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하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카메룬과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기자회견 하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카메룬과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벤투호'가 9월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카메룬전)을 통해 최종엔트리의 윤곽을 드러냈다. 벤투호는 11월에 출정식을 겸하여 월드컵에 나설 26인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대표팀을 이끌어오며 자신의 축구철학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고, 한번 결심하면 쉽게 변화를 주지 않는 스타일임을 보여줬다. 벤투 감독의 성향을 고려할 때 월드컵 최종엔트리 역시 그동안 대표팀에 꾸준히 중용되어온 선수들 위주로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벤투 감독 역시 이번 9월 A매치에 참가한 선수들 중 다수가 최종엔트리에 승선하게 될 것이라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일단 벤투호에서 부동의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유럽파는 사실상 부상같은 변수를 제외하고 최종엔트리 승선이 99.99% 확정적이다.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김민재(나폴리), 황희찬(울버햄턴) 황의조-황인범(이상 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등은 월드컵에서 '베스트11'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파가 아닌 선수 중에서는 벤투호 3선의 핵심인 정우영(알 사드)을 비롯하여 수비수 김영권(울산)-김진수(전북), 공격수 조규성(전북)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조현우(울산) 등이 최종엔트리 승선이 확실한 멤버들로 분류된다.
 
'2강' 체제와 변수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공격진은 일단 황의조-조규성 '2강' 체제가 확고하다. 벤투 감독은 이 두 선수를 제외한 다른 스트라이커 자원을 발탁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벤투호 경험이 있는 지동원-이정협-김신욱 등은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않은 지 대부분 1년이 넘었고, 주민규(제주)-이승우(수원FC)처럼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벤투 감독의 축구스타일과 맞지 않는 선수들은 줄곧 외면받았다.
 
문제는 부동의 주전 원톱 후보인 황의조가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 여름 이적문제 등으로 인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황의조는 9월 A매치에서도 부진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번 놓치며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카메룬전에서는 교체투입 되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부상으로 재교체 당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조규성은 벤투호에서 꾸준히 성장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국제 경험이 부족하다.
 
황의조-조규성 카드가 어려워졌을 때 벤투호의 대안 1순위는 역시 손흥민의 스트라이커 기용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6월부터 손흥민의 최전방 활용을 꾸준히 테스트해왔다. 손흥민의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종종 원톱 혹은 투톱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도 소화한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 소속팀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골가뭄에서 탈출한 손흥민은 9월 2연전에서도 모두 골맛을 보며 벤투호의 심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2선은 대표팀에서도 가용자원이 가장 풍부한 자리다. 손흥민-이재성-황희찬으로 이어지는 유럽파 삼각편대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국내파 중에서는 지역예선부터 꾸준히 벤투의 신뢰를 얻었던 권창훈(김천)과 나상호(FC서울), 최근 1년간 A매치에서 급부상한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역시 최종엔트리 승선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다만 권창훈과 나상호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6월 남미 4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9월 A매치에서는 아쉽게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던 엄원상(울산)도 아직 최종엔트리 승선에 희망이 있다. 기존 선수들 중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가 발생할 경우, 송민규(전북), 조영욱(서울) 등이 최우선 대체 카드가 될 수 있다.
 
반면 미디어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강인(마요르카)은 오랜만에 벤투호의 부름을 받았지만 출전기회는 잡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유럽파 이동준(헤르타 베를린)과 이동경(한자 로스토크), 9월 A매치에서 깜짝 발탁되었지만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K리그 영건 양현준(강원) 역시 사실상 월드컵행이 어려워보인다.
 
3선은 현재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의 보강이 시급한 포지션으로 꼽혔다. 그동안 정우영과 황인범이 주전 두 자리를 확보하고 백승호(전북)가 간간이 백업으로 활용되었다면, 9월 2연전에서 가세한 손준호(산둥)의 합류로 옵션이 좀더 늘어났다. 벤투호는 그동안 4-1-4-1 혹은 4-1-3-2 포메이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만 두는 '원볼란치' 전술을 고수해왔으나 상대와 상황에 따라 정우영-손준호를 동시에 기용하는 투 볼란치 카드도 쓸수 있게 됐다.
 
포백 수비진은 센터백 김민재-김영권, 왼쪽 풀백에 김진수-홍철(대구)까지는 안정권이다. '제3의 센터백' 후보로는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유력하다. 권경원은 동아시안컵에 이어 9월 A매치에도 변함없이 차출되었으며, 코스타리카전에서는 교체, 카메룬전에서는 김민재의 파트너로 선발 출전하여 무실점을 이끌면서 백업에서 아예 김영권의 대체자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은 4번째 센터백 후보로서 최근 벤투호 승선 빈도에 있어서는 경쟁자인 정승현과 박지수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오른쪽 풀백은 최종엔트리 발표가 임박한 지금까지도 누가 월드컵에 나설지 예측하기 힘든 벤투호의 최대 고민거리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고 지역예선까지도 주중용되던 이용(수원FC)이 올해 들어 급격한 노쇠화로 대표팀에서 멀어지면서, 김태환(울산)-김문환(전북)-윤종규(서울) 등이 경합하고 있지만 확실한 주전감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라이트백 자원 중에서 벤투호가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승선했고, 카메룬전에서도 선발출전하여 무실점을 이끈 김문환이 최소한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김태환과 윤종규는 현재로서 장단점이 워낙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공격능력과 멀티포지션 소화능력에서 앞선 윤종규가 활용도가 조금 더 높다는 평가다. 만일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벤투 감독이 이용의 복귀를 검토하거나 포지션 파괴같은 깜짝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골키퍼는 스트라이커진과 함께 가장 예상이 쉬운 자리다. 김승규-조현우의 2강 체제가 확고한 가운데 세 번째 골키퍼는 송범근(전북)이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주전 수문장으로는 선방보다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상 김승규가 앞서가고 있다.
 
벤투호에 가장 필요한 건 '조커'
 
벤투 감독, 월드컵 본선에 대한 고민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 후반 한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 벤투 감독, 월드컵 본선에 대한 고민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 후반 한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베스트11 벤투호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최전방에 황의조, 2선에서 손흥민-이재성-황인범-황희찬, 3선에 정우영, 포백은 김진수-김영권-김민재-김문환, 골키퍼는 김승규가 현재까지 벤투호의 '플랜A'에 가장 근접한 라인업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손흥민이 최전방에 배치되어 제로톱 혹은 투톱 전술을 가동하거나, 수비안정을 위하여 손준호를 기용하는 투볼란치 전술을 시도한다면 라인업은 바뀔수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벤투호를 오랫동안 지켜본 축구팬들 대다수도 이미 최종엔트리와 베스트11을 예상 가능할 만큼 전력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있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로 꼽히는 상대팀들을 만나는 월드컵에서 정공법으로만 승부하기는 어렵다.

또한 지난 남미 4연전과 동아시안컵 한일전 등에서 벤투호 특유의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가 수준높은 '전방압박'을 구사하는 상대팀을 만났을 때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약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만큼 플랜B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보유하지 못한 벤투호가 월드컵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되는 이유다.
 
이번 월드컵 엔트리가 기존의 23인에서 26인으로 확대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 만큼 벤투호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벤투호에 가장 필요한 것은 플랜A가 준비한 대로 먹히지 않을 때 경기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조커'의 존재다.
 
이미 벤투호 승선이 유력한 엄원상이나 조규성도 거론되지만, 많은 미디어와 축구팬들이 여전히 '이강인 카드'를 아쉬워하는 이유다. 창의적인 전진패스와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지닌 이강인은 현재 대표팀의 다른 미드필더들이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손흥민-황의조 등 대표팀 주전 공격수들에게 양질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옵션이다. 벤치에서 얼마나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패를 준비해놓느냐에 따라 월드컵의 성적이 바뀔 수도 있다.

또한 역대 대표팀에서 주전을 제외하고 백업 멤버들을 선발할 때 항상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멀티플레이어들이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존재는 가용 자원이 한정된 국제대회에서 전술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카드다. 현재 벤투호의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에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벤투 감독이 멀티포지션 활용도를 고심하게 되는 이유다.

한편으로 역대 대표팀들은 그동안 월드컵 엔트리의 1~2자리 정도는 유망주들을 발탁하여 경험을 쌓는 기회로 제공하곤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이천수-차두리 등 당시만 해도 어린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여 월드컵에서도 쏠쏠하게 써먹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허정무 감독은 김보경과 이승렬 등을 기용하여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했다. 벤투 감독 역시 확장된 최종엔트리를 활용하여 대한민국의 젊은 유망주들에게 얼마나 기회를 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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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최종엔트리 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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