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10월 금호강 하중도 부근서 만난 아기 수달. 세 식구 중 한 아기 수달이 빤히 필자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호강 하중도 부근서 만난 아기 수달. 세 식구 중 한 아기 수달이 빤히 필자를 지켜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금호강에서 수달 가족과 조우한 건 정확히 지난해 10월 8일입니다. 그날 새벽부터 금호강 생태조사를 하다가 일출 무렵 집(서식처)으로 돌아와 집 앞에서 놀고 있는 아기 수달들을 만났고, 연이어 나타난 어미 수달까지 세 식구들과 정확히 조우했습니다(관련 기사 : 금호강 수달 가족의 간절한 외침 ... 홍시장님, 그냥 놔두세요).

물론 그 전에도 수달을 만난 적이 있고, 그 이후에도 수달을 만난 적이 있지만 다 다른 장소 다른 개체여서 이들 수달 가족의 소식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동안 다시 이들 가족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저의 출현이 자칫 그들의 평화를 깨치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애써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집 부근에서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금호강 하천환경정비사업 계획이 드러남에 따라 이들의 안부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둔치 정비 사업이 이들 수달 가족의 집 바로 옆에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상당한 교란요소가 발생해 수달이 거처를 떠나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8일 새벽 부랴부랴 길을 나서게 된 것입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출발해 금호강에 도착하고 보니 막 아침해가 떠오를 무렵이었습니다.

금호강의 찬란한 일출과 수달의 집
 
금호강의 일출. 아침해와 강과 새들이 멋진 풍광을 그려준디.
 금호강의 일출. 아침해와 강과 새들이 멋진 풍광을 그려준디.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수달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일출을 맞았습니다. 강변은 서리로 뒤덮여 하얗고, 물안개는 은은히 피어오르고, 산마루로 떠오르는 해를 마주했습니다. 산마루로 해가 떠오르고 그 빛이 금호강에 드리우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마침 찾아온 철새들이 강물 위에서 노닙니다. 그 자연스러운 풍광은 그야말로 작품이자 평화의 상징이었습니다.

"이 평화가 제발 그대로 유지되게 해주소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차츰 어둠이 걷히고 금호강의 아침을 그렇게 밝아왔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풍경 속의 평화가 그곳 금호강에 있었습니다. 

그제야 수달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해가 떠버려서 녀석들이 10월 그날처럼 나와줄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부랴부랴 길을 채촉해 녀석들의 집인 작은 하중도 앞에 자리를 잡고 출몰을 기다렸습니다.

30여 분을 그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만 녀석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순간 제 걸음에 놀란 고라니 두 마리가 후다닥 달아납니다. 녀석들도 야간 활동을 마치고 은신처에 숨어들었을 참이었을 텐데 그런 녀석들을 놀라게 해 미안했습니다.
 
금호강의 아침 풍경. 새들도 기지개를 편다.
 금호강의 아침 풍경. 새들도 기지개를 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큰고니 가족. 어미 둘에 새끼 유조 넷. 여섯 식구의 큰고니 가족이 금호강에서 평화롭게 유영하고 있다.
 큰고니 가족. 어미 둘에 새끼 유조 넷. 여섯 식구의 큰고니 가족이 금호강에서 평화롭게 유영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저 멀리서는 백로 한 마리가 오리들 무리로 날아와 기지개를 펴고 있고 하중도인 금호꽃섬 앞 왕버들 여러 그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줍니다. 마침 물닭과 비오리 부부는 저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고요한 금호강의 아침 풍경입니다.

두 번째 수달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했습니다. 물길을 따라 다시 걸어 나가 차를 몰고 제2의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는 도중 아침 산책을 나온 큰고니 가족을 만났습니다. 어미 둘에 새끼 유조 넷, 모두 여섯 식구의 대가족이었습니다.

나란히 도열해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금호강 곳곳에는 이렇게 큰고니(백조)들이 찾아와서 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금호강이 각종 겨울철새들의 낙원임은 이렇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태로운 금호강의 평화

그런데 이 평화가 지금 깨지려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에 의해서, 각 구청에 의해서, 심지어 환경부에 의해서까지 금호강 개발 사업들이 계획되고 혹은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북구청은 노인들의 여가 생활 증진이란 이유의 파크골프장 건설로, 환경부는 자전거길 증설 같은 하천환경정비사업이란 명분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녀석들의 존재 증명이 필요합니다. "여기 이렇게 이런 귀한 친구들이 살고 있으니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은 지양하자. 개발을 하더라고 최소한의 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기 위함입니다. 법정보호종인 녀석들과의 조우가 간절한 이유입니다.
 
수달이 놀다  간 흔적. 수달은 모래톱에 이런 흔적을 주로 남기며 영역 표시를 한다.
 수달이 놀다 간 흔적. 수달은 모래톱에 이런 흔적을 주로 남기며 영역 표시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수달이 잡아 먹다 남기고 간 잉어 꼬리 부분. 수달이 머물다 간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수달이 잡아 먹다 남기고 간 잉어 꼬리 부분. 수달이 머물다 간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렇지만 이날 끝내 수달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녀석들이 다녀간 흔적은 발견했습니다. 족적과 배설물을 통해서 이곳에 여전히 수달이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확인만으로도 안도하게 됩니다.

존재를 확인했기에 또다시 조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금호강은 이렇게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수달의 집입니다. 또한 먹이 사냥터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금호강을 기반으로 살아갑니다. 금호강은 그들의 생존의 토대입니다. 금호강이 온전히 지켜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달서천 합류부 모래 언덕에서 백로와 왜가리들이 막 잠에서 깨어났다. 긴 하품을 하고 있다.
 달서천 합류부 모래 언덕에서 백로와 왜가리들이 막 잠에서 깨어났다. 긴 하품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저 멀리 달서천 합류부에서 왜가리 몇 마리가 긴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합니다. 이렇게 금호강의 하루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수달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생명들이 금호강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풍경에서 인간은 단지 이방인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방인이 지금 주인 행세를 하려고 마치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금호강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산책로 사업이니 파크골프장이니 자전기길이니 하면서 말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금호강은 수달을 비롯한 야생의 친구들의 집입니다. 그들의 집을 앗아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집 앞에서 소란스러운 행위를 해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저 인간들은 이방인답게 조용히 그곳에 머물다 사라지면 됩니다.
 
금호강의 아침 풍경. 왕버들 군락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호강의 아침 풍경. 왕버들 군락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시민 이용 중심의 금호강"이란 금호강 르네상스의 슬로건이 얼마나 잘못됐으며, 금호강의 평화를 해치는 구호인지는 이른 아침 금호강을 찾아보면 압니다. 인적이 드문 금호강은 그야말로 야생의 존재들이 주인임을 알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날 비록 수달과 직접 조우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금호강의 속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들의 평화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그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함께하면서.
 
금호강에 평화를!. 이 평화가 영원토록 지속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금호강에 평화를!. 이 평화가 영원토록 지속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과 우리강을 다니면서 우리강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취재를 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르네상스, #홍준표, #수달, #낙동강유역환경청, #평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