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의 주요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의 주요 장면 ⓒ SBS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4일 방영된 제10회에선 좌천, 대기발령 당한 검사 황기석(박훈 분)이 사채업자 장인 명 회장(김홍파 분)에게 등을 돌리고 은용(이선균 분)과 손잡는 파격 전개가 눈길을 모았다.  

​앞선 9회에서 가까스로 살인 혐의 누명을 벗고 풀려난 은용이었지만 죽마고우 이진호(원현준 분)가 중요한 장부를 얻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이에 대한 복수심 하나로 여기까지 온 은용은 조카 장태춘 검사(강유석 분)와 잠시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명 회장에 대한 칼날을 예리하게 다듬어 나간다. 

​반면 한동안 잘 나가던 황기석은 하나 둘씩 자신에게 등 돌리는 주변 사람들, 특히 사위를 그저 본인의 돈장사를 위한 도구 취급을 하는 명 회장의 태도에 모멸감을 느낀다. 권력자들도 한 번에 쓰러 뜨리는 등 거침 없던 검사였지만 이젠 끈 떨어진 신세에 불과한 황기석은 어떤 선택을 할까?

공정하지 못한 법과 돈의 결합
 
 SBS 금토드라마 '법쩐' 오프닝 시퀀스

SBS 금토드라마 '법쩐' 오프닝 시퀀스 ⓒ SBS

 
​<법쩐>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 드라마의 내용, 주제를 함축적으로 다루고 있다. 검정, 빨강, 흰색 등 최대한 단순하게 그려진 그래픽으로 처리된 장면 속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등장한다. 각종 조형물로 친숙한 이 그림은 한 손에는 칼,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고 눈을 가린 여신의 형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법쩐> 속 여신이 든 저울의 한 쪽에는 여러 개의 동전이 쌓여져 있다. 당연히 무게추는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법과 정의는 그 대상이 누구이건 상관없이 공평해야 한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 것과 더불어 오해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눈을 가렸지만 결과적으로 법은 돈을 쥔 편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법쩐>이 지금까지 다뤄왔단 내용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돈을 쥔 사채 업자와 자금이 필요한 정치인 및 권력자들의 부정한 결탁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왔다. 이는 그저 드라마 속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실이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이에 맞선 은용과 박준경 전 검사(문채원 분) vs. 장태춘 검사는 같은 목표물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복수 혹은 심판에 나선다. 

"영리하지 못한 정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지난 4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의 주요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의 주요 장면 ⓒ SBS

 
벼랑 끝에 몰린 황기석은 끝내 은용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특히 사냥개 취급하는 장인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했던 그는 결국 살기 위한 방법으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에겐 돈도 중요했지만 권력, 힘이 더 소중한 존재였다.  

이에 야당 정치인이 마련한 기자회견 자리에 깜짝 모습을 드러내면서 내부고발자 자격으로 기자들 앞에서 "이 자리를 빌려 윤 회장님(김미숙 분)께 사죄드린다"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 내부고발자로서 명예로운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등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가 정말 반성을 했을까?  

​반면 이 내용을 알게 된 조카 장태춘은 삼촌 은용을 찾아가 "도대체 뭐 어쩌라는 거냐. 황기석이랑 손 잡을 거냐"라며 거칠게 따져 물었다. 이에 장태춘은 "간단한 싸움도 못 이기면서 뭘 해?"라고 반문한다. 이어 "영리하지 못한 정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라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장태춘과는 다른 방식을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두 사람의 갈등은 다음주 진행될 11회와 마지막회의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같은 목적, 다른 방식...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
 
 지난 4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의 주요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의 주요 장면 ⓒ SBS

 
​장태춘은 법, 권력 등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고 악을 비호하는 데 쓰이는 걸 뼛속까지 느끼는 인물이었다. 배신의 칼날을 등 뒤에서 맞아보기도 했던 그로선 비록 편법과 의롭지 못한 방법이었지만 한때의 숙적, 황 검사와 손잡고 최종 목표인 명 회장의 숨통을 조이기로 한 것이다. 이는 억울하게 어머니를 잃은 박준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장태춘 검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황 검사에게 모욕도 당해왔던 인물이지만 그는 여전히 법이야말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도 믿어왔다. 이에 변변한 조직 내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상일 계장(최덕문 분)과 함께 원칙에 의거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갑작스런 황 검사의 기자회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장 검사는 삼촌 은용과 갈등을 빚으면서 법과 원칙으로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두 사람의 선택은 판이하게 달랐다. '끝판왕'급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 은용은 한때의 적이자 또 다른 악과 손을 잡았다. 이러한 갈등은 <법쩐>의 재미를 키우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불의와 맞서기 위해선 때론 정의롭지 못한 방법도 필요한 것일까"?라는 문제 제기는 원칙이 무너진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이날 명 회장은 사위 황 검사를 향해 "센 놈이 돈을 쥐는 게 아니고 돈 쥔 놈이 센 놈이다"라고 소리친다. 지금까지의 '센 놈'은 분명 명 회장이었다. 하지만 진짜 센 놈은 이를 때려 잡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은용과 장 검사가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법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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