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리흐 샤흐리가 만회골을 넣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리흐 샤흐리가 만회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32팀이 모두 한 번씩 저마다의 실력을 뽐내며 첫 바퀴 90분 그 이상의 시간을 뛰었다. 조별리그 1차 16경기가 모두 끝났다. 한국을 포함한 무득점 팀들이 무려 14팀이나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나머지 18팀이 41골을 뽑아냈으니 골 넣은 팀들만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팀 당 2.27골을 터뜨린 것이다. 전체 게임으로 놓고 보면 게임 당 2.56골이 나왔다. 이 골들로 이번 월드컵 초기 공격 흐름을 읽어볼 수 있을까?

① 39% '크로스' 의존도 높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바퀴 전반전 15골 분석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바퀴 전반전 15골 분석 ⓒ 심재철

 
축구 게임을 트랙을 돌아 뛰는 것에 비유하면 90분 이상 걸리는 첫 바퀴가 끝난 셈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게임 중 선수 부상 치료나 VAR 판독 시간으로 허비한 시간들을 비교적 꼼꼼하게 모아두었다가 전반전 45분 이후와 후반전 45분 이후에 각각 두 차례 추가 시간을 제대로 보태고 있다. 시간을 끌기 위해 드러누워 펼치는 꼴사나운 침대 축구를 몰아내는 처방이라고 반가워하는 팬들도 있다. 

실제로 B조 잉글랜드와 이란의 게임은 전반전에 15분의 추가 시간이, 후반전에 14분의 추가 시간이 지나간 뒤에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기 때문에 그 추가 시간들을 합치니 연장전을 뛴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바로 이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12분 28초에 메흐디 타레미(이란)의 페널티킥 골이 나왔다. 이번 월드컵 첫 번째 바퀴가 돌기까지 가장 나중에 들어간 골 기록으로 남았다.

반대로 가장 빨리 터진 골은 게임 시작 후 8분 24초에 터진 크레이그 고딘(호주)의 왼발 인사이드 슛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매튜 레키가 반 박자 빠르고 정확하게 찔러준 얼리 크로스가 일품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상대로 먼저 골을 터뜨린 순간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바로 이 골처럼 크로스에 의한 득점 확률이 가장 높게 나왔다. 41골 중에서 무려 16골이나 크로스에 의한 공격 패턴이 먹혀들었다는 것. 39%라는 압도적인 비중은 단순히 계산해 봐도 매 게임 1골씩 크로스로 골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크로스를 받아 터뜨린 골 중에서 단연 압권은 조별리그 첫 바퀴 마지막 게임이라 할 수 있는 G조 브라질과 세르비아의 만남 72분 53초에 터진 히샬리송(브라질)의 슈퍼 골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받아서 180도 돌면서 오른발 가위차기로 때려넣은 골이다. 유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첫 게임에서 나온 이 골은 두고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명장면으로 저장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② 역시 축구는 후반전부터... 63.4% 후반전 26골

크로스로 만든 골 패턴 다음으로는 페널티킥 골로 7골(17%)이 들어갔고, 스루패스에 의한 골이 바로 뒤를 이어 6골(14.6%)로 찍혔다. 아무래도 VAR 판독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전개되는 게임 양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장면들이 적발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크로스에 의한 골에 비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축구 게임을 통해 스루패스에 의한 골이 언제나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들도 여전하다.

특히 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서 만날 포르투갈의 추가골과 쐐기골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스루패스 실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들(77분 7초 주앙 펠릭스 골, 79분 22초 하파엘 레앙 골)이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벤투호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이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패스 감각을 얼마나 무디게 막아설 수 있는가 하는 곳에서 16강 진출 열쇠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바퀴 후반전에 나온 26골 기록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바퀴 후반전에 나온 26골 기록 ⓒ 심재철

 
공인구가 골 라인을 통과한 시간을 기준으로 41골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전반전에 15골(36.6%), 후반전에 26골(63.4%)이 각각 들어가 역시 축구는 후반전에 더 뜨거운 함성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 골들을 15분 단위로 묶어서 배열하면 전반전 초반부 15분까지 3골, 전반전 중반부도 3골에 비해 전반전 후반부에 9골이 된다. 역시 뒤로 갈수록 득점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전 득점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반전 초반부(60분까지) 4골, 후반전 중반부(75분까지) 11골, 후반전 후반부(추가 시간까지) 11골이 배열되었으니 승패의 갈림길이 어느 시간대에 또렷하게 드러나는가를 점칠 수 있을 것이다.

③ 세트 피스 골...설마 사라진 것인가?

이번 대회 첫 바퀴를 끝내고 숨고르기를 하며 돌아볼 때 가장 놀라운 것은 프리킥이나 코너킥 세트 피스에 의한 득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축구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직접 프리킥 골은 단 1골도 안 나왔고 코너킥 세트 피스로 연결된 2골만 보일 뿐이다. 아무래도 월드컵 첫 게임을 패하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조심스럽게 게임을 운영하는 점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팀마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더 단단하게 준비한 수비 조직력을 내세우고 있는 점과 골키퍼들의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수비 리딩과 슈퍼 세이브도 세트 피스 골을 웬만해서 내주지 않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별리그 두 번째 바퀴와 마지막 세 번째 바퀴가 돌아갈 때 되면 현장에서 분석한 상대 팀 수비 구멍이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빈틈이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축구는 골로 승패를 가려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월드컵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질수록 예상하지 못한 흐름과 독특한 패턴이 발견될 것이다. 감동과 아쉬움, 분함이 교차하는 순간 이어지는 골들은 저마다 또 어떤 사연으로 얽힐 것인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월드컵의 가치는 충분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2득점 선수 6명(1차 조별리그 종료 기준)
히샬리송(브라질), 페란 토레스(스페인), 메흐디 타레미(이란), 부카요 사카(잉글랜드), 에네르 발렌시아(에콰도르), 올리비에 지루(프랑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월드컵 크로스 어시스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