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니라 '목적'으로 결합한 국제부부의 어두운 현실, 역대급 '빌런' 남편의 등장이 시청자들의 분노와 탄식을 자아냈다. 지난 10월 3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한국인 남편-우즈베키스탄 아내의 '국경도 폭언도. 선넘은 국제부부' 커플이 등장하여 고민을 털어놨다.
 
<결혼지옥> 방송 이래 최초로 국제부부가 출연했다. 남경훈-이가윤 두 부부는 결혼 정보 업체를 통하여 처음 인연을 맺었고 만난지 불과 이틀만에 속전속결로 결혼까지 합의했다고.
 
모국에서 가난한 삶을 살았다는 아내는 남편을 만나자마자 결혼을 결심한 이유로 "첫 인상에 반해서 결혼했다. 한국으로 와서 저의 삶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 결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남편은 "첫 눈에 반한건 아니고 참하게 생겨서 선택했다. 나이가 되어서 결혼은 해야된다고 생각해서 국제결혼을 한 것"이라고 온도차를 드러냈다. 시작부터 서로 목적과 지향점이 달랐던 국제부부의 선택은 불행한 결혼생활의 출발점이 되고 말았다.
 
고민을 먼저 의뢰한 것은 아내였다. 그녀는 남편의 상습적인 무시와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충격을 줬다. 현재 무직 상태인 남편은 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가족들 중 가장 늦게 일어났고 아내는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까지 챙겨야했다.
 
남편은 눈을 뜨자마자 아내를 타박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왜 XX인데 아까도 XX이고 지금도 XXX이고. 적당히 하고 꺼지라" 등 쉴틈 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대화를 시도하는 아내에게 갑자기 화를 내며 욕설을 쏟아내거나 손가락 욕을 날리며 비아냥대는가 하면, 아이들에게도 소리치고 겁주고 때리는 모습을 보여줘서 집안을 공포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지켜보던 오은영과 패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내는 "남편이 화났을 때 있는 욕을 다 쏟아붓는다. XXXX아, XXX아, 이런 식으로"라고 폭로했다. 왜 아내에게 그렇게 욕을 하냐는 질문에 남편은 "친구 같이 대하다 보니 거르지 않고 나오는 것 같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아내는 심지어 남편이 "내가 널 사왔어"라는 망언을 내뱉은 일도 있다고 폭로했다.

게임 중독에 빠진 남편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 MBC

 
또한 남편은 게임중독에 빠져있었다. 남편은 눈을 뜨자마자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외출을 할때도 컴퓨터를 가지고 다닌다고. 남편은 최근 2년째 무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였고, 아내가 외국인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아내는 매달 남편에게 생활비 100만 원을 보내준다며 "직장을 구한다고는 하는데 노력하는 것 같지 않다"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부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오은영은 "내가 봤을 땐 남편이 아내를 좋아한다"며 의외의 해석을 내놓았다. 오은영이 "솔직히 아내를 사랑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질문하자, 남편은 머뭇거리다가 "반반이다. 엄청 사랑하진 않는다. 반은 좋아하고 반은 사랑한다"고 답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바로 답했다.
 
알고보니 부부의 갈등은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오면서 시작됐다.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남편의 수입으로 가정생활이 충분히 가능했고 저축도 했지만,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남편은 한국에 있기 싫어서 아내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아내는 정작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고, 언어가 서툰 남편을 대신하여 각종 업무까지 도맡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다. 부부는 견디다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만일 한국에 안 돌아왔으면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적지않은 나이 때문에 아르바이트조차도 쉽지 않았다. 남편은 "남자로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런데 아닌 척 해야 한다"고 비로소 속내를 밝히며 "내 화가 풀려야 하니 그런 부분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면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오은영은 남편에 대해 "진심을 아내에게 이상하게 표현한다"라고 분석하며, 문제의 본질이 게임중독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우울증'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남편은 현재 우울한 상태다. 우울증에 걸리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매사 재미있는 게 없어진다. 감정을 건드리는 외부 자극에 과민해진다"는 것.
 
한편으로 오은영은 남편이 상실감에 처했을 때 현실을 도피하는 성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남편은 정서발달이 미숙하여 불편한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오래 만나던 한국인 연인과 헤어진 후 젊은 나이에 돌연 국제결혼을 선택한 것도, 회사 부도로 생활비를 못 벌 때 아내를 따라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려고 했던 것도, 무직 생활이 길어지면서 게임에 빠져든 것도, 모두 이러한 남편의 회피적인 성향과 관련되어있다는 것. 오은영은 남편에 대하여 "전문적인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이러한 남편의 변화를 위한 조언으로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할 것"을 조언했다. 남편은 일단 불편한 감정이 들면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진심과는 정반대로 '삐딱하게' 말하는 습성이 있었다. 오은영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속마음을 얼굴 보고 말하기 힘들다면 하루에 하나씩 영상으로 찍어 보내서라도 노력해볼 것"을 당부했다.
 
오은영의 조언을 받아들인 남편은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손가락 하트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솔루션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모처럼 욕설없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부부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문화 가정의 불안한 지표들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 MBC

 
2020년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정은 대한민국의 전체 결혼 건수 대비 7.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무려 10%에 육박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점점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사랑의 힘으로 국경을 뛰어넘은 커플도 있는 반면, 경제적 문제나 결혼에 대하여 고민하던 이들이 일종의 차선책으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전혀 다른 언어, 문화, 환경에 살아왔던 남녀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나 교감을 나누기도 전에, 마치 이해관계에 따른 '거래'처럼 성급하게 결정한 결혼은 부부관계나 육아, 경제 문제 등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쉽다.
 
오은영은 "국제결혼은 관계의 시작 자체가 불평등하게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의 지속 기간이 8.3년"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결혼지옥>에 등장한 '선넘은 부부'의 이야기는 남편의 반성과 부부의 새 출발 가능성을 보여주며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불편한 여운도 남겼다.

각자의 이상향을 꿈꾸며 선택했던 국제결혼의 냉혹한 현실과 함께, 가정폭력과 차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쉬운 이주여성들의 모습은, 다문화 가정 시대의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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