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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은 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적은 등불을 투본강에 싣고 떠내려보내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 호이안의 야경 호이안은 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적은 등불을 투본강에 싣고 떠내려보내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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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베트남은 중국, 몽골,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외세의 침략을 숱하게 받아왔다. 그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베트남 사람들은 애국심이 깊고, 자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중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 '호이안'은 중국, 일본에서 내려온 상선이 말라카 해협을 거쳐 내려가는 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지점으로 한때 최고 번영을 누리던 곳이었다.

많은 상선들이 호이안의 투본강에 내려 물품들을 서로 교환하고, 화교들은 이 도시에 정착하면서 고향사람끼리 뭉쳐 회관을 세웠다. 갈수록 상선의 크기가 대형화되고, 18세기 떠이선운동에 의한 여파로 도시는 점점 쇠퇴를 막지 못했다.     
 
호이안의 랜드마크이자 2만동 지폐에도 나오는 내원교는 일본인과 중국인이 살던 마을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이기도 했다.
▲ 호이안의 상징 내원교 호이안의 랜드마크이자 2만동 지폐에도 나오는 내원교는 일본인과 중국인이 살던 마을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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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프랑스가 이곳을 식민 지배하면서 인근의 다낭항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호이안은 한적한 마을이 되면서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남게 되었다. 일본과 중국, 베트남의 건축양식이 두루 섞여 있고, 강을 따라 이어지는 고요한 산책로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알려져 많은 배낭여행객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의 말라카와 함께 이곳의 올드타운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와 모습이 엿보인다. 베트남의 다낭이 한국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휴양도 즐기면서 호이안처럼 아름다운 소도시도 덤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에는 랜턴이 도시 전체를 수놓고 강에 소원을 비는 등불이 켜지면 환상의 나라에 온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이안의 길거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구시가에는 세계각국에서 오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 아름다운 호이안 길거리 호이안의 길거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구시가에는 세계각국에서 오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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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올드타운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렇기에 택시를 타고 호이안으로 들어오면 구시가지로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중앙광장에 내려준다. 올드타운 내부에는 큰 차들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호이안 올드타운 자체의 입장료는 없지만 고가와 사당, 회관, 박물관 등 주요 시설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통합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다만 이 입장권으로는 각각의 명소들이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고, 5곳만 방문이 가능하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호이안을 대표하는 요리 까오러우는 일본의 우동과 중국, 베트남의 요소가 합쳐진 독특한 음식이다.
▲ 호이안의 명물 까오러우 호이안을 대표하는 요리 까오러우는 일본의 우동과 중국, 베트남의 요소가 합쳐진 독특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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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회관과 사당, 고가들은 웬만하면 비슷한 구조라 모든 곳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곳들이 몇 군데 있다. 광장을 지나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호이안의 첫인상은 누구든지 감동을 절로 자아내게 만든다.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에 지붕을 얹은 노란빛의 건축물이 햇빛의 반사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파스텔톤으로, 한낮에는 진한 색감으로, 늦은 오후에는 석양이 투영된 붉은색으로 보이는 호이안의 가옥들도 볼 만하다. 보통 호이안을 찾는 사람들은 해가 지는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몰려있기 때문에 고요한 새벽에 이곳을 찾는다면 호이안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상인들이 모여살았던 호이안은 고향사람들끼리 모여 회관을 세웠다. 회관은 그들의 소망을 빌던 사당이자 커뮤니티였다.
▲ 호이안의 회관 중국상인들이 모여살았던 호이안은 고향사람들끼리 모여 회관을 세웠다. 회관은 그들의 소망을 빌던 사당이자 커뮤니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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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도로가 끝나갈 무렵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 사진을 찍는 광경을 목도할 것이다. 이곳이 호이안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내원교라 불리는 목조 다리다.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 상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다리 위에 기둥과 화려한 지붕을 얹어 일본풍이 가미가 되었다.

참고로 이 다리를 경계로 오른쪽은 중국 상인이 왼편은 일본 상인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에도막부 시절 쇄국정책이 심화되면서 17세기를 기점으로 일본 상인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상인이 있던 구역도 화교들의 차지가 되었다.

내원교 내부에는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 모셔진 작은 도교사원이 들어와 있다. 내원교를 건너면 동네 분위기가 한껏 한적해지니 붐비는 곳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이곳을 거닐어도 좋다.     

화교들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험난한 외지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차이나타운마다 회관을 세우고 관우 사당과 마조신을 모셨다. 호이안 역시 관우 사당이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관우는 충의를 상징하지만 또한 재력의 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호이안은 복건, 광동, 하이난, 조주 등 각 지방에서 모인 화교끼리 친목 도모를 위해 지역별로 회관을 건설했는데 각 지방 출신의 화교들끼리 이곳에 모여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고 조상의 공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호이안에서 가장 중국 색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회관이라 할 수 있는데 건물뿐만 아니라 조경까지 중국 전통기법에 따라 건축했다. 각 회관은 기본적으로 패방과 출입문, 안마당, 정원, 본당, 사당을 갖춘 구조고, 비슷해 보이지만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푸젠(복건) 회관을 방문하길 추천드린다.

안전한 항해를 관할하는 바다의 여신 천후신을 모시고 있고, 실물을 20분의 1로 축소한 중국 선박이 인상적이다. 호이안의 고가옥들은 베트남, 중국, 일본 양식이 혼재되어 있는데 그중 떤끼고가는 각 나라의 가옥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건물로 평가받는다.

격자모양으로 지붕을 받친 모습은 베트남 양식이지만 육각형 천장, 대들보는 일본 건축양식이다. 내부의 장식들은 중국식 요소가 강하다. 베트남 특유의 좁고 기다란 구조의 2층 건물로 건설 당시에는 실크, 차, 목재, 계피, 한약재 등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쓰였다.

정문과 후문이 나 있는 방향이 각기 다른데 정문은 호이안에 거주하는 상인들이 사용했고, 후문은 강에 정박한 배에 물건을 싣기 편리하도록 해 외국 상인들이 즐겨 이용했다.     

저마다 비슷한 인상이지만 호이안의 골목마다 수많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화에선 미처 다루지 못했던 호이안과 그 주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경기별곡 2편)가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연, 기고, 기타문의 ugzm@naver.com


태그:#베트남, #운민, #호이안, #경기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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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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