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어느덧 한 해 마지막 날이다.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은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일상 회복이 되어가고 있고 또 3월 대선으로 정권교체 되어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 사회 문제를 다양하게 다뤄온 MBC < PD수첩 >은 지난 20일과 27일 두 회에 걸쳐 연말 특집으로 한 해 < PD수첩 >이 다룬 아이템의 방송 이야기가 다궈졌다. 방송으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2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연말특집 2부 '2022 꺾이지 않는 마음' 편 연출한 김영원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27일 MBC < PD수첩 > '2022 꺾이지 않는 마음' 편은 올해를 돌아보는 방송분이었습니다. 아이템 하나를 취재하는 것과 달랐을 것 같아요.
"이게 다른 PD들이 해왔던 아이템의 후속 취재 하는 것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이전에 이미 다뤘던 내용의 요약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전하는 거죠. 그래서 간단할 것 같은데 배로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각 아이템의 내용을 그래도 다시 공부해서 숙지하고 어떤 지점이 다시 되짚어볼 만한 지점인지 알아야 되고 그다음에 또 후속 취재는 후속 취재대로 각 아이템마다 진행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촬영 시간도 길었고요."

- 연말 특집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잡으셨어요?
"저희가 지난주와 이번주 2부작을 준비하면서 일단 10.29 참사는 다시 좀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부는 안전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해서 10.29 참사와 최승균 소위 이야기, 꿈나무 마을 이야기가 나왔고요. 2부는 공정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고 했어요. 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있고 지금 그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가죠. 그리고 < PD수첩 >에서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봤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게 또 시청해줬던 회차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다뤄보자고 해서 2부를 구성하게 되었고요."

- 그중에 PD님이 취재한 아이템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일부러 안 넣은 건지 아니면 의도와 안 맞아서 안 넣었나요?
"사실 올 한 해 < PD수첩 >이 다룬 모든 내용이 공정과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저희가 후속 취재를 해서 한 번 팔로우해 볼 만한 내용이 있는지 그리고 시청자들 관심도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기준으로 보다 보니 제가 다뤘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의 이야기나 론스타의 이야기 같은 경우 일단 마땅히 지금 후속이라 할 만한 것이 발생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은 편이어서 빠졌습니다."

- BTS와 군입대 문제로 시작했어요. 시청률 상승을 계산한 것이었나요?
"시청률을 올리고 싶은 마음보다 올 한 해 < PD수첩 >이 했던 굉장히 이색적인 아이템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중문화예술계를 취재하는 일은 정말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굉장히 시의성 있는 얘기를 던졌었죠. 하지만 병역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방탄소년단 진은 입대를 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이거는 다시 다룰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영원 MBC PD

김영원 MBC PD ⓒ 이영광

 
- 최근 진이 입대했잖아요. 끝난 얘기 아닌가요?
"그렇게 해서 끝난 얘기가 아니죠. 왜냐하면 방탄소년단만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니까요. 대중문화예술계에서도 우리나라 국위 선양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본편에서 다뤄졌던 다른 여러 예술 분야에 어떻게 보면 공정하지 않은 군 병역 특례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기준을 확실하게 논의해서 제대로 잡고 갈 필요는 있으니까요."

- 종교 문제, 사기, 논문 표절 문제를 다루신 이유가 있을까요?
"종교 문제는 일단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았던 아이템들이었어요. 특히 '브라질 돌나라 한농복구회'나, 전광훈 목사 회차같은 경우에는 사람들 반응이 특히 뜨거웠어요. 그 두 개 방송하기 전에 저희가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과 통일교의 관계를 다뤘어요. 그래서 세 개를 하나의 세트로 다뤘어요."

- 아베 편은 PD님이 취재했던 것으로 아는데 어땠나요?
"방송 직후에 통일교 사람들이 MBC에 찾아왔어요. 그때 회사 광장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모였거든요. 상당히 대규모의 집회였는데 우리나라 방송이나 뉴스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일본 방송에서는 속보라고 기자들이 현장 나와서 스탠드업 보도까지 했었거든요. 그랬던 상황이라, 그 이후로 일본의 진행상황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실제로 보니까 더디지만, 상당히 통일교 문제로 인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일본에서는 정치권에서도 통일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고요. 그래서 4개월 만에 다시 짚어본 거였는데 흥미로웠습니다."

- 왜 우리나라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이건 일본에서 일어나는 문제인 거죠. 물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굉장히 커다란 인물이긴 했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이 죽은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헌금 문제로 굉장히 가정이 피폐해져서 이런 총격을 벌인 상황도 우리나라 문제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 않았나 해요."

- 보험 사기와 도박 사기도 다뤘는데 그건 어땠나요?
"보험사기 동백항 사건은 당시 방송에서 거의 정말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취재하고 방송이 거의 며칠 만에 나갔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 동백항 사건에서 사망하신 피해자의 오빠 가해자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런 상황도 방송에 담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떻게 보면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공범으로 지목된 당시 동거녀 A씨만 남아 있는 상황이죠. 때문에 이건 후속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취재를 좀 해볼 만하겠다고 해서 저희가 따라가 봤고요."

- 가해자와 피해자 남매인 줄 알았는데 오빠가 또 있나 봐요?
"그렇게 삼 남매예요. 큰오빠 있고 자살하신 둘째가 가해자고, 셋째 여동생이 피해자인 상황이죠. 저희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그 사건 공판을 보러 갔다가 거기서 오빠를 만난 거예요. 다행히도 인터뷰에 응해주시겠다고 하셔서 저희가 알 수 없었던 사건의 내막을 많이 얘기해 주셨죠."

- 그럼, 첫째 오빠는 동생이 그런 일(사기)을 한다는 걸 아예 몰랐던 건가요?
"둘째와 셋째는 좀 더 많이 교류하고 친하게 지냈고 큰오빠는 상대적으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본인도 몰랐는데 이번에 사건이 터지고 본인도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라고 하더라고요. 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통장내역을 보니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고요."

- 도박 사기 문제는 어땠나요?
"거기도 안타까운 지점은 저희가 방송 당시에 만났던 사례자들의 피해를 하나도 구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도 방송으로 인해서 힘을 많이 얻으셨다고 하셨고요. 본인이 유일한 피해자가 아니고 나만 어리석어서 당하는 게 아니고 아니라 저들이 굉장히 치밀하게 계획해서 당했단 걸 아시게 되고 굉장히 힘을 얻어서 공황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도 치료해 나가고 계신다고 해요."

- 논문 저자 문제도 나오던데요.
"제일 궁금했던 김건희 여사의 논문 문제는 각 대학교들에서 이렇게 처리했다고 발표만 나오고 진전이 없어서 그 상황을 알려드리긴 했고요. 한동훈 장관의 처조카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명백하게 논문 표절 등이 밝혀졌잖아요. 그러면 자매가 다니고 있고 다닐 예정이었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도 굉장히 저명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이라는데 뭔가 합당한 조치가 취해졌을까 생각했어요. 근데 일단 대학교 측에서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저희는 학생 일에 관해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말조차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실망스러웠어요."
 
 김영원 MBC PD

김영원 MBC PD ⓒ 이영광

 
- 왜 그랬을까요? 거긴 미국이잖아요. 한국이라면 법무부 장관과 연결돼 있으니 말하기 어렵다지만 미국은 그런 게 없을 것 같거든요.
"근데 미국은 또 반대로 소송을 굉장히 많이 하는 나라잖아요. 이 학생들의 프라이버시 문제라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들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했다고 얘기할 경우에도 그로 인해서 '학생 사생활이 침해되었다'라면서 소송이 걸릴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마 저희 방송 이후에도 다른 언론사에서도 취재 요청을 했을 것이고 그 문제가 제기됐던 한인 어머니들도 엄청 많이 연락하신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때문에 학교 측에서 그냥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로 했나란 생각도 들고요."

- 후속 취재를 했는데 방송에 싣지 못한 게 있을까요?
"저희가 4월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다뤘었는데 지금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분들은 지하철 시위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1년이 넘어가도록 계속 그걸 이어가실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사실 여러 단계가 있었거든요. 정치권에서 만나주겠다나 이런 거 예산에 편성하겠다고 얘기하고서는 또 묵묵부답으로 지나간 여러 달이 있었고요. 그래서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다시 한번 만나 조금의 예산이라도 좀 더 얻어 내보자 이런 노력하신 거죠. 근데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그로 인해서 출근길에 지하철이 지연됐다'는 것만 강조되는 것 같아 다시 방송에서 다루고 싶었는데 분량상 편집은 되었어요. 그래서 저희 유튜브에 짧게 편집해 실을 예정입니다."

- 취재하고 싶었는데 안 된 건 없나요?
"제가 취재했던 내용들이에요. 론스타는 그래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죠. 법무부에서 정정 신청은 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연말이 다가오고 있고 정정 신청에 대해서 중재재판소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그런 것도 궁금했는데 또 그거에 대해 론스타 측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그 취재는 못했어요."

- 한 해를 정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돌아보면서 사실 저희도 통쾌하게 '저희가 이런 문제를 다루어서 이렇게 해결이 됐습니다. 이런 사람이 지금 문제고 이런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지금 그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렇게 해결이 되었습니다'라고 희망찬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다룬 많은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고 또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던 사람들도 다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고요. 한 해 정리하면서 제가 하나하나 다시 되짚어보게 되니까 굉장히 아쉬웠어요."

- 달라진 게 아예 없나요?
"'이렇게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라고 말씀드릴 만한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최승균 소위님 같은 경우에 육군에서 제대로 사과했고 꿈나무 마을 같은 경우에도 검찰에서 다시 수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만 그 외에 큼직큼직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직 적절하게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기 힘든 시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저희 타이틀을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정하게 되었던 게 저희가 한번 보도하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더라도 계속 지켜보겠고 계속 이것들이 해결될 때까지 저희는 보도하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제목을 정하게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크리스마스와 함께 < PD수첩 >을 만들면서 올 연말 보냈는데요. 새해에는 조금 더 힘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룰 수 있으면 좋겠고요. 사실 경기 침체 등으로 다들 걱정이 많으십니다.  앞으로 새해에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이 많지만, 시청자분들이 < PD수첩 > 응원해 주시면 저희도 더 힘내서 내년 한 해도 잘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원 PD수첩 꺾이지 않는 마음 종교 보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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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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