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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남 김해 칠암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투쟁기금 마련 영화 상영회”
 30일 경남 김해 칠암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투쟁기금 마련 영화 상영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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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담긴 영상은 이미 알려진 상황보다 훨씬 참혹했다. 국민을 향해 쏘는 총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시위대를 향해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의 최루탄이 난사되었다. 또 군인‧경찰이 시민을 도로 바닥에서 질질 끌고 가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게에 문을 부수고 들어와 오토바이 등 물품을 마구 부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일부러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담은 영상이었다. 영화는 쿠데타와 시위, 진압, 학살 장면을 보여주었다. 바로 637일 전 미얀마(버마)에서 발생한 군부쿠데타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담은 영화 <마시지 않은 쓴 빗물>(감독 코팍)이다.

또 영화는 군인 가족의 생활과 고뇌도 담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 군대는 그야말로 평온했고, 군인들이 장난을 치면서 지냈다. 그런 속에 한 군인은 부인과 통화하면서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쿠데타가 일어난 뒤 상황은 바뀌었다.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던 것이다. 아내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서 "군인들이 국민한테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우리는 군인이라 위에서 쏘라고 명령하면 의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다.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고 하자 아내는 "시위 속에 나랑 딸이 있다면 그래도 총을 쏠 것이냐", "폭력을 선동하는 시민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오빠는 나한테 연민을 가르쳐 주지 않았느냐. 국민들한테 연민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니냐", "제대로 된 사람은 연민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먹을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에 나갔는데, 가게마다 "군인과 경찰한테는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고, 한 가게 주인은 아내가 지나가자 침을 뱉기도 했다.

딸이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는 장면도 나왔다. 아내는 "군인 딸이라고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아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영화는 '시민방위군' 활동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 등장 인물은 "자신의 결정이 곧 자신의 미래다"고 말했고, 시민들은 "우리의 봄 혁명은 이긴다"고 외쳤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기금 마련 영화 상영회" 열려

이 영화는 30일 경남 김해 칠암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투쟁기금 마련 영화 상영회"에서 상영되었다.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가 지난 15~16일 경기도 부평에 이어 두 번째로 연 것이다.

이날 김해에서는 두 차례 영화 상영이 있었는데, 자리가 비좁아 서서 감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경남, 부산, 울산에 사는 미얀미 교민이 주로 참석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주노동자들은 "영화라는 예술이지만 예술로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고국의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슬프다", "2021년 2월부터 미얀마에서 벌어진 장면 하나하나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 미얀마 출신 참가자는 "영화를 보니 봄혁명을 위해 끝까지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 열린 식전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미얀마 희생자와 이태원 압사 참사 피해자를 생각하며 묵념부터 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현장의 기록을 남겨 먼 나라 한국 땅에서 고국의 아픔에 가슴 졸이는 미얀마 교민들과, 세계의 미얀마인들, 미얀마 민주주의 승리를 기원하는 세계 시민들이 귀한 르포를 보고 진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한국 또한 민주화를 위해 많은 희생과 쓴물을 마셔야 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고통의 시간들을 보낸다는 말이다. 이 고통과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얀나잉툰 미얀마 NUG(국민통합정부) 특사는 "지금도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독재를 끝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좋은 땅과 물이 필요하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는 세계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민주화를 위해 우리가 하나가 되어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윈뻐멍잉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위원장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로, 요리하는 사람은 음식을 팔아서, 그리고 영화를 보러 온 사람도 마찬가지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나선 것"이라며 "봄혁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경남 김해 칠암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투쟁기금 마련 영화 상영회”
 30일 경남 김해 칠암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투쟁기금 마련 영화 상영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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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얀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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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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