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비롯한 우리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다시 한번 감동의 드라마를 선물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8초만에 만든 역전 극장골이어서 더 놀라웠고, 미미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힘을 모아 16강에 당당히 올랐다. 답답했던 안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초록 그라운드 위에 눈물을 쏟아낸 주장 손흥민은 조별리그가 모두 끝난 뒤 믹스트존 기자의 마이크 앞에서 이런 말로 감격을 표현했다.

"전반전을 1대1로 마치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 작은 가능성을 믿고, 희생하고, 노력한 결과들 덕분에 이런 성과가 나온 것 같다."

가나와의 게임 종료 직후 퇴장당한 파울루 벤투 감독 대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이끈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일(토) 오전 0시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같은 시각한 경기한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이겼지만, 총 득점 수에서 2골을 더 넣은 덕분에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은 16강에서 우승후보 브라질과 만난다.

손흥민의 추가 시간 질주, 기막힌 어시스트

반드시 포루투갈을 이겨야 했던 한국은 게임 시작 후 4분 52초만에 왼쪽 측면이 쉽게 뚫리며 골을 내줘 16강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듯했다. 포르투갈의 디오고 달롯이 빠르게 끝줄 가까이 파고들어 내준 컷 백 크로스를 히카르두 오르타가 오른발로 차 넣었다. 16강 게임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 포르투갈은 브루노 페르난데스, 주앙 펠릭스 등 핵심 선수들 여럿을 내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26분 43초에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왼쪽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를 잡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강인이 왼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린 코너킥은 공교롭게도 포르투갈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등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김영권의 슬라이딩 왼발 골로 들어갔다.

1대1로 균형을 이뤘지만 포르투갈의 공격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위기들을 김승규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슈퍼 세이브로 모두 이겨냈다. 34분 디오고 달롯의 왼발 중거리슛, 42분 비티냐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특히 위력적이었지만 김승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전 감독대행은 교체 카드를 꺼내들어 대반전 드라마를 준비했다. 65분에 이재성 대신 황희찬이 들어갔고, 81분에 황의조와 손준호가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6분이 공지된 직후 믿기 힘든 축구 드라마가 완성됐다.

포르투갈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를 헤더로 걷어낸 순간이 후반전 추가 시간 15초, 한국의 주장 손흥민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곳은 우리쪽 골 라인으로부터 약 12미터 지점이었고 10초 동안 전력으로 내달린 뒤 공을 멈춘 지역은 포르투갈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가까운 곳이었으니 약 75미터 가량을 달려온 것이었다.  

어느새 손흥민 앞에는 주앙 팔리냐, 윌리앙 카르발류, 디오고 달롯이 뭉쳐서 슛 각도를 막아섰다. 이 순간 손흥민의 선택은 단 하나였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달려온 교체 멤버 황희찬에게 공을 밀어주는 것 뿐이었다. 손흥민은 매우 좁은 공간이었지만 디오고 달롯 다리 사이로 스루패스를 밀어주었다. 오프 사이드 수비 라인까지 기막힌 타이밍으로 벗겨냈고, 황희찬은 오른발 돌려차기 골로 응답했다. 

이 게임보다 조금 늦게 후반전을 시작한 우루과이와 가나의 게임 후반전 추가 시간이 8분이나 이어졌지만 최종 스코어는 2대0이었다. 한국과 우루과이 골 득실차가 0으로 같았지만, 총 득점 수 '한국 4골, 우루과이 2골'로 마지막 희비가 엇갈렸다.

골키퍼 김승규는 무려 14개의 선방 기록을 남겼고, 65분밖에 못 뛰었지만 미드필더 이재성은 양팀 최다인 63회의 전방 압박을 펼치며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에이스 손흥민은 공격수이기는 하지만 미드필드와 수비 지역 사이에서 17회 플레이를 펼칠 정도로 초록 그라운드 곳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찍으며 헌신했다.

손흥민의 말처럼 그들은 작은 가능성을 믿고 팀을 위해 희생했으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를 멋지게 우리 모두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다음 주 화요일 오전 4시 스타디움 974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을 만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결과(3일 오전 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도하)

한국 2-1 포르투갈 [득점 : 김영권(26분43초), 황희찬(90분+28초,도움-손흥민) / 히카르두 오르타(4분52초,도움-디오고 달롯)]

한국 선수 명단
FW : 조규성(90+3분↔조유민)
AMF : 손흥민, 이재성(65분↔황희찬), 이강인(81분↔황의조)
DMF : 정우영, 황인범
DF : 김진수, 김영권(81분↔손준호), 권경원, 김문환
GK : 김승규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한국 34%, 포르투갈 55% (경합 11%)
슛 : 한국 12개, 포르투갈 12개
유효 슛(비율) : 한국 6개(50%), 포르투갈 4개(33.3%)
라인 브레이크(성공률) : 한국 87/139개(62.5%), 포르투갈 123/178개(69.1%)
패스(성공률) : 한국 304/359개(84.6%), 포르투갈 541/606개(89.2%)
크로스(적중률) : 한국 3/13개(23%), 포르투갈 6/22개(27.2%)
코너킥 : 한국 5개, 포르투갈 4개
프리킥 : 한국 15개, 포르투갈 10개
오프 사이드 : 한국 1개, 포르투갈 5개
골키퍼 선방 : 한국 김승규 14개, 포르투갈 디오구 코스타 12개
전방 압박 시도 : 한국 359회, 포르투갈 233회

H조 최종 순위
1위 포르투갈 6점 2승 1패 6득점 4실점 +2
2위 한국 4점 1승 1무 1패 4득점 4실점 0

3위 우루과이 4점 1승 1무 1패 2득점 2실점 0
4위 가나 3점 1승 2패 5득점 7실점 -2 

16강 대진표(한국 시각)
12월 4일(일요일) ☆ 네덜란드 - 미국(0시) / 아르헨티나 - 호주(4시)
12월 5일(월요일) ☆ 프랑스 - 폴란드(0시) / 잉글랜드 - 세네갈(4시)
12월 6일(화요일) ☆ 크로아티아 - 일본(0시) / 한국 - 브라질(4시, 스타디움 974-도하)
12월 7일(수요일) ☆ 스페인 - 모로코(0시) / 포르투갈 - 스위스(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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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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