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등 문화 콘텐츠에서 시리즈로 만들어진 창장물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을 '리부트'라고 부른다. 리부트는 원작팬들에게 신선함을 줌과 동시에 시리즈를 잘 몰랐던 세대의 팬층까지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리부트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새로운 팬층을 유입하긴커녕 원작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한다. 2014년에 개봉했던 <로보캅> 리부트가 대표적이다.

반면에 1989년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처음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던 <배트맨>은 1997년 <배트맨과 로빈>을 끝으로 시리즈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가 2005년 천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세 편 합쳐 세계적으로 24억6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였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배트맨은 작년에도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을 통해 또 한 번 리부트됐다.

할리우드에는 32년에 걸쳐 두 차례 리부트된 배트맨만큼이나 자주 리부트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시민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다.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처음 실사영화로 만들어진 <스파이더맨>은 작년에 개봉해 19억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남긴 <스파이더맨:노웨이홈>까지 19년 동안 8편의 단독무비가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비운의 리부트 시리즈로 남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있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두 편 합쳐 14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할 만큼 결코 흥행에 실패한 시리즈는 아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두 편 합쳐 14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할 만큼 결코 흥행에 실패한 시리즈는 아니다.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영화(주)

 
연기력과 스타성 겸비한 젊은 배우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앤드류 가필드는 만 3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대학까지의 일정을 모두 영국에서 마쳤다. 어린 시절 체조와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가필드는 청소년 시절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7년 톰 크루즈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로스트 라이언즈>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같은 해 영국의 TV영화 < 보이A >로 영국 아카데미 텔레비전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천일의 스캔들>과 <파르나서스 극장의 상상극장>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한 가필드가 세계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2010년에 개봉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였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의 동업자 왈도 세브린을 연기한 가필드는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그리고 가필드는 2012년 5년 만에 리부트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 역에 낙점됐다. 물론 가필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는 샘 레이미 감독의 트릴로지를 좋아하던 관객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지만 가필드는 두 편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14억6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극 중 커플연기를 펼친 엠마 스톤과는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가필드는 2015년 인디영화 <99홈스>에 출연해 호평을 받았고 2016년에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일런스>는 가필드의 열연에도 흥행에 실패했지만 같은 해 멜 깁슨 감독의 <헥소 고지>를 통해 배우 데뷔 후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작년에는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을 영화화한 넷플릭스 영화 <틱,틱... 붐!>을 통해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가필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캐스팅된 후 눈물까지 보였을 정도로 마블 코믹스와 스파이더맨의 열혈팬이지만 정작 어벤져스 멤버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드디어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을 통해 코비 맥과이어와 가필드, 톰 홀랜드로 이어지는 '피터 파커 삼총사'가 한 작품에서 뭉쳐 활약하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가필드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3> 제작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리부트 한계 있지만 재미는 확실히 보장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이 MCU 세계관에 투입된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3편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이 MCU 세계관에 투입된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3편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 소니 픽쳐스 릴리즈 브에나비스타 영화(주)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소니 픽쳐스는 당초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하고 토비 맥과이어가 출연하는 < 스파이더맨4 > 제작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샘 레이미 감독이 한동안 히어로 영화 연출을 하지 않겠다며 거절했고 토비 맥과이어도 자연스럽게 <스파이더맨>에서 하차했다. 같은 세계관에 다른 감독과 다른 제작진, 다른 배우들이 만든 리부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탄생한 계기다.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는 피터 파커가 고난을 겪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반면에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평소엔 소심하지만 수트만 입으면 수다쟁이가 되는 피터 파커의 특징을 강조했다. 특히 차량강도를 제압하는 장면에서 "너 경찰이냐?"라고 묻는 강도에게 "넌 내가 경찰로 보이냐? 쫄쫄이 입은 경찰 봤어?라며 강도를 약 올리는 장면은 샘 레이미 감독의 피터 파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스파이더맨은 다리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하는 장면에서 가면을 벗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아이를 안심시킨다. 스파이더맨이 부상 당한 몸을 이끌고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 분)가 있는 건물로 이동하려 할 때는 시민들이 중장비를 이동시켜 스파이더맨의 동선을 확보해준다. 스파이더맨이 왜 관객들에게 전지전능한 영웅이 아닌 '친절한 이웃'으로 불리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원작 시리즈의 스토리를 반복해야 한다는 리부트의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냈다. 특히 '공부만 잘하는 샌님' 피터 파커가 히어로로 각성할 때까지의 이야기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했던 < 스파이더맨1 >과 거의 흡사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의 전작이 로맨스 영화 < 500일의 썸머 >였기 때문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피터와 그웬의 로맨스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소니 픽쳐스와 마블 스튜디오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제작 당시부터 스파이더맨의 어벤져스 합류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당초 가필드의 피터 파커가 어벤져스에 합류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전됐지만 결국 새 피터 파커가 등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톰 홀랜드가 합류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마블 합류기간 동안 소니에서 스파이더맨 영화를 제작하지 않기로 하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편 제작도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남친 도와 괴물 공격하는 용감한 히로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여주인공 엠마 스톤은 2017년 <라라랜드>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여주인공 엠마 스톤은 2017년 <라라랜드>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소니 픽쳐스 릴리즈 브에나비스타 영화(주)

 
MJ. 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팝의 황제' 고 마이클 잭슨을 의미하는 말이고 스포츠 팬들에게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를 지칭하는 약자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팬들에게 MJ는 피터 파커의 여자친구 메리 제인의 약자다(물론 마블 3부작에서 MJ는 '메리 제인'이 아닌 '미셀 존스'이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의 여자 친구는 MJ가 아닌 그웬 스테이시였다(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3>에서는 그웬이 조연으로 등장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출연 전부터 < 이지A >,<헬프> 등에 출연하며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젊은 여성배우로 주목 받았던 스톤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의 여자친구 그웬을 연기했다. 다른 평행세계의 여주인공들에 비해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비교적 일찍 알게 되는 그웬은 치료제를 만들고 고전하는 스파이더맨을 도와 리자드에게 일격을 날리는 등 매우 능동적인 히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블에서 제작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는 피터 파커가 짝사랑하는 소녀 리즈의 아버지 에드리언 툼스(마이클 키튼 분)의 정체가 빌런 벌처였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그웬의 아버지 조지 스테이시는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법을 수호하는 강직한 경찰로 출연한다. 리자드에게 당한 조지는 피터에게 "내 딸을 위험하게 만들지마"라는 유언을 남기지만 안타깝게도 피터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피터의 아버지와 함께 유전자 연구를 하던 커트 코너스 박사는 피터의 도움으로 연구를 완성하고 자신에게 약물을 투여했다가 도마뱀괴물 '리자드'로 변한다. 하지만 피터와 그웬의 도움으로 치료제를 맞은 코너스 박사는 건물 옥상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피터를 구하고 감옥에 수감된다. 코너스 박사와 리자드를 연기한 리스 이판은 1999년 <노팅 힐>에서 휴 그랜트의 괴짜친구 스파이크를 연기했던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마크 웹 감독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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