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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월 6일) 오전, 강북구 신년인사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정의당 서울 강북구 지역위원장이고, 이 행사 또한 관행적으로 늘 참석하던 곳이라 이번에도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인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행사장 입구에서 초청장을 보여달라는 공무원들에게 가로막혔습니다. 제가 정의당 지역위원장임을 밝히고 행사장에 들어가려고 했는데도, 이들은 제 이름이 초청대상자 명단에 없다고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간 신년인사회에 초청장을 확인하고 입장시킨 적도 없었고, 지역위원장으로서 매년 참석해 인사말씀을 해왔기 때문에 저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김일웅 위원장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는 강북구청 공무원들
 김일웅 위원장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는 강북구청 공무원들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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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던 자치행정과장를 만났고, 제가 "다른 정당의 지역위원장도 초청을 하지 않았다는 건지", "초청대상 선정기준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저는) 현장 안전 책임자일 뿐이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길래, 그러면 책임자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정문 입구에서 10여 분쯤 기다리니, 자치행정과장은 갑자기 길을 터주고 제게 들어가라고 하면서 "(다만) 초청대상이 아니어서 자리도 없고, 인사말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어렵사리 행사장 입구에 도착해서 명찰 배부를 담당하는 행정지원팀장에게, 초청 대상 선정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행정지원팀장은 자신은 실무자일 뿐이라고 답하면서, 책임자를 불러달라는 요청에도 미적거리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사장 입구에서 인사를 하고 있던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저는 "신년인사회 초청 대상 기준이 무엇이냐. (제가) 공당의 지역위원장인데 왜 초청하지 않았는가" 등을 물었고, 그러자 이순희 구청장은 "싫어서 초청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답변을 들은 제가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항의하자, 이 구청장은 이어 "(그럼) 당신은 구청장에게 물어보고 현수막을 달았냐?"는 답변으로 응수했습니다. 정의당이 앞서 길가에 달았던 현수막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구청장이 언급한 현수막은 강북구도시관리공단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구청장이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입니다.
 
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지난 해 12월에 게시한 현수막
 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지난 해 12월에 게시한 현수막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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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강북구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지난 연말, 강북구 곳곳에 내걸었습니다. 또한 저는 정의당 지역위원장으로 적정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왔습니다. 결국 이순희 구청장은 자신을 비판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신년인사회에 초청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겁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답변이었지만, 그럼에도 현장에서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이순희 구청장에게 "이는 공당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뒤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활동의 자유 존중해야  

행사장을 돌아나오며 계속 생각해봐도, 이 구청장의 언행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매년 연초가 되면 지역의 주요 인사들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신년인사회를 개최하고 힘찬 새해 출발을 다짐합니다. 신년인사회는 집집마다 배포되는 강북구청 소식지에도 공지되어 있는 열린 행사이기에,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더구나 제가 강북구에서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지난 15년 동안, 신년인사회 장소 입구를 통제하며 초청장을 확인했던 적은 거의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올 해는 무엇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초청장을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는지 의문입니다.

행정이 진행하는 행사에는 으레 '의전'이라는 미명 하에 구청장, 구의회의장, 국회의원, 각 정당의 지역위원장, 지방의원 등 정치인들을 소개하고 인사말을 듣는 시간이 있습니다. 주민 행사인데 정치인들 인사말이 너무 길다는 비판이 많고 저 역시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행정이 주최하는 행사라면, 기본적으로 모든 정당에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 동안 강북구 여러 행사에 정의당 지역위원장으로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지역위원장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이유로 인사말에서 배제했던 일도 있었습니다(관련 기사: 소수정당은 신년인사회서 인사말도 하지 마라? http://omn.kr/m5dr). 법적 근거는 없었지만 당시엔 나름의 기준이라도 있었고, 더구나 초청 자체를 안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올해는 공당의 지역위원장을 초청조차 하지 않고 출입을 통제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구청장 비판'했다고 출입 통제? 이건 아니다

저는 앞선 이순희 구청장의 답변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정당활동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정의당은 공당으로서 구청장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판에 있어 허위사실 유포 등 문제가 있는 비판을 한다면, 이에 대한 법적, 행정적 책임은 오롯이 정의당이 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저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정당활동에 제한을 가할 권리가 이순희 구청장에게는 없습니다. 구청장을 비판했다고 신년인사회에 초청하지 않고 입장을 가로막는 것은 구청 공식행사와 개인행사를 혼돈하는 것으로, 행정을 사유화하는 행태입니다. 아울러 공당 지역위원장이 주민들께 인사드릴 당연한 기회를 가로막는 것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탄압하는 반민주적인 행정일 것입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극단적인 진영대립만 있고 정치가 실종되었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옵니다. 강북구 행정을 책임지는 구청장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헌법에 보장된 정당활동을 탄압하는 것 또한 이런 '정치 실종'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이순희 구청장님,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시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십시오. 아울러 구청 앞 차가운 거리에서 31일째 단식하고 있는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과 즉각 대화에 나서십시오. 그것이 지금 강북구청장으로서 해야할 가장 시급한 책무일 것입니다.

[관련 기사]
"인력충원, 주민안전 직결... 이젠 강북구청장이 답해야" http://omn.kr/22265
강북구도시관리공단 파업 장기화, 지역사회 우려 커져 http://omn.kr/229eo
 
지난 4일 진행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지난 4일 진행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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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순희, #강북구, #강북구청장,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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