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8 15:47최종 업데이트 22.11.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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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용어가 한자 병기로 되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 김슬옹


국립경주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누리집에 공개한 2022년 관람객 현황을 보면, 1월부터 10월까지 일반인 65만 713명, 청소년 31만 6645명으로 모두 96만 7358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1만 5939명이 다녀갔다. 지난 4일 금요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일반인, 초등생, 중학생 등이 관람하고 있었다.

신라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니 어쩌면 이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문에서 바라본 박물관은 그러한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원경찰관 막사가 대문 한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 있고 입구는 한자로만 되어 있다. 다행히 출구 쪽은 한글 간판이 걸려 있지만 입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자 간판만 보인다. 당연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므로 대한민국 공용문자인 한글로 적고 한자나 영어는 함께 적으면 된다.
 

일부 용어가 한자 병기로 되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안내문 ⓒ 김슬옹


내부 전시 유물이 많은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만큼 각종 안내문이나 유물 설명문이 중요하다. 설명문은 모두 "528년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한 뒤, 진흥왕과 선덕여왕은 왕경 안에 큰 절을 세워 나라의 힘을 모으려 했습니다. 진흥왕은 544년에 신라 최초의 절인 흥륜사를 10년 만에 완공했습니다"와 같이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일관되게 높임말투로 좀 더 쉽고 친근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렇지만 모든 안내문이 긴 설명문에서조차 문단 들여쓰기를 100% 하지 않아 가독성도 떨어진다. 

각종 유물 설명에서는 되도록 쉬운 순화어를 쓰기 노력해 보기 좋았으나 아직도 상당 부분은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쓰고 한자를 함께 적은 경우가 많았다. 이를 테면 <석탑 몸돌에 새겨진 사천왕>이라는 안내문에서는 <부재部材>, <佛法불법>, <보탑寶塔>, <다문천多聞天> 등 네 용어를 한자로 함께 적고 있는데 이 경우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병기는 무의미하다.

설령 한자를 안다고 하더라도 뜻을 알기는 어려워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쉬운 대체어가 없다면 <부재: 구조물의 뼈대 재료>라고 간단한 뜻풀이를 함께 적는 것이 좋다. <불법>은 <부처의 가르침>으로 풀어쓸 수 있다.
 

모두 높임말투로 되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안내문 ⓒ 김슬옹


영어 병기는 일관성을 지키지 않아 <절을 세워 나라의 힘을 모으다>(사진)의 경우처럼 영어 제목을 앞세운 경우가 많았다. 문화상품점은 다른 외국어 병기는 없고 영어로만 <MUSEUM SHOP>이라고만 써 놓아 이곳이 전통 문화상품을 파는 곳인지 의심이 들게 했다.

또한 여기저기 <MILLE SILLA>라는 영어 상징 기호를 앞세웠다. 영미권 관람객을 배려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천년 신라>를 한글로 멋지게 디자인한 후 영어 로고를 함께 적으면 좋을 것이다.

박물관의 전반적인 언어 문제에 대해 학예전시과 담당자와 직접 전화를 해봤다. 안내문 담당 책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쉬운 말로 설명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 용어 문제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문화재청의 표준 용어를 따라야 하는 문제이고 어떤 용어는 등록 보고서 용어와 학교 용어 등이 다른 경우도 있어 고치는 게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표준 문제가 아니라면 지적 내용을 알려 주면 전반적인 검토를 고쳐 수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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