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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선감학원은 소년 강제 수용소였다.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선감학원은 소년 강제 수용소였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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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세워져 40년간 운영된 소년 강제 수용소 선감학원(경기 안산 대부도)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관계자는 피해자 160여 명 중 70여 명이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 접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아직 접수하지 않은 피해자를 포함해 2월 중 160여 명 모두 소장 접수를 마칠 예정이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에서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10월 진화위는 선감학원에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됐다는 결정을 내리고, 총 166명을 선감학원 수용 피해자로 인정했다. 현재 70여명이 추가로 진실규명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진화위 결정에 따르면 선감학원 개원부터 폐원까지 수용된 아동 수는 5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 등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상당수의 아동이 사망했다.

선감학원 원아 대장에는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다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14명의 피해자를 비롯해 총 24명이 사망자로 기록됐다. 하지만 생존자들 증언에 따르면 실제 사망자는 15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관련 기사: "선감학원 사건, 공권력 의한 인권침해"... 경기도 공식사과 https://omn.kr/2191e).

진화위는 "국가는 권위주의 시기 위헌·위법적인 부랑아 정책을 시행했기에 선감학원 수용 아동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고, 직접 운영한 경기도는 1982년 선감학원이 폐쇄될 때까지 선감학원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소송을 대리하는 민변은 소장 등을 통해 "피해자들은 국가의 위헌·위법한 부랑에 정책으로 인해 불법 체포되어 불법 구금시설에 강제 구금돼 강제 노동, 구타,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면서 "이로 인해 현재까지 불면증, 자살시도, 가정폭력, 문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폭력 피해로 인한 가족폭력,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 등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수용 당시 연고자와 연락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신원이 변경되어 강제 실종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소거를 당했다"라며 "대한민국과 경기도는 수용 과정뿐 아니라 시설 내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방조, 사후 진실 은폐, 책임회피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이 권위주의 정권의 정권 안정화를 위한 공포정치였음을 규명하고, 어두운 역사이지만 법원의 판결을 후대에 남겨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고자 한다"라고 소송 이유를 강조했다. 

"국가 차원 사과하고 알아서 배상하면 좋으련만..."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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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피해자들은 피해자임이 입증됐는데도 국가 차원의 사과와 자발적인 배상이 없다며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피해 당사자 허일용(68)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인 진화위에서 우리를 피해자라 결정했으면, 국가가 사과하고 알아서 배상하면 좋겠다. 이렇게 소송을 하게 돼서 씁쓸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2021년에 육종암 4기 판정을 받아 현재 치료 중이다. 북망산 가는 열차에 올라탄 것인데 완행인지 급행인지는 하늘만 알 뿐이다. 나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송 중에 갈(죽을) 수도 있으니, 소송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피해자 우홍근(76)씨 역시 "국가에서 그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고 가 고생시켰으면, 당연히 알아서 손을 써 해 줬어야지, 이제와서 개개인이 왜 소송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관련 기사] 
무덤 탈출 꽃신의 증언 "우린 사람이 아니었다" https://omn.kr/ok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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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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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감학원, #손해배상청구,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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