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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에 대한 국정원·경찰의 국가보안법 혐의 압수수색을 놓고 부산 지역의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
▲ “할 줄 아는 게 압수수색밖에 없냐, 윤석열 정부 규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에 대한 국정원·경찰의 국가보안법 혐의 압수수색을 놓고 부산 지역의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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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탄압, 노조탄압, 대공수사 복원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연이은 외교 참사, 일본과의 굴욕외교, 민생위기, 경제위기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틀어 막아야 하기 때문 아닙니까? 국민을 지켜야 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더니, 정권을 지키는 일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이다.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가 공안정국을 본격화하고 있단 지적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 시점과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대공수사권', '이태원 참사', '순방 발언' 논란

최근 국정원·경찰은 대대적으로 대공수사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경남, 제주 등에서 활동하는 진보 인사들에 대한 잇단 압수수색에 이어 새해 초인 18일에도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제주평화쉼터, 광주 전 노조간부 자택 등 전국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영장을 들이 밀었다. 이를 내세워 국정원이 민주노총 사무실로 전면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간첩단 사건', '내부에 지하조직', '북 공작원 만나' 등의 내용을 담은 단정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인용의 출처는 '방첩당국'이나 '수사당국', '공안부서' 등이다.
 
최근 국가보안법 혐의 사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정보원.
 최근 국가보안법 혐의 사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정보원.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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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 시도와 여론을 돌리기 위한 기획수사라는 주장이다. 국정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은 국정원법 개정으로 내년 경찰로 이관될 예정이고, 정부를 향한 이태원 참사 책임론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는 말로 후폭풍을 낳았다.

19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만난 부산 시민사회 인사들은 가릴 것 없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전위봉 사회대개혁부산본부 상황실장은 "전형적인 공안통치"라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전 상황실장은 "대공수사권 이전을 앞두고 이를 돌리려 하고 있다. 이태원·외교 참사 등 무능과 실정을 가리려는 의도도 보인다"며 "이념공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할 줄 아는 게 압수수색밖에 없냐?'라는 손팻말을 든 조명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부산지회장도 "권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국가보안법을 휘두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조 지회장은 "조작사건을 만들어 모든 사람을 보수의 울타리로 끌어들이려는 작태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도 "이번엔 더 도를 넘는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간부 등이 전날 이루어진 국정원 압수수색 규탄을 위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국정원 동원 노동탄?공안통치 부활 윤석열정권 규탄 민주노총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간부 등이 전날 이루어진 국정원 압수수색 규탄을 위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국정원 동원 노동탄?공안통치 부활 윤석열정권 규탄 민주노총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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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노조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장은 "159명이 희생당한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 없었던 공권력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군사독재 정권에서 써먹던 탄압, 마녀사냥에 굴복하지 않겠단 태도를 보였다. 조석제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16개 산별노조, 16개 지역본부 전체의 사안"이라며 "오늘 중집에서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을 결의하고, 윤석열 정부와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산의 2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민중행동(준)은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통해 입장문도 발표했다. "수사내용을 흘리고, 일부는 '지령' 등 무시무시한 단어를 소설처럼 써가면서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진다"라고 문제점을 짚은 두 위원장은 "위기탈출용 시대착오적 색깔론의 최후는 윤석열 정권의 수명 단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의 대응은 곳곳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의·진보·노동·녹색당 진보 4당이 중앙당 명의로 일제히 규탄 논평을 발표했고, 전국 82개 시민사회단체는 "노골적인 공안통치에 맞서 싸우겠다"는 긴급 성명을 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참여연대 등으로 꾸려진 국정원감시네트워크 역시 "윤석열식 공안통치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태그:#민주노총, #압수수색, #국정원,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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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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