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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서울 산책로를 소개합니다. [기자말]
강동구 암사동과 고덕동 일대는 한강변을 마주하고 있지만 수도 서울의 동쪽 끝 자락에 위치해 있어 찾는 이가 적은 동네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일반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암사동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로서 역사의 첫 문단을 장식하는 지역이다.

한강변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취락지구로서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 발굴 당시의 상태 그대로 선사유적지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암사동이라는 명칭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는데, 백제시대 백중사(伯仲寺)가 '암반 위에 세워진 절'이라고 하여 암사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데서 유래한다.

암사동과 맞닿아 있는 고덕동에는 해발 높이가 겨우 80여 미터에 불과한 고덕산이 자리한다. 이곳에는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광주이씨 광릉부원군파 묘역이 위치하고 있다. 조선 초의 문인이자 관료인 이극배(李克培)와 후손들의 묘지로서 그는 세종대왕부터 연산군까지 일곱 임금을 섬기면서 도덕정치를 실천했다고 전해진다.
 
암사동선사유적지와 고덕산에서 바라보는 고덕대교가 일품이다.
▲ 암사동과 고덕동 일대 산책 루트. 암사동선사유적지와 고덕산에서 바라보는 고덕대교가 일품이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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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산 정상에 오르면 내년 초에 개통을 앞두고 있는 구리대교(또는 고덕대교)를 바로 눈 앞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를 그려보면 위 그림과 같다. 이번 산책 루트에서는 선사유적지에서 조상님들의 생활사를 엿볼수 있으며 사장교 형식으로 세워지고 있는 고덕대교(임시 칭호)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코스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산책의 시작은 8호선 암사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가거나 강동02번 마을버스를 타면 금방 도착한다. 유적지 안에는 움집을 비롯하여 석기 시대의 주거 환경을 고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박물관 안에는 출토된 유물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약 8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평지에 여러 체험시설과 수목이 식재되어 있어 길을 따라 오밀조밀 돌아보다보면 반나절은 훌쩍 가버린다. 신석기 빗살무늬토기와 더불어 백제시대의 민무늬토기와 청동화살촉, 옹관 등이 함께 출토되어 기원전 5000년 경의 생활사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신석기 시대의 주거환경을 재현해 놓았다.
▲ 암사동선사유적지. 신석기 시대의 주거환경을 재현해 놓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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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유적박물관에서는 신석시 시대 체험을 할 수 있다.
▲ 신석기 시대의 취락지구를 재현해 놓았다. 선사유적박물관에서는 신석시 시대 체험을 할 수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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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보호각에 발굴 현장을 보존해 놓았으며 영상과 함께 음성으로 설명을 더해주고 있어 이해를 높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선사시대 체험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날 좋은날을 잡아 가족과 함께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빨랫줄 같은 케이블이 탱하는 사장교

선사유적지를 나와 비닐하우스가 밀집해있는 들판을 넘으면 암사정수센터 교차로에서 고덕(高德)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강동구청의 안내판을 보니 고덕동의 지명은 고려말 형조참의를 지낸 석탄(石灘) 이양중(李養中)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반대하며 이곳에 은거하였기에 '높은 덕'을 가진 인물이라 추앙받은 데에서 기원한다. 

훗날 태종 이방원이 의형제인 그를 찾아 한성부윤을 제수하였으나 끝내 거절하였다고 전해진다. 이방원의 하여가에 답한 정몽주의 단심가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태종이 찾을 때마다 거문고를 들고 대작을 했을뿐 한사코 벼슬길을 거절하는 절개를 지켰다고 한다.
 
▲ 석기시대 체험... 빨랫줄로 세운 다리가 개통됩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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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가 이끄는대로 찬찬히 걷다보면 광릉부원군파 묘역이 나온다. 이극배는 관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고위직을 거치면서 말년에 영의정에 제수되었으나 노령을 구실로 거절하였기에 사후에 광릉부원군에 봉해진다. 연산군이 내린 시호는 익평(翼平)이며 이극배는 도량이 크고 청렴했을 뿐 아니라 가무를 멀리하여 고고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묘역에서 조금 더 오르면 고덕산의 정상인 매봉에 다다른다. 올림픽대로가 가로지르는 벼랑이라 더 이상 북쪽으로는 갈 수는 없으며 이곳에서 보는 한강 물줄기와 구리시의 풍광이 제법 볼 만하다. 고덕·구리대교는 강동구와 구리시를 연결하는 사장교(斜張橋)로서 2017년 4월에 착공하여 내년초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정비가 한창이다.
 
고덕·구리대교 너머로 구리타워 전망대가 보인다.
▲ 사장교 형식으로 세워지는 구리대교 케이블. 고덕·구리대교 너머로 구리타워 전망대가 보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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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되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 강동구와 구리시를 연결하는 고덕대교. 완공되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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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 없이 양쪽에 높이 세운 기둥을 따라 케이블이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로서 길이는 1,725m. 다리가 완공되면 세종특별자치시를 기점으로 경기도 포천까지 고속도로가 놓인다.

매봉 북서쪽으로 500여 미터만 가면 옛 백중사 자리라고 여겨지는 곳에 구암서원터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여기로 가려면 고덕수변생태공원 굴입구로 들어가야 하므로 약간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극배의 할아버지가 <둔촌유고>를 펴낸 이집(李集)이고, 숙종 때 '구암'이라 사액되었으며 광주 지방 여러 유림의 위패를 모셨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구암정이라는 단촐한 정자가 덩그라니 서 있을뿐이다.

길을 따라 고덕산을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샘터공원과 방죽공원을 거쳐 명일공원까지 걸어볼 수 있다. 샘터공원 초입에는 선사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조그마한 전망대(트리 하우스)를 설치해 놓았기에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이어지는 방죽공원은 나무데크길로 꾸며져있어 부담없이 걸어볼 수 있는데 백제 개로왕이 풍납동까지 쌓은 방죽이 있던 마을에서 유래한다.

태그:#암사동 선사유적지, #구리대교, #이양중, #고덕대교, #이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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