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다시 코미디물로 귀환했다. 천지훈 변호사(남궁민 분)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로 8회 '1막'까지 이어졌다면 22일 '2막'의 시작에선 중고차 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천변호사와 백마리 시보(김지은 분), 그리고 검찰의 유쾌한 합동 작전이 시청자들에게 쉴 틈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앞선 1막에서 소개된 검은 음모의 그림자 역시 다시 등장했다.

​이날의 주된 내용은 '중고차 사기'였다. 꾸준히 넣어둔 곗돈을 받게 된 사무장(박진우 분)은 낡은 자신의 세탁소 트럭을 바꾸고자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하고 구입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판매원(현봉식 분)은 좋은 물건이 있다며 전혀 다른 차량을 추천하고 감언이설에 넘어간 사무장은 결국 그 차를 구매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차는 겉만 번지르르한 문제 차량이었고 결국 구입 첫날 고장이 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중고차 사기 수법에 넘어간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천 변호사와 백 시보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선 매 장면마다 코믹한 내용들로 꾸미면서 지난주 방영된 정치 스릴러, 비극적 이야기 구성을 다시 한번 뒤집어 놓는다. 

중고차 사기 업체에 위장 취업한 천 변호사 + 백 시보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우여곡절 끝에 사기 판매원들을 붙잡은 천 변호사는 "내가 용서해주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나도 딜러 시켜줘요. 나도 돈 벌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백 시보와 사무장을 놀라게 만든다. 돈만 돌려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백 시보의 언급에 천 변호사는 "다른 사람들 돈도 다 환불 받아야죠"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이에 사촌 남매라고 속이고 두 사람은 차량 사기 업체에 취업해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검찰 역시 이 조직을 꾸준히 내사하고 있었고 나예진 검사(공민정 분)는 회사에 정보원을 넣는 구상을 업무 회를 통해 상부에 보고하기에 이른다. 천 변호사와 백 시보가 들어간 곳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각 지역 별로 이런 회사들이 여럿 존재했고 맨 윗선에 자금을 상납하는 구조가 짜여져 있던 것이었다.

​때마침 중고 스포츠카를 보러온 옛 동료 서민혁 검사(최대훈 분)를 상대로 1억 원 현금에 차량을 판매한 천 변호사는 그 돈을 곧바로 회사 대표에게 전달해 그의 신임을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 검사와 천 변호사가 꾸민 작전이었고 거액 현금 속에 장착된 위치 추적기로 사기 조직 모임 장소를 알아낸 검찰은 그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유머 넘치는 대사... 김지은의 재발견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이번 <천원짜리 변호사> 9회는 처음과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의 범죄 코미디물로 꾸며졌다. 그동안  어느 작품 안에서 매회 마다 분위기를 180도 이렇게 바꿔 놓는다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이 드라마에선 그저 당연한 일처럼 손쉽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는 능구렁이 담 넘듯이 열혈 검사에서 근성으로 똘똘 뭉친 동네 변호사로 캐릭터 변신을 자유자재로 단행하는 남궁민 뿐만 아니라 김지은의 공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천 변호사의 과거를 알게 된 후 술 취한 채 벌이는 온갖 밉지 않은 행동부터 위장 취업하기로 한 중고차 사기 업체 등에서 보여준, B급 정서 가득 채운 CG까지 동반한 코믹 연기는 전작 <검은 태양>의 무거운 틀을 벗고 김지은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어게인 마이 라이프> 속 적은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툴툴 털어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유머 넘치는 대사는 극중 배우들의 활력 넘치는 연기에 보탬이 되고 있다. 사기단을 잡기 위해 천 변호사는 "백시보 그동안 많이 못 나왔잖아"라는 말과 더불어 백마리도 함께 이끌고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선다. 이에 사무장은 "나도 얼마 못 나왔는데..."라며 그들과 함께 발걸음을 맞춘다. 이는 지난주 몇 장면 밖에 등장하지 못한 배우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면서도 또 한번 시청자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었다. 

남궁민 이전 작품과의 연결고리...극의 숨겨진 재미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이밖에 과거 남궁민 출연작들의 연결고리를 드라마 중간마다 심어 넣은 시도는 극의 숨겨진 재미를 배가시킨다. 앞선 회차에서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을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다면 이번엔 배우, OST 가수, 극중 캐릭터의 문신이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과장>비자금 관리자, <스토브리그> 수석코치, <검은 태양> 국정원 국장 등으로 출연했던 김민상이 이번엔 중고차 업체 대표로 등장한다. 이 사기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카킹'은 화면에서 직접 얼굴을 드러내진 않지만 목덜미엔 검정색으로 태양 문신이 그려져 있다. 또한 극중 시끌벅적한 장면에선 <김과장> OST 'Must Be The Money'를 불렀던 딘딘의 '줄서'가 삽입되다 보니 마치 '남궁민 유니버스'를 방불케 하는 것이다.  

한편 모처럼 웃음 터지면서 배잡고 즐겁게 지켜보던 <천원짜리 변호사> 9회의 엔딩에선 다시 한번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비자금 사건과 연루된 모 금융회사 대표가 살해되는 장면 이후 정장 차려 입은 한 사나이가 천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약혼자 이주영 변호사(이청아 분)를 살해한 인물임을 직감한 천지훈은 주먹을 불끈 쥔 채 그의 얼굴을 주시했고...

살인의 진범을 추격하는 천 변호사, 법무법인 백 인물들의 수상한 대화, 용의자의 몽타주 등장, 도박장을 방문하는 변호사 사무실 3인방을 담은 예고편과 더불어 <천원짜리 변호사> 속 악의 실체는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이제 남은 회차는 단 3회분 뿐이다. 그 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천원짜리 변호사>를 만나는 시간도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천원짜리변호사 남궁민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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