도 온 것이다.
 
하노이의 쌀국수는 다른 지방의 쌀국수에 비해 맑고 담백하다. 베트남식 꽈베기인 꾸이에 함께 곁들어 먹기도 한다.
▲ 하노이 쌀국수  하노이의 쌀국수는 다른 지방의 쌀국수에 비해 맑고 담백하다. 베트남식 꽈베기인 꾸이에 함께 곁들어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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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은 아침부터 '쌀국수'를 찾는다

하노이에 첫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이 단연코 '퍼'라고 생각한다. 흔히 베트남 쌀국수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퍼'는 기본적으로 소고기 육수를 우려서 만들어낸 퍼보(소고기 쌀국수) '퍼' 뒤에 들어가는 재료마다 명칭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닭고기 가(ga)가 들어가면 퍼가가 되는 것이고, 채소를 뜻하는 차이(chay)가 들어가면 야채 쌀국수가 되는 것이다. 이 퍼의 유래는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원래 하노이 남쪽 쌀이 유명한 고장 남딘에서 노동자들이 고깃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 시초가 되었고, 프랑스의 포토푀라는 스튜가 현지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프랑스의 스튜 포토푀는 고기를 조려서 만들어먹는 요리고, 그 과정에서 남는 육수는 하노이의 업자들이 수거해서 거기에 면을 넣어 만들어 먹은 게 오늘날의 퍼라고 전해진다. 퍼 국물을 우려낼 때 구운 양파와 생강 등을 넣는 방법도 프랑스 요리의 기법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퍼는 베트남 전쟁을 거쳐 미국에 이민 온 베트남 사람들에 의해서 점차 세계적인 요리로 발전해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노이에서 우리가 먹는 퍼를 기대한다면 생각과 다른 맛이 날 수도 있다. 하노이의 퍼는 대체적으로 다른 나라, 지역의 쌀국수보다 담백하면서 면의 식감이 흐물거리는 듯하다. 물론 퍼를 파는 가게마다 특성이 전부 다르고 동네마다 비법이 전부 다르다 하니 이곳저곳 가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퍼는 우리가 면을 점심에 주로 먹는데 반해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이나 새벽에 주로 즐기는 음식이다. 새벽부터 일찍 일에 나서는 베트남 서민들을 위해 대부분의 퍼가게는 새벽 5, 6시부터 문을 활짝 연다. 관광객용이 아닌 퍼 식당은 10시가 넘어가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고, 육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탁해진다. 

한 번쯤 일찍 서둘러서 그들과 어울려 신선한 퍼 육수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퍼와 함께 하노이를 대표하는 음식은 바로 분짜다. 우리가 고기에 냉면을 곁들여 먹는 것을 즐기기에 얇은 면인 분을 숯불고기에 곁들어 새큼한 소스를 찍어 야채와 함께 먹는 요리인 분짜는 익숙하면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다.
 
하노이의 지역음식 중 쫀득한 라이스페이퍼를 싸먹는 퍼꾸온찐탕과 튀긴 라이스페이퍼에 소스를 끼얹어 먹는 퍼찌엔퐁은 이 지역의 별미다.
▲ 퍼꾸온과 퍼찌엔퐁 하노이의 지역음식 중 쫀득한 라이스페이퍼를 싸먹는 퍼꾸온찐탕과 튀긴 라이스페이퍼에 소스를 끼얹어 먹는 퍼찌엔퐁은 이 지역의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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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많은 퍼와 분짜 식당은 이곳을 방문했던 유명인들을 마케팅하여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끌게 하고 있다. 오바마 분짜, 문재인, 백종원 쌀국수 이런 식으로 타이틀을 붙이니 유명인이 방문했던 식당에서 저마다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퍼, 분짜 말고도 하노이에는 다양한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산모가 보양식으로 먹는 가물치를 튀겨 채소와 곁들어 국수와 함께 먹는 짜까(cha ca)도 별미로 한 번쯤 먹을 만하다. 

하지만 필자가 감히 추천하는 하노이의 명물이 있다. 우리가 흔히 라이스페이퍼라 하는 바인짱이 싸 먹는 베트남 음식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좀 더 쫀쫀한 식감의 퍼 꾸온을 이용해 먹는 퍼꾸온찐탕의 음식점이 쭉박호 주변에 모여 있다.

퍼꾸온찐탕도 맛있지만 그와 곁들여 먹는 퍼찌엔퐁은 다른 하노이 음식과 비교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고급 중화요리를 먹는 기분도 들었다. 튀긴 라이스페이퍼를 사각형으로 모양을 내어 야채와 함께 볶은 소스를 끼얹어 먹는 음식인데 아마도 한국에 소개된다면 분명 인기를 끌거라 확신한다. 이처럼 베트남의 도시마다 존재하는 다양한 음식을 두루 맛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경기별곡 2편)가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연, 기고 협업문의 ugzm@naver.com


태그:#베트남, #하노이, #운민, #경기별곡,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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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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