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에 빠졌던 선두 우리은행이 박지수가 없는 KB를 제물로 연패에서 탈출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원은 5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KB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서 69-59로 승리했다. 지난 1월 30일과 2월 2일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덜미를 잡히며 시즌 개막 후 첫 연패에 빠졌던 우리은행은 박지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한 KB를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19승4패).

우리은행은 이날 개인통산 700개의 3점슛을 성공시킨 박혜진이 13득점6리바운드5어시스트1스틸을 기록했고 김단비도 3점슛 5방을 포함해 19득점7리바운드7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날 박지수가 없는 KB의 골밑을 휘저으며 우리은행의 완승을 이끈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24득점16리바운드2어시스트1블록슛을 기록한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2000년생 장신가드 박지현이다.

포지션 파괴가 가능한 장신가드들
 
 박지현은 프로 입단 후 4시즌을 보냈지만 아직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적은 없다.

박지현은 프로 입단 후 4시즌을 보냈지만 아직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적은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미프로농구 NBA의 LA레이커스에서 활약하며 5번의 챔프전 우승과 3번의 정규리그 및 챔프전 MVP, 4번의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던 매직 존슨(LA다저스 공동 구단주)은 206cm의 장신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떨쳤다. 실제로 매직 존슨은 루키 시즌 필라델피아 76ers와의 챔프전에서 센터 카림 압둘자바가 부상을 당하자 센터로 활약하며 파이널 6차전에서 42득점15리바운드7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랜도 매직에서 샤킬 오닐과 콤비를 이루며 1994-1995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를 꺾었던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 역시 201cm의 신장을 자랑하는 포인트가드다. 비록 잦은 부상 때문에 농구팬들의 기대만큼 위대한 커리어를 쌓진 못했지만 전성기 시절에는 그랜트 힐과 더불어 마이클 조던의 뒤를 이을 NBA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불리던 최고의 유망주였다.

사실 가드라는 포지션은 신장이 작은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알려졌지만 반드시 작은 선수만 가드 포지션을 맡아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쳤던 '천재가드' 전주원(우리은행 코치) 역시 176cm로 성인농구에 데뷔한 1990년 당시엔 상당히 신장이 좋은 포인트가드였다. 실제로 전주원은 외곽과 골밑을 넘나들며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여자농구 최고의 가드로 군림했다.

전주원이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걷고 있던 2009년에는 여자프로농구에 전주원을 능가하는 신장을 가진 가드가 등장했다. 고교시절부터 매년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던 178cm의 장신가드 박혜진이었다. 프로 입단 초기 '만년 꼴찌' 우리은행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은 박혜진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리그 최고의 가드로 떠올랐고 5번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드디어 WKBL 역사상 처음으로 180cm의 신장을 가진 가드 자원이 등장했다.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은 온양여고의 윤예빈이었다. 윤예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십자인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지만 지난 세 시즌 연속으로 3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주전가드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윤예빈은 여전히 삼성생명과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 장신가드 유망주로 꼽힌다.

박지수 없는 KB 골밑 휘저은 우리은행 장신가드
 
 박지수가 없는 KB에서 183cm의 박지현을 제어할 선수는 없었다.

박지수가 없는 KB에서 183cm의 박지현을 제어할 선수는 없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숭의여고 출신의 박지현은 176cm의 전주원,178cm의 박혜진,180cm의 윤예빈을 능가하는 183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가드다. 물론 박지현은 고교 시절부터 특정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모든 포지션을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단 4.8%의 확률을 가진 우리은행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뽑으면서 박지현은 명문 우리은행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년 차 시즌부터 우리은행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박지현은 3년 차였던 2020-2021 시즌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했다.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경기당 평균 36분44초를 소화한 박지현은 15.37득점10.40리바운드2.93어시스트1.70스틸1.23블록슛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리바운드와 스틸,블록슛 1위, 득점과 어시스트 3위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2000년대생 선수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12.66득점6.93리바운드3.14어시스트로 잠시 주춤했던 박지현은 이번 시즌 다시 15.23득점8.41리바운드4.45어시스트로 우리은행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다. 비록 스틸(1.00개)과 블록슛(0.32개) 등 수비지표는 다소 하락했지만 어시스트와 2점슛 성공률(55.2%), 3점슛 성공률(31.9%), 자유투성공률(83.6%)은 모두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3점 시도가 37회에 불과했던 루키 시즌 제외).

지난 2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인대 부상으로 결장하며 팀의 2연패를 벤치에서 지켜봤던 박지현은 5일 KB전에서 코트로 복귀해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38분40초 동안 코트를 누빈 박지현은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4득점1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B의 골밑을 지배했다. 이날 KB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한 선수는 나란히 5개를 잡아낸 허예은과 강이슬, 김소담으로 박지수가 없는 KB에서 박지현을 제어할 선수는 없었다.

박지현이 프로에 입단한 후 우리은행은 지난 네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91승31패, 승률 .746라는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박지현은 프로 입단 후 챔프전 우승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게 두 번이나 덜미를 잡혔고 지난 시즌엔 챔프전에서 KB에게 3연패를 당했다. 따라서 박지현은 이번 시즌 자신의 힘으로 프로 데뷔 첫 챔프전 우승을 이끌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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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우리원 박지현 장신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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