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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지혜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입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소속인 용혜인 국회의원과 함께 국정조사를 준비하며 새롭게 밝힌 사실과 앞으로 남은 과제 등을 정리했습니다. [편집자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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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혹한 참사를 겪고도 정치는 잔인했다. 참사 진상규명 요구로 도출된 국정조사에도 '정쟁'과 '방탄' 같은 꼬리표를 붙이기 바빴다. 여당은 국정조사 추진을 두고 민주당 당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고, 또 참사와 대통령을 엮으려는 '정쟁'을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이 숨지고, 유족들 절규는 커지는 데도 국정조사를 한다는 합의조차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정조사 특위 설치부터 본격적인 활동까지의 모든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국정조사 대상기관을 합의하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이후 11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했지만, 참사 발생 52일 만인 12월 21일이 되어서야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애초 45일 밖에 되지 않는 국정조사 기간 중 절반을 허비한 것은, 국정조사 관련 여야 합의에 '예산안 통과 이후'라는 단서 때문이었다. 국정조사 활동기간을 10일 연장하긴 했지만, 참사 예방과 수습의 책임 있는 정부 부처에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두 차례의 현장 조사, 두 차례 기관 보고, 두 번의 청문회를 17일 사이에 급히 진행해야 했다.

국정조사로 밝힐 수 있었던 것들 - 용산구청의 구체적인 무능함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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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대상 기관의 자료제출로 추가로 밝혀진 것은 무능과 안이함의 구체적 장면이었다. 소방이 최초 신고를 받은 10월 29일 밤 22시 15분, 이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유관기관에 연락을 돌렸고 해당 녹취록을 제출했다. 서울 용산구청에 22시 26분에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뒤이어 22시 29분에 다시 전화를 걸어 '이태원역 주변 압사 관련 신고가 많다'고 알렸을 때, 용산구청 상황실 직원은 해밀톤 호텔을 먼저 언급하며 알고 있다고 답한 것이 기록돼 있었다.

참사 발생 14분 후 소방의 전화를 받기 전 압사 신고를 '알고 있다'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참사 가능성을 예견했던 것이라면, 초동 대응을 잘 했다면 참사 자체를 막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용산구청 당직 일지에는 이 사항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이날 당직사령을 맡은 용산구청 직원은,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리에 출석해 당시 전화를 받은 직원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용산구청은 참사 이후 하지도 않은 대책회의를 했다고 허위 보도자료를 내거나 용산구청장을 포함해 총 4명이 휴대폰을 교체해 논란을 빚는 등,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이런 사실 역시 국정조사 자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정조사로 밝힐 수 있었던 것들 – 서울경찰청 인력배치, 왜 안 했나

참사 예방을 위해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던 것. 이 역시 참사 원인을 밝히는 주요 요소였다. 참사 초기부터 경찰 및 서울시 등은 주최 측이 없는 행사의 경우, 별도의 안전 대책 매뉴얼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서도 서울경찰청이 선제적으로 경찰 인력 배치를 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서울경찰청의 직무유기를 밝히기 위해 중요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국조특위에 제출한 '2022년 봄철 벚꽃 개화기간 경비·안전활동' 문서는, 서울경찰청이 안전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했던 적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적하자 기관보고에 참석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울 영등포구와 송파구의 기동대 요청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다시 '주최 측' 규정 뒤에 숨은 것이다. 하지만 그 문서를 통해, 영등포구와 송파구 외의 벚꽃 축제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은 다른 지자체에도 경찰 인력이 배치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송파구는 기동대를 요청한 적 없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이 수없이 쏟아진 압사 위험 신고에, 이를 치안상황실 운영규칙대로 보고하고 대응했는지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소방청은 참사 당일 22시 18분에 공동대응 요청을 하며 참사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청 112상황팀장은 22시 59분에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참사 관련 경찰청의 앞선 보고와 충돌하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경찰청의 기관보고에는 참사 인지 시간이 '22시 18분'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이 참사 수습을 위해 움직인 최초의 시간은 23시 30분경이다. 112상황실의 이런 대응은, '참사를 늦게 인지해서 늦게 조치했다'는 식의 변명으로 빠져나가려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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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를 통해 밝힌 것 – 이상민 장관의 중대본 '지각' 설치 

별도로 꾸려진 경찰 특수본 조사결과의 가장 큰 한계는, '꼬리자르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윗선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달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 예정인 특수본은, 애초 참사가 발생한 뒤 참사의 초기 전파 및 수습 대응을 책임지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행정안전부 역시 재난안전법과 위기관리 매뉴얼에 나오는 대로 유관기관의 총력을 모았는지 등을 밝혀냈어야 했다.

그러나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재난 대응은 본연 업무가 아니라거나 안보를 이유로 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고, 1회 기관보고 외에는 여야가 청문회 출석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행정안전부에 여러 차례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나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을 설치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이끌어냈느냐 질의를 했으나, 이상민 장관은 '중대본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기관의 책임을 묻는 지난 6일의 두 번째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은 자신도 모르는 새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통상 매뉴얼 없는 참사의 경우, 행정안전부는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해야 한다. 다른 부서로 정하지 못할 경우,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된다.

참사 인지 직후 행안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했냐는 용혜인 의원 질의에, 이상민 장관은 처음엔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가 곧이어서는 '행안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었다고 답변했다. 관련법상 재난관리주관기관은 즉시 중수본을 설치해 참사 수습을 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 중대본 설치는 대통령 지시로, 참사 발생 4시간여 뒤에야 진행됐다.

즉, 중수본 및 중대본 설치는 재난안전법상 행안부 장관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 이유가 자의적 판단이든 혹은 무능 탓이었든, 이 장관은 참사 발생 직후 바로 설치하지는 않았다고 실토한 셈이다(오히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브리핑에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처럼 행안부 장관의 실책이 국정조사에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아직도 이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부족한 시간에도 '정쟁'과 '방탄'은 반복됐다. 국정조사 일부의 시간은 진상규명 질의보다 정부 인사의 해명으로 점철되거나 닥터카 논란 등으로 낭비되기도 했다. 특히, 이상민 장관은 자신이 참사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 중대본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여당은 그 시간보다 더 지난 시간에 벌어진 닥터카 논란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였다고 주장하는 등 '촌각'이 유불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은 국정조사의 과제

의미 있는 몇 가지를 밝혔다 해도 국정조사의 한계는 명확하다.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참사의 책임 있는 기관의 수장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기회는 없었다는 점이다.

유가족은 자신의 가족이 마지막이 어땠는지, 사망이 확인된 후에도 존중받았는지 궁금해 하지만 정부 기관은 여전히 답을 주지 못했다. 또, 유족 지원이라는 명분 하에 행했다고 알려진 시신 인도, 장례 지원 등에서도 정부기관과 유가족의 증언이 일부 엇갈리기도 했다. 12일 3차 청문회가 열리지만, 이상민 장관이 불참하기로 결정되면서 결국 한 자리에 모여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게 됐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참사 원인을 제대로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참사 이후 대응이 어땠는지도 명확히 밝혀져야 재발방지 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사고 아닌 참사가 되어버린 이유, 유가족의 온전한 권리가 보장받지 못한 이유가 뭘까. 이는 참사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 국정조사가 끝난 뒤에라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일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수사청사에 꾸려진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특수본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수사청사에 꾸려진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특수본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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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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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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