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호주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어느덧 5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달성한 호주가 부침을 겪었던 지난 두 번의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또다시 플레이오프 통해.. 4년 전 답습하며 간신히 본선 진출

호주 축구를 이야기 하려면 2006년 전과 후로 나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이전까지 호주는 1974년 서독 월드컵에 출전한 것 외에는 번번히 플레이오프에서 미끄러지며 오세아니아 대륙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호주가 월드컵 단골 손님이 된건 2006 독일 월드컵부터다. 네덜란드(1998), 대한민국(2002)를 이끌고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룬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속에 월드컵 역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을 이룩해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 3번의 월드컵에 모두 출전하면서 월드컵의 한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아시아 축구연맹 편입으로 축구 지변을 넓힌 호주는 자국리그의 성장까지 함께 얻게되는 효과를 본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쟁력은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마크 비두카, 해리 키웰, 마크 슈와처로 대표되는 황금세대들이 대표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호주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출전한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1무 5패를 기록해 경쟁력을 선보이지 못했고, 심지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자국에서 열린 2015 아시안 컵 우승했으나 2019 아시안 컵에선 졸전 끝에 8강에서 패하는 등 아시아 축구에서도 강호의 위용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는 월드컵 예선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남아공 월드컵을 제외한 지난 두 차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호주는 번번이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인 팀을 상대로 승점을 잃으며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때는 이로인해 플레이오프로 밀리는 위기를 맞이했고 북중미의 온두라스를 물리치고 간신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번 최종예선도 4년 전의 답습이었다. 초반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며 모처럼 순항하는듯 보였지만 일본과의 원정 4차전 (1대 2)패배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은 호주는 남은 6경기에서 1승(3무 2패)에 그쳐 결국 일본에게 2위자리를 내주면서 또다시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짓게 되었다.

그렇게 아랍 에미리트와의 경기를 승리하고 맞이한 페루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승부.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가 있었지만 승부차기까지 이끌어간 호주는 교체투입한 백업 골키퍼 앤드류 레드메인이 페루 6번째 키커 알렉스 바레라의 슛을 막어내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단판승부의 특수성, 그레엄 아놀드 감독의 신의 한 수가 보기좋게 성공하면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새로운 얼굴들 즐비한 호주, 현실적인 목표는?

호주가 최근 대표팀 경쟁력이 떨어진 데에는 팀 케이힐을 비롯해 마크 밀리건, 마일 예디낙 등 한 시대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은퇴한 데다 2015 아시안 컵 우승주역들이 부상과 폼 저하로 인해 대거 이탈하면서 세대교체가 정체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호주가 강력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유럽파들이 구축하는 중원이다. 지난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유로파 리그 우승멤버인 아이딘 흐루스티치는 측면과 중앙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가운데 정확한 패스웍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도움을 기록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출 선수는 잭슨 어바인이다. 지난 최종예선에서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출전시간(1412분)을 기록한 그는 풍부한 활동량으로 공수를 넘나드는 맹활약으로 중원 사령관 역할을 수행했다. 이밖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 허더스 필드를 거쳐 최근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애런 무이, 공격형 미드필더 톰 로기치 역시 출전 가능성이 높다.

팀 케이힐이 떠난 공격진에는 호주 A리그 4회 득점왕에 오른 제이미 맥클래런을 중심으로 한때 유럽무대에서 족적을 남긴 베테랑 매튜 레키, 스피드가 뛰어난 마틴 보일이 좌, 우 측면에 포진하는 가운데 케냐 출생으로 호주로 귀화한 아워 마빌 역시 조커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여기에 2019 K리그 1 득점왕 아담 타가트, 186cm의 장신 공격수로 제공권이 뛰어난 미첼 듀크 역시 출전을 노린다.

수비에는 지난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능성을 보인 신예 센터백 카이 로울스와 베일리 라이트를 비롯해 경험이 풍부한 트렌트 세인스버리, 밀로시 데게넥의 출전 가능성도 높다. 한 가지 관심을 끄는 부분이라면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빼어난 활약을 통해 지난 9월 A매치에 승선했던 해리슨 델브리지의 월드컵 엔트리 승선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델브리지가 월드컵에 나선다면 지난 2014년 윌킨슨(전북 현대), 2018년 매튜 저먼(수원 삼성)에 이어 세 번째로 K리그 소속 선수가 된다.

매튜 저먼은 최종엔트리에 들었지만 경기 출전 X

과거에 비해 전력이 확실히 떨어진 호주의 이번 월드컵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다. 지난 대회에도 만났던 프랑스와 덴마크는 4년 전보다 전력이 한층 더 상승한 탓에 현실적으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약체로 평가받는 튀니지가 같은 조에 배정된 것은 1승을 노리기 충분하다. 호주가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세르비아전 2대 1 승리 이후 12년 만의 일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수비진의 안정화가 필수다. 호주가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중반부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가 바로 수비불안이었다. 주전 수비수 해리 수타가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으며 수비진에 구멍이 생긴 호주는 이후 경기 막판 집중력 저하로 인한 수비실수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등 지속되는 실점으로 승점을 잃게 되었고 이는 결국 플레이오프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호주는 과거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A매치를 많이 소화하지 못해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고 호주가 과연 12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맛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주(Australia)
FIFA 랭킹: 38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6회(1974, 2006, 2010,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16강(2006)
역대 월드컵 전적: 2승 4무 10패
감독: 그레엄 아놀드(호주, 1963. 08. 03)

*호주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3일 04:00 프랑스,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11월 26일 19:00 튀니지,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12월 1일 00:00 덴마크,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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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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