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2년 2월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긴급기자회견 모습.
 2022년 2월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긴급기자회견 모습.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12월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배석판사 김소망·김부성)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아무개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억 원을 구형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9명 중 유일하게 '전주(錢主, 자금을 굴리는 사람)'로 분류된 인물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소장에 피고인 손씨에 대해 "부동산개발 및 임대사업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신과 아내 명의 계좌를 이용해 고가매수와 대량매집 등 본건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한 사람"이라고 적시했다. 지난 2월에 진행된 1차 공판에서도 검찰은 손씨를 '전주'로 규정하며 "대량의 자금을 동원한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피고인 손OO은 2010년 8월경 (주가조작 선수) 김OO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는 세계적인 투자기업이 M&A를 하고, 어떤 사람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형님도 잡아보세요'라는 주식매수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하여 2010년 8월 11일경부터 2012년 9월 5일경까지 자신이 직접 운용하는 타인 명의 계좌 등을 이용하여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주문을 제출하면서 동시에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하여 인위적으로 대량매수세를 형성하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손OO 혐의 내용)

이에 대해 손씨 변호인은 마지막 변론까지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부를 향해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을 뿐이다. 사건 재판 과정에서 나타나듯이 피고인은 혼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고팔았지 다른 사람을 동원하거나 이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 피고인은 보수를 받거나 원금 보장이나 손실 보전 등을 약속받은 사실도 없다."

검찰로부터 3년을 구형받은 손씨 역시 최후진술에서 "병원 경영이 어려움에 봉착해 주식 투자를 하게 됐다"면서 "도이치모터스의 그 누구 하고도 결탁이나 공모하지 않고 저의 주관으로 매수 매각했다. 지난 오욕의 시간을 잊고 마지막 장년의 삶을 노력과 보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살펴주실 것을 간곡한 마음으로 소망한다"라고 재판부를 향해 호소했다.

주가조작 '쩐주' 의혹 김건희... 2차 작전 기간 주식 직접 매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제까지 검찰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손씨의 혐의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주목된다. 김 여사 역시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주식을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을 뿐"이라는 손씨 측 변론 역시 김 여사의 입장과 유사하다. 

지난 1년여 이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공판에서 김 여사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백미는 지난 12월 2일 열린 공판이다. 이날은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아무개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30여 차례 이상 나왔다.

민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 도중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1년 만인 지난 11월 29일 돌연 귀국한 인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2차 작전 기간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 거래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래는 공판 당일 있었던 검사와 민씨의 대화 중 일부다.

검사 : "2010년 11월 1일 문자메시지다. (주가조작 선수)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하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매도하라하셈'이라고 김○○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OO : "네."

검사 : "그리고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수 성명은 민OO 등.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냐?"

민OO : "추정밖에 할 수 없다. 이○○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검사 : "하나만 추가로 더 묻자. 당시에 김건희 명의 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거다.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

민OO : "그건 잘 모른다. 이OO 대표하고 김건희는 제가 알기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와는 다른 채널로 알게 된 걸로 안다."

검사 : "내가 묻는 건, 저 상대방이 이OO이라고 하는데 이OO이 권오수한테 연락해서 권오수가 김건희한테 연락하는 건가? 이OO이 김건희한테 바로 연락하는 건가? 관계가."

민OO : "전자가 맞는 것 같다."

검사 : "이OO→권오수→김건희 연락 구조라는 것인가?"

민OO : "네. 근데 그게 제가 추정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검사 : "이때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아는 게 증인이다."


위 대화를 종합하면 검사는 '민씨→이○○(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권오수(도이치모터스 전 회장)→김건희' 순으로 연락이 이뤄지는 구조를 짚어냈다. 그러면서 2차 작전 기간에도 김 여사의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해명과 배치되는 검찰 수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모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모습.
ⓒ 대통령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1차(2009년 12월~2010년 8월) 시기와 2차(2010년 9월~2011년 4월) 시기로 구분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김 여사가 1차 작전 시기인 "2010년 이○○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돈을 위탁관리시켰다.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를 투자했고 손실이 나서 돈을 빼고 절연을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일 민씨의 증인 신문에서 드러나듯, 검찰은 2차 작전 시기인 2010년 11월 1일 김 여사가 본인 계좌를 통해 8만 주를 매도하는 주문을 직접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1년여의 공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의혹에 연관됐다는 증거는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다. 

특히 앞서 4월 공판 때는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건희.xlsx'라는 이름의 파일도 나왔다. 2011년 1월 작성된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이 파일이 발견된 게 바로 민씨가 임원으로 있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노트북이었다.

검찰은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8년, 벌금 150억 원, 추징금 81억3000여만 원을 구형했다. 주가조작 1차 시기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주가조작선수' 이씨에 대해서는 징역 7년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9억4850만 원을 구형했다. 2차 시기 '전주'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손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주가조작이라고 판단한 거래 금액 646억 원 중 7.7%(약 50억 원, 146만 주)가 김건희 여사 계좌에서 거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이○○에게 네 달 정도 맡겼다'는 윤 대통령의 앞서 해명과는 배치되는 새로운 정황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태그:#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전주, #검찰, #권오수
댓글4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