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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해 12월 23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게 보낸 '민간단체등록 직권 말소 통지서'.
 서울시가 지난 해 12월 23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게 보낸 '민간단체등록 직권 말소 통지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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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촛불중고생시민연대를 비영리민간단체에서 등록 말소한 이유가 '현 정권 퇴진 촛불집회 개최 등'이었지만, 이 처분에 대해 '사실을 오인한 법령 위배' 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퇴진" 요구가 '선출직 후보(자)' 반대 행위?... 법리 해석 달라

<오마이뉴스>는 10일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23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보낸 행정처분통지서를 살펴봤다. 서울시는 이 통지서에서 이 단체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말소 처분 원인으로 ▲특정 교육감 후보와 정책협약 체결 및 정책간담회 ▲특정 정당과 정책협약 ▲현 정권 퇴진 촛불집회 개최를 들었다.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말소가 된 단체는 법외단체이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협력해서 사업을 벌이는 것이 사실상 봉쇄된다.

서울시는 이 통지서에서 등록말소의 법적 근거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2조와 제4조를 내세웠다. 이 법은 제2조 3항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요건'으로 "사실상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아니할 것"을 규정하고 제4조에서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제2조에 따른 비영리민간단체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때에는 그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 정권 퇴진 촛불집회 개최' 등에 대해 '사실상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활동'으로 본 것이다.

서울시 인권담당관실 직원은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말소를 앞두고 진행한 지난해 11월 25일 단체 방문점검에서 "(촛불집회) 기사에 나오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라고 점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촛불집회가 등록 말소의 계기와 주요 내용이란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관련 기사 : [단독] 촛불중고생단체 찾은 서울시, '촛불집회 때문에 조사' 발언 논란 http://omn.kr/21tre ).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지난해 11월 6일 '윤석열 퇴진 중고생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지난해 11월 12일과 같은 달 19일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들의 촛불집회에서 비영리민간단체법에서 요건으로 제한한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없었다는 게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반박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동은 당연히 없었고, 이미 당선돼 대통령이 된 '윤석열 대통령'을 반대하는 행위가 '선출직 후보(자)'를 반대하는 행위도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 기간에 '선출직 후보자'를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으로 해석되는 법률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소속 학생들이 지난 14일 서울시의 탄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소속 학생들이 지난 14일 서울시의 탄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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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는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낸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말소 취소' 소장에서 "촛불집회 등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조치 등에 관한 의견 표명이므로 '특정정당이나 선출직 후보에 대한 지지 내지 반대'라는 주된 목적으로 한 행동이 결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이 단체 대리인인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는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중고생들의 두 차례에 걸친 촛불집회는 어느 한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고, 선출직 후보자를 반대하는 선거운동 차원의 행동도 전혀 아니었다"면서 "서울시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의 규정을 오인해 법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었는데도 말소 처분한 것은 법령 위배"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같은 통지서에서 말소 원인으로 든 ▲특정 교육감 후보와 정책협약 체결 및 정책간담회 ▲특정 정당과 정책협약에 대해서도 반박 의견이 나왔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후보에게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묻고, 정책협약을 승낙한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는 것은 다른 민간단체들도 많이 해온 활동"이라면서 "이런 활동을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동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지난해 3월 당시 오세훈 후보에게도 청소년 정책 관련 질문지를 보냈다. 그런 뒤 이 단체는 오 후보 휴대전화로도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오세훈 후보님.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공약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보내드리고 답변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오 후보님께도 저희가 정책질의서를 꼭 보내드려서 중고등학생들이 후보님의 공약을 보고 미래의 유권자로서 공약을 보고 모의투표를 행할 수 있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 오세훈 시장은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정책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촛불중고생연대, 오세훈에게도 "정책답변 달라" 문자 보냈지만...

이 단체는 지난해 5월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질의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63명의 시·도교육감 후보들에게도 보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준 곳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문태호 강원도교육감 후보 두 곳뿐이었다.

그래서 이 단체는 조 후보와 문 후보 등 두 사람하고만 정책간담회, 정책협약을 각각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를 문제 삼아 등록 말소 이유로 "특정 교육감 후보와 정책협약 체결 및 정책간담회" 내세운 것이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소장에서 "지난해 당시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선거에서 10여 개 정당과 63명의 교육감 후보 모두가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정책협약 제안에 응했다면 우리는 이들 모두와 정책협약을 맺었을 것"이라면서 "당시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목적은 중고생들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었지 특정 정당 후보나 교육감 후보의 당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촛불집회의 경우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은 선출직 후보였던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민간단체지원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면서 "또한 해당 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교육감 후보와 정책협약이나 정책간담회를 가진 것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지원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가 12일 오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 부근에서 윤석열퇴진중고생촛불집회 주최로 열렸다.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가 12일 오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 부근에서 윤석열퇴진중고생촛불집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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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중고생시민연대, #서울시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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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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