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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사 나운규를 기리는 <아리랑>(1957)
 춘사 나운규를 기리는 <아리랑>(1957)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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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지구적 복합위기 아래 남북ㆍ정치ㆍ지역ㆍ성별ㆍ노사ㆍ빈부ㆍ세대간의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양상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고 이를 주도할 지도그룹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역량으로 귀책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민초들의 집단지성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 이 땅의 민초들은 대단히 높은 식견과 경험칙을 공유하고 있다. 또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어떠한 고난과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겨레의 얼과 혼, 정체성을 지켜왔다. 아리랑도 그 고갱이의 하나라 할 것이다.

아리랑은 모진 세월, 왜풍과 양풍에도 도태되기는 커녕 원형은 지키면서 변이ㆍ개사곡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데 아리랑 만한 '화합주'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민족이면 누구나 공감하여 쉽게 부를 수 있고, 가사를 개사해서 생일날 'Happy birth day to you' 대신으로 가족이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통일한국의 국가로 지정하자는 운동도 제기되었다. 작사자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행적이 드러나고, 애국가 가사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이 운동은 활기를 띠고 있다. 애국가를 대체할 경우 아리랑과 김민기 작사ㆍ작곡의 <아침이슬>, 김민기 작사, 송창식 작곡의 <내 나라 내 겨레>, 김민기 작사ㆍ작곡의 <상록수>, 한돌 작사ㆍ작곡의 <터>, 안석주 작사ㆍ안병원 작곡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문승현 작사ㆍ작곡의 <그날이 오면>, 문승현 작사ㆍ작곡의 <이 산하에> 등이 제기된다. 
 
문화운동가이자 판소리 명창인 임진택 씨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창작판소리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행위를 지적하며 반애국자의 곡이 더 이상 애국가로 불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화운동가이자 판소리 명창인 임진택 씨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창작판소리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행위를 지적하며 반애국자의 곡이 더 이상 애국가로 불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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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운동가이자 명창인 임진택 씨의 주장을 들어본다. 

지금 당장 손색없는 현대의 애국가로서 빠지지 않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리랑' 노래는 나운규가 감독 주연한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을 말한다. 실제로 이 '나운규 아리랑'은 해외 동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고,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로 벌써부터 '애국가' 기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안창호 선생의 노랫말은 살리고, 안익태 곡조는 버리자"라고 하는 애국가 개체(改替)의 방향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아리랑 애국가'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아리랑' 그 자체를 애국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안창호 작사의 노랫말을 아리랑 곡조로 부르는 방안을 말한다. 다행히 현행 애국가의 전개구조와 아리랑의 전개구조가 A→B→C→B로 동일하므로 그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주석 4)

최서면 전국아리랑보존연합회 초대 회장(도쿄 한국연구원원장)은 생전에 "아리랑은 '한(恨)'의 노래 아닌 민족행진곡"이며 "통일조국의 국가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가 아니다. 민족 저변에 깔려 있는 정서의 가락이며 민족동질성의 구체적 표현이다.(…) 40여 년간 민족의 가슴을 산산히 찢어놓았던 이데올로기라는 괴물도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주는 아리랑의 맥을 끊지는 못했다. 이 민족의 노래를 집중 연구, 장차 통일이 되면 국가가 될 아리랑의 의미를 밝혀내겠다.(…) 모임이 끝나고 헤어질 때 어김없이 부르는 곡이 아리랑이었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동포3세까지도 아리랑은 교감의 언어이다. (주석 5)

'겨레의 노래' 아리랑은 겨레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기쁠 때 슬플 때,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부르면서 선진한국의 동심원을 그려보면 어떨까.

글을 마무리하면서 아리랑 관련 무용ㆍ연극ㆍTVㆍ라디오 분야를 모두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순전히 필자의 역량의 한계때문이다. 특히 박민일ㆍ김연갑 두 분의 노작에서 많은 도움이 있었음을 밝히면서 감사드린다. 

나운규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를 덧붙인다. 

나운규의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1.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나네.

 2.청천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살이 말도 많다.

 3.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온다네
   이 강산 삼천리에 풍년이 온다네.

 4.산천초목은 젊어만 가고
   인간의 청춘은 늙어만 가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주석 6)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석
4> 임진택,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 298~299쪽,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
5> <경향신문>, <초대석>, 1989년 8월 11일.
6> 노계원, <아리랑>, 309~310쪽, 민예사, 1988.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겨레의노래, #겨레의노래_아리랑,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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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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