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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에 북카페 '꿈꾸는 정원'을 열었습니다. 그 안에서의 일들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우리 집, 북카페 꿈꾸는 정원에 일곱 마리 칠둥이 꼬물이들이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밤을 지새우며 두살배기 꽃순이가 일곱 마리 신생아들을 혼자 낳는 것을 지켜보았다. 혼자 낳고, 탯줄을 자르고, 태반을 다 해결하며, 한 마리 한 마리를 차례대로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어미 개의 모습은 숭고해 보였다.

첫 강아지의 임신과 출산을 보며, 삶과 죽음과 생명과 창조에 대해 경외감을 갖는다. 인간이든 동물들이든 그 존재와 생명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미 개의 뱃속에서 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새끼 강아지들의 탯줄과 태반이 각각 따로따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신비로운 인체, 생명체를 만드신 창조자의 손길이 놀랍기만 하다.

동물들은 출산의 그 모든 과정을 스스로 혼자 다 해결한다. 하혈을 하지만 바닥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즉시 깨끗하게 처리한다. 어떠한 오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홀로 출산을 했다고 믿기지 않은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탯줄을 달고 있는 꼬물이 새끼 강아지
 탯줄을 달고 있는 꼬물이 새끼 강아지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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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꼬물이 인절미 요정들이 태어났다. 엄마를 닮아서 귀 부분만 갈색이고 온통 인절미색 신생아들이다. 막 태어난 새끼 신생아 강아지들의 얼굴은 형체가 없다. 어미 뱃속에서 나올 때는 얼굴은 온통 핑크색으로 뚜렷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았다. 발바닥도 얼굴도 온통 핑크둥이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아가들은 날이 갈수록 토실토실해지고, 어미의 몸은 점점 말라간다. 어미의 젖이 잘 나오고 있다는 증거라니 다행이다 싶지만, 안쓰럽다. 일곱 마리 아기들에게 젖을 다 먹이느라 어미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오르지 않는다. 

당분간은 어미 꽃순이만 먹이면 되니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뱃속에 아기들이 있을 때 편했고, 꼬물꼬물 엄마 품 속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지금이 편하다.
  
새끼들을 한없이 품고 있는 어미 꽃순이
 새끼들을 한없이 품고 있는 어미 꽃순이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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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를 잘 먹이면 일곱 새끼들이 어미 젖을 먹고 쑥쑥 자라니, 꽃순이를 위한 식사 준비에 신경을 썼다. 다행히도 어미가 미역국을 좋아한다. 특히 미역을 잘 먹는다. 처음에는 먹지 않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미역을 좋아한다. 

아마도 식감이 고기를 씹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미역국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아무래도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미역에서 우러나오는 짭조름한 맛이 입에 맞는 거 같다. 여하튼 미역국을 잘 먹으니 그걸로 안심이다. 

어미는 바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엄마는 위대하다. 특히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낳아 기르는 어미 개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하루의 대부분을 새끼 강아지들을 품고 젖을 물린다. 

그뿐 만이 아니다. 일곱 마리 그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코로 냄새를 맡는다. 아가들이지만 젖을 먹으니 똥오줌을 배설하는 건 당연한 터다. 그 모든 배설물을 어미가 다 닦아주며, 깨끗하게 처리해주는 어미 꽃순이 덕분에 나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이렇듯 부지런한 어미가 있을까? 끊임없이 새끼들을 닦으며 또 닦고 닦는다. 핥아준다. 아기들은 더럽혀질 틈이 없다. 오히려 일곱 둥이들이 눈을 뜨고 걷기 시작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나의 할 일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편한 시간이다. 어미 꽃순이 덕분에.

"엄마, 강아지들이 생쥐 같아."
"맞네, 진짜다."


꼬물거리며 꼬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딱 쥐새끼를 연상시킨다. 신기하게도 생쥐라면 소름 끼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에 가까이 갈 수도 없었을 텐데, 이 '강쥐'는 다르다. 앙증맞은 꼬물이를 보면 절로 미소 짓게 된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꼬물꼬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 코가 생겼어."

그러고 보니 며칠 사이에 코가 보인다. 분명 코가 있었겠지만 온통 핑크색으로 형체가 없어 보이던 것이 드러난 것이렸다. 발바닥도 보인다.
 
온통 핑크색 새끼 강아지 얼굴과 발바닥
 온통 핑크색 새끼 강아지 얼굴과 발바닥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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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쥐들은 자고 또 잔다. 잠탱이들이다. 자면서 자라는 게 분명하다. 자고 나면 쑤욱 자라 있다. 자고, 먹고, 또 자고, 먹고 그렇게 토실토실 강아지들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꿀잠자는 잠탱이 꼬물이 강아지
 꿀잠자는 잠탱이 꼬물이 강아지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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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보고 싶어도, 안아주고 싶어도, 볼에 대어 보고 싶어도, 참고 참다가... 이제야 새끼 강아지를 손에 들어 안아 본다. 공놀이 대장 꽃순이는 어느샌가 본인의 최애 장난감 초록색 공을 새끼 강아지들 곁에 물어다 두었다. 

'흠, 이건 조기 교육인가?'

벌써부터 새끼들에게 공놀이 교육을 시킬 작정일까?   

"엄마, 일곱 마리 강아지들이 꽃순이처럼 계속 공 던져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
"그럼, 엄마 네 마리, 너 세 마리 맡아서 해야 될까?"
"하... 힘들거 같아~"


이 녀석들도 엄마 닮아서 공놀이를 좋아하게 되면, 우리 어깨는 어쩌란 말인가? 북카페 꿈꾸는 정원에서 일곱 둥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백암 카페의 귀염둥이들이다. 조만간 손님들에게도 인사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개봉박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올린 글입니다.


태그:#강아지키우기, #강아지출산, #어미개와새끼강아지, #강아지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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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인도에서 거주하다가 작년에 한국 시골에 들어와 가족과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담아 힐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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