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이 내린다. 이번엔 두텁게 내려 쌓이는 함박눈이다. 26일 새벽부터 내렸다는 눈이 이날 오후 2시가 되도록 그치지 않는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이촌한강공원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 자전거도로이고 어디가 보행로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촌한강공원에 전에 못 보던 조형물들이 잔뜩 들어섰다. 말뚝 위에 갈매기가 앉아 있는 조형물은 오래 전부터 보아온 것이고, 그 외에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조형물들은 오늘 처음 보는 것들이다. 겨우 몇 달 새, 풍경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줄은 몰랐다.
문득 머리 위로 새 울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까치 한 마리가 텅 빈 둥지가 얹힌 양버들 나뭇가지 위에 앉아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지난해 봄에 헤어진 제 어미를 찾는 것 같다. 눈이 내리면서 '길'을 잃은 게 사람뿐 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