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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8일부터 만 나이를 적용하게 되면서 나는 마흔세 살이 아닌 마흔한 살이 된다. 1년 6개월이나 젊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 만 나이를 적용해도 여전히 사십 대인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제 정말 어쩔 수 없는 중년의 나이인 것이다. 중년을 떠올리면 책임이라는 단어 역시 같이 떠오른다.

부모와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과 사회적 책임 역시 더해지는 나이. 1~2인 가구가 많아지는 탓에 예전보다 부양의 책임은 줄어든 것 같지만, 부양의 대상에서 자기 자신 역시 빠질 수는 없다. 

성년의 나이는 만19세라고 해도 경제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에서 완전한 독립은 40대가 되어서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의 독립은 내가 나를 먹여 살릴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고, 감정적인 면에서의 독립은 스스로의 감정을 책임지고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다.

흔히 마흔을 불혹이라고 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마흔 살부터 세상 일의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았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그건 공자라서 가능한 이야기고, 사십대가 되어도 미혹될 일은 얼마나 많은가? 
 
스트레스
 스트레스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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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국립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0, 50대가 일생 중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라고 한다(동아일보, 2022. 09. 19). 특히 업무 스트레스는 45세에 정점에 달해 직장에서 압박감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전 연구에서도 침팬지와 오랑우탄이 중년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하니, 중년의 스트레스와 젊음에 대한 상실감 역시 얼마나 큰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시기가 지나면 개인의 성장이 계속됨에 따라 심리적 고통은 줄었다 하니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는 걸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결코 불혹 될 수 없는 사십 대를 어떻게 용기 있게 살아나가야 할까? 미혹되는 감정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해도, 감정을 조절하고 정화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사십 대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져서 주름이 생기고 자국이 잘 없어지지 않아, 자주 짓는 얼굴 표정이 마치 문신처럼 얼굴에 남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얼굴에 남아 나의 인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인데도 어딘가 화가 난 듯한 혹은 못마땅한 느낌을 자아내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을 거리에서 종종 우연히 마주치곤 한다.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나 역시 누군가에게 찌푸린 표정을 남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한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표정과 인상 역시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부정적 감정을 덜어내고 컨트롤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문제는 그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뇌의 정보처리 상태를 의미하며 뇌과학적으로는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고 한다. 마음은 '현상'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강하게 만들거나 단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뇌과학자 도마배치 히데토는 저서인 <뇌과학자가 싫은 기억을 지우는 법>에서 뇌의 구조와 특성을 이용해 벗어나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뇌는 강렬한 분노나 슬픈 감정이 동반된 체험을 했을 때 더 잘 기억하는데, 그것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뇌과학적으로 마이너스 기억은 인간으로부터 살아가는 힘을 빼앗진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기억능력 때문에 인간은 삶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큰 고통을 느낀다. 이러한 기억통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뇌가 기억을 어떻게 입력하고 출력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억의 입출력에는 해마와 편도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해마는 단기기억을 저장할 뿐 아니라 측두엽으로 사건을 전송하여 장기기억을 입출력하는데 기여한다. 편도체는 그 과정에서 해마를 관리하여 기억을 증폭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해마와 편도체의 활동이 반복된 결과가 지성을 관장하는 뇌인 전두전야에 인식의 패턴을 만든다. 즉 싫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해마와 편도체 그리고 전두전야에 만들어진 인식의 패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마를 둔감하게 만들거나 해마 보다 우위에 있는 전두전야에 개입해 해마-편도체의 작용을 변화시키면 싫은 기억에 대한 인식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

감정이 기억에 의해서 생기고 기억은 뇌의 작용을 통해 저장된다는 것을 이해하니, 희망이 보였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히데토의 조언 중 하나는 싫은 기억에 강렬한 긍정적인 감정을 결합하는 것이다. 감정을 특정한 정보에 결합시키는 앵커링을 통해 트리거를 당기면 예를 들어, 액세서리를 만지거나 사진 등 휴대가능한 물건을 바라보는 것 등을 통해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면 싫은 기억이 불시에 떠오르는 편도체의 증폭작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니 시야가 트이는 것 같았다.
 
새해 일출
 새해 일출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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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하여 알게된 후 안도감을 느꼈다. 두려움이란 것은 어떤 문제를 자기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것일 테니까. 막연하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거나 힘을 내라는 말 대신 뇌의 작용을 기억한다면, 해마와 편도체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오기 전에 전두전야를 개입시켜 감정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얼굴에 부정적인 감정의 얼룩이 남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만 마흔 하나, 중년의 초입에서 쉽지 않지만 중요한 목표가 생겼다. 내 얼굴에 책임을 지는 사십 대가 되겠다는 것. 새해, 흰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먹듯,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다시 주어진 도화지를 그려나가고 싶다. 

태그:#40대, #불혹, #새해, #뇌과학, #뇌과학자가싫은기억을지우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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