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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과 맛집이 언제나 키워드 상단을 차지하는 요즘 생활에서, 모든 맛있는 것을 집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부부입니다. 양식은 캐나다인 남편이, 아시안스타일은 한국인 아내가 주도합니다. 어떨때는 고급 레스토랑처럼, 어떨때에는 길거리 음식처럼, 디저트 카페처럼, 그리고 주점처럼 다양하게 먹으며, 외식보다 행복한 집밥을 추구합니다. [기자말]
당근을 싸게 팔길래 큰 봉지로 하나를 샀다. 당근이 좀 많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 도저히 아니었다. 처음에는 갈아서 주스로 마셔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니 날것으로 먹기에는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지용성 베타카로틴이 듬뿍 들은 당근은 기름을 이용해서 익혀 먹는 것이 흡수에 훨씬 좋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캐나다 당근은 가늘고 길다
 캐나다 당근은 가늘고 길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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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조선호박으로 녹색의 수프도 맛있게 끓여먹었지만, 날이 확 추워지니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당근 수프가 더 좋겠다 싶었다.

서양식 수프는 대개 다 비슷하다. 딱히 레시피가 필요하지도 않다. 기름에다가 양파랑 마늘이랑 볶다가 원재료 넣고 볶고, 그다음에 육수 부어서 끓이면 된다. 재료가 잘 익은 다음 믹서로 갈아주면 예쁜 수프가 완성된다. 

끓이는 육수는 야채 육수를 써도 되고 고기 육수를 써도 된다. 그에 따라 맛이 바뀐다. 아무것도 없으면 물을 넣어도 무방하다. 그러고 나서 취향에 따라 마지막에 생크림을 섞거나 버터를 섞어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더 진한 고소함을 넣고 싶다면, 편법으로 견과류를 사용하면 된다. 믹서기 성능이 아주 좋은 게 아니라면 좀 부드러운 견과가 좋다. 호두는 좀 텁텁함이 있으니 캐슈나 잣이 좋고, 아몬드는 껍질 까서 납작하게 썰어 나오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그도 아니라면 그냥 아몬드가루 같은 것을 섞어줘도 된다. 다만, 견과류에는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누가 먹느냐에 따라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감칠맛을 얹고 싶다면 레몬즙을 살짝 추가한다. 그러면 뭔가 맛이 쨍 해진다. 레몬이 없으면 애플 사이다 식초를 살짝 넣어도 된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시큼해질 수 있으니 한숟가락 정도로 사용한다.

수프를 끓일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크리스마스때 끓였던 컬리플라워 리크수프
 크리스마스때 끓였던 컬리플라워 리크수프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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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의 메인 재료는 당근이나 호박뿐만 아니라,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비트, 고구마 등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각기 다른 색감이 식욕을 자극한다. 손님 초대를 할 때, 이런 수프를 하나 추가 하면 좀 더 예쁜 식탁이 될 것이다.

재료의 맛이 약간 밋밋한 것 같으면 다른 특징을 살려줄 수도 있다. 카레가루나 큐민, 정향, 코리앤더 가루 등을 사용하면 개성있는 수프가 된다. 고추장이나 핫소스를 살짝만 섞어서 약간 매콤하게 한다면 추운 날씨에 적당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납작하게 썰어서 올리브오일 두르고 오븐에 구운 당근
 납작하게 썰어서 올리브오일 두르고 오븐에 구운 당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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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좀 더 색다르게 하고자, 당근을 오븐에 구워봤다. 그렇게 하면 겉면이 캐러맬화 되면서 맛이 더 진해지기 때문이다. 대략 1cm~1.5cm 정도의 두께로 썰은 후 올리브유 섞어주고 소금뿌려서 굽는다. 익어서 젓가락이 들어갈 정도면 된다. (200도에서 30분 가량)

나머지는 똑같이 했다. 부재료를 볶아서 물 부어 끓인 후에 당근을 넣고 한 10분 정도만 더 끓여주면 된다. 물은 너무 많이 잡지 말고 모자란 듯 잡는 것이 더 안전하다. 너무 묽어지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되다 싶으면 마지막에 물을 추가해서 한번 더 끓여주면 된다. 
 
재료가 적당히 무르도록 끓인 후 믹서로 갈아준다
 재료가 적당히 무르도록 끓인 후 믹서로 갈아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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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를 갈아주는 방법은 핸드블렌더를 사용해도 좋은데, 곱고 크림 같은 질감을 원한다면 제대로 된 믹서기에 갈아주는 것이 좋다. 다만 뜨거우니 특별히 조심한다. 믹서기를 너무 꽉 채우지 말고 두 번 정도에 나눠서 갈아준다. 

이제 수프를 다시 냄비에 옮긴다. 식은 수프를 살짝 데우기 위함이다. 마지막에 맛의 마무리를 위해서, 레몬즙 1큰술 정도 넣어주고, 생크림이나 버터를 넣어준다. 수프가 충분히 묽으면 버터를 넣고, 좀 되직하다 싶으면 생크림 또는 우유를 넣어줄 수 있다.
 
살짝 되직하게 끓여졌는데, 이럴때에는 생크림을 좀 섞어주면 좋다
 살짝 되직하게 끓여졌는데, 이럴때에는 생크림을 좀 섞어주면 좋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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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전 먹고 남은 스콘이 있어서 호박 수프와 함께 서빙했다. 위에는 색을 위해서 파슬리를 뿌려주었는데, 잣을 얹어도 좋고, 쪽파를 송송 썰어서 얹어도 색은 잘 맞을 것 같다. 아니면 생크림을 조금 넣어 살짝 저어주면 흰 무늬가 예쁘게 나타난다. 

이 수프는 만들어서 냉장실에서 이삼일 정도는 끄떡 없고, 아니면 냉동해서 보관할 수도 있다. 석달 정도는 무난히 먹을 수 있다. 세일하는 야채가 있다면 만들어서 날 추운 때 곶감 빼 먹듯이 먹어도 좋을 것이다. 그 날 내키는 색상으로 골라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글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태그:#당근, #당근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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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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