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상처 때문에 남편에게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아내, 그런 아내의 구박에 매일같이 눈치를 보고 사는 남편에게 숨겨진 비밀까지, 2월 6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이겨야 산다-정글부부' 편을 통하여 별거와 재결합을 거치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결혼 13년차 신승 호-조은주 부부는, 걷기 동호회를 통하여 처음 만나서 서로에게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려서 어느덧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의 부부는 그동안 부부상담을 이미 40-50여회나 받았고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고백했다. 부부는 오은영과의 상담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남편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만 생각하고 아내와 좋은 관계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아내는 "너무 힘들어서, 살려고 나왔다. 남편은 과거를 묻어두고 싶다고 하지만, 저는 과거의 일을 떨쳐내기 힘들어서 남편과의 관계가 진전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 개선을 위한 의지는 같지만 미묘한 온도차이를 드러냈다.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액세서리 수출회사 CEO로 일하고 있는 아내는, 커리어우먼답게 매사 똑부러진 일처리와 추진력이 돋보였다. 하겠다고 결심한 건 당장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아내는,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도 집안에서 온갖 궂은일을 혼자서 척척해냈다.
 
아내는 남편과 별거 기간 중 힘든 일을 도와줄 남자가 없다는 서러움을 느꼈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때부터 뭐든지 혼자 알아서 하려는 습관이 몸에 뱄다고 고백했다.
 
포토그래퍼로 근무하는 남편은 일을 마치고 귀가하여 아내와 집안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소한 문제로 언쟁이 붙었다. 아내는 남편이 무슨 이야기를 하던 시종일관 가시돋힌 반응을 보이며 불만을 드러냈다. 남편은 그러한 아내의 반응에 시종일관 눈치를 보기 바빴다. 급기야 '과거' 이야기가 소환되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부부는 2년 동안 별거했고, 힘들게 재결합했다. 재결합을 결정한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남편은 "과거에 제가 아내에게 잘 못했다. 그래서 항상 아내의 눈치를 살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아내는 싸울때마다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미안하고 할말이 없어지니까,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 아내와의 대화를 피하게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남편은 집에서 늦은 시간 직접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것까지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남편은 "솔직히 아내가 조금 무섭다.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아내 기분이 어떨까 조심하고 눈치를 살피게 된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를 지켜보는 '감독관'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둘만의 대화를 시도했다. 이야기는 또다시 과거의 일로 옮겨갔다. 부부의 요청으로 방송에서 자세한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음주와 가정폭력 문제 등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아내는 "12년 결혼생활 동안 7년을 나를 힘들게 했다. 그때 너무 무서워서 이 사람과는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놓고 또 하는 거냐. 당신은 항상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끄집어낸다"며 서운함을 드러냈고, 아내는 "우리 사이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다. 그게 해결이 안 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내는 "그래서 힘드니까 같이 살지 말자고 했지 않나. 당신이 감당하겠으니 재결합하자고 해놓고는 지금 못하고 있지 않나"고 남편을 탓하면서 "당신보다 내가 더 힘들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거다. 항상 내편이고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그런 마음과 행동을 보였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은 아내로부터 별거 통보를 받았을 당시 "아내에게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되게 많이 후회했다. 그때부터 저한테는 새로운 고통이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아내에게 '과격한 행동'을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저도 많이 지쳤던 것 같다. 당시 아내와 오랫동안 냉담하게 지내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라며 "아내에게 내가 이런 상태라는 것을 알리고 나를 자극하거나 투명인간처럼 무시하지 말아달라는 절망감을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오은영은 "모든 걸 고려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남편의 행동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가정폭력'"이라고 단호하게 정의했다. 이어 오은영은 부부가 함께 이후로 그 문제를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했는지 질문했다. 남편은 별거 기간에도 아내에게 지속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아내는 재결합이 후 남편이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본인도 최대한 마음을 다잡으려다가도 여전히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잡는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잘하고 싶다가도 남편에게 말이 좋게 나오지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오은영은 "아내는 남편을 괴롭히거나 복수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과거 남편의 모습에서 느꼈던 공포감 때문에 남편에게 항상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아내의 지적과 판단에 위축되고 눈치를 보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
 
2일차에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캠핑에 나섰다. 남편은 집밖에서도 계속해서 아내의 눈치를 봤다. 저녁에 대화를 나누면서 남편은 체력적인 부담을 호소하며 조심스럽게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편은 "경제적인 부분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아내는 "과거에도 두 번이나 프리랜서를 해보지 않았냐"며 남편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과거에도 남편이 돈을 벌지 못하는 기간에는 아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고. 아내는 "12년 결혼생활 동안 남편이 생활비를 준 기간은 3년 밖에 안 된다"고 꼬집으며 "뿐만 아니라 남편의 사업자금으로 들어간 돈만 2억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아내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해주고 안 믿어주겠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운함을 표시했고, 아내는 "옛날에도 빚을 혼자 갚느라 버거웠는데 그런 시기를 또 겪고 싶지 않다"며 질색했다.
 
심지어 부부는 오은영과의 상담 중에도 대립했다. 남편의 프리랜서 전향과 사업 문제에 대하여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던 중, 남편은 "아내의 언행이 공격적으로 느껴진다"라고 지적했다. 아내는 남편이 오은영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한숨을 쉬며 무언가를 틈틈이 메모했고, 자신의 차례가 되자 단호하게 반론을 이어갔다.
 
남편은 "나를 공격하고 반박할 말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며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하여 아내는 "남편과 대화가 안 된다고 느낀다. 의도와 달리 남편은 기분나쁘게 받아들인다. 남편이 자격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하, 김응수 등 패널들은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남편에게 일반 직장보다 더 바쁜 일상과 경제적 불확실성 등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오은영은 "의욕과 의지는 좋지만 부부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많은 생각과 대화가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조언했다. 부부의 갈등에는 이러한 경제적 불균형도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아내의 소득이 남편보다 높아질 때 이혼 위험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는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아내는 과거에 남편 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중고를 겪으면서 "아이들에게 먹고싶은 음식도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아내가 돈과 일, 회사 문제에 집착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진짜 이유였다. 또한 정작 우울증이 극에 달했을 때 느꼈을 때 남편의 무관심하고 차가운 반응은 더 큰 상처가 됐다고.
 
오은영은 아내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굉장히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이다. 나의 일은 내가 해결한다는 책임이 강하다"라고 분석하며 "이런 성격이 장점도 되지만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면 힘들어서 견디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인정하며 "그게 바로 남편"이라고 지목했다. 아내의 시각에서는 남편처럼 책임감이 부족해 보이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오은영은 "아내의 성격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더 큰 무력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게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또한 남편은 알고보니 또다른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남편은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두려움을 느껴야했던 순간들을 고백했다. 오은영은 "가정폭력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과 정서상태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닮아간다. 나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에서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을 학술적 용어로 '공격자와의 동일화'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솔루션으로 "나와 상대를 함께 이해하는 과정을 해나가야 한다. 상대의 변화만을 요구하면 관계회복은커녕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라고 조언했다. 별거 기간이 남긴 상처는 부부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큰 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오은영은 "부부간의 '솔직한 이야기'에는 아이들에게 별거 과정에 대한 솔직한 상황 설명과 사과도 포함되어야 한다"라며 "이 문제를 좋게 끊어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남편의 장점과 노력을 되도록 인정해주는 화법을, 남편에게는 본인의 장점인 요리와 사진촬영 능력을 활용하여 가족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부부는 긴 상담 끝에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망설이다가 먼저 말을 꺼낸 아내는 "당신의 아픔을 깊이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당신이 나를 괴롭히거나 싫어하는줄 알고 힘들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앞으로는 당신의 진심을 헤어려 가면서 애들과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나도 당신의 기분을 좀 더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 항상 웃을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남편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핀잔을 주지도 안는 아내의 달라진 태도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부부는 앞으로 부부간에 하고 싶은 말을 메모지로 붙이거나, 가족들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식으로 일상속에서의 작은 변화를 다짐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결혼지옥 부부상담 오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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