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13 13:24최종 업데이트 23.02.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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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기자말]

플라스틱 재활용의 단계 ⓒ 김해시


2020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57조 31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2% 늘어났다. 온라인쇼핑 중 가장 높은 모바일 이용 비율을 보이는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은 2020년 기준 17조 3342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78.1%나 성장했다.[1]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의 성장은 더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로 이어진다. 코로나19 발생 후인 2020년에는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 하루에 97.3톤의 생활계 플라스틱을 더 배출했다.[2]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갑자기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량은 꾸준한 증가세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보완적으로 재활용을 늘려 자연부하를 줄이는 과도적 해법이 동원된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4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발생단계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2020년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하루 2334.9톤이 발생하는데 처리에 5톤 트럭 약 742대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분리수거 단계이다. 국내 플라스틱 분리수거는 크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분리수거 시스템과 폐플라스틱을 수집하는 민간수집상으로 구분된다.

세 번째 단계는 수집운반단계로 두 번째 단계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선별, 압축한 후 중간처리 업체로 운반하는 단계이다.[3] 마지막은 플라스틱 재활용의 최종 공정을 진행하는 단계이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기물을 플라스틱 성질을 유지한 채 재생 원료로 만드는 물리적 방식으로, 수거 후 파쇄, 선별 및 분리, 가공 및 성형 과정을 통해 펠릿이나 플레이크로 만든다. 

이러한 물리적 재활용 외에 폐플라스틱을 탄화수소 등의 성분으로 분해하여 다시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이 부분적으로 사용된다.[4] 화학적 재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폐플라스틱을 400~500℃ 고온으로 끓여서 만드는 열분해유로 SK지오센트릭, LG화학, 롯데케미칼, GS칼텍스, 한화솔루션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이 이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5] (관련 기사 :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석유를 뽑아낸다고?)

대기업이 재활용에 주목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의 핵심인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기존 폐플라스틱 수거 방식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거 체계를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집하기 힘든 폐플라스틱과 관련하여 세계 곳곳에서 혁신적인 수거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실행되고 있다. 
 

산업용 자율수상선박 워터샤크 ⓒ 랜마린 테크놀로지


네덜란드 기업 '랜마린 테크놀로지'는 수상 드론을 이용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올리버 커닝엄과 리처드 허디맨이 공동창업한 랜마린은 해양 및 수상 환경에서 작동하는 산업용 자율수상선박(ASV, Autonomous Surface Vessel)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기업이다. 랜마린이 생산하는 ASV 제품 라인은 워터샤크와 텐더샤크로, 워터샤크가 수상 폐기물 수거를, 텐더샤크는 경량 화물 운송을 담당한다.[6]
   
워터샤크는 길이 157cm, 높이 52cm, 너비 109cm에 무게가 72kg이다. 최대 3km/h 속도를 내는 워터샤크는 태양전지로 구동되며 한번 충전 시 8시간 정도 작동한다.[7] 하루에 500kg의 해양 폐기물을 수거한다. 비좁은 공간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존 수상 폐기물 수거방식과 차별된다.

강가에는 물의 흐름이 모이는 곳에 쓰레기가 막히는 병목이 발생한다. 수상 폐기물은 물의 흐름에 따라 이곳에 모이게 되는데 워터샤크는 이 좁은 공간에서 폐기물을 모으는 데 유리하게 제작됐다. ASV를 사용한 수상 폐기물 수거는 비용이 저렴하고 유지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워터샤크에 부착된 여러 센서를 통해 수상 환경을 데이터화해 관리할 수도 있다. 실제 랜마린은 ASV를 활용해 바이오매스 제거와 수질 관리를 실행한다.[8][9]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 없애겠다는 프로젝트
 

오션 클린업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모습 ⓒ 오션 클린업


2013년 설립된 '오션 클린업'은 엄청난 규모의 해양 쓰레기 수거를 목표로 한 야심만만한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이다.[10]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을 없애겠다는 지구 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장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로 명명된 곳으로 각지에서 유입된 해양 쓰레기가 북태평양 해류를 따라 모여들어 원형으로 순환하는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쓰레기 섬이다.

면적은 160만㎢ 이상으로 추정되며 대한민국 영토의 16배에 달한다.[11] 국제 해양환경단체 '오션 컨저번시'는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밝혔다. 1분마다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뉴욕시 쓰레기 트럭 한 대가 바다에다 쓰레기를 투기하는 것과 같은 양이다.[12]

어마어마한 크기의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청소하기 위해 '오션 클린업'은 거대한 인공 해안선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U자형 장벽 형태의 인공 해안선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은 4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표적하는 단계로 '오션 클린업'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류에 의해 폐플라스틱이 모이는 '고농도 핫스팟'을 찾아내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포집이다. 선박이 이끄는 U자형 인공 해안선이 '고농도 핫스팟'에서 움직여 플라스틱 폐기물을 망에 담아낸다. 포집 단계를 거치면서 인공 해안선의 중심부에 해양 폐기물이 꽉 차면 세 번째 단계인 추출이 진행된다. 인공 해안선의 특정 부분에 모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폐기물 수거용 선박에 옮겨져 보관된다.

마지막은 수거한 해양 폐기물을 육지로 옮겨 재활용하는 단계이다. 해양 폐기물은 업사이클 방식으로 재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개당 199달러에 팔리는 '오션 클린업 선글라스'가 있다.[13] 선박 10대를 이용해 반복해서 이 작업을 수행하면 2040년까지 GPGP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90%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오션 클린업'은 예측했다.[14]
 

오션 클린업 선글라스 ⓒ 오션 클린업

 
'오션 클린업'은 바다뿐 아니라 강에서도 폐플라스틱을 제거하고 있다. 강은 폐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주요 통로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0개 강을 통한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유입이 강을 통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유입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션 클린업'은 이 1000개 강에서 폐플라스틱 유입을 막는다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15]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강어귀가 바다보다 한층 수월하다. 하구에 그물을 펼친다면 손쉽게 강 전체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할 수 있다.

'오션 클린업'은 하구를 막아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장치인 '인터셉터 솔루션'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인터셉터 솔루션은 '인터셉터 오리지널', '인터셉터 배리어', '인터셉터 텐더', '인터셉터 트래쉬펜스'의 네 가지 아이디어로 구성된다.

'인터셉터 오리지널'은 수거형 선박을 통해 하천 위의 폐기물을 수거한다. 태양전지로 동력을 얻는 수거형 선박이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강 위의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들을 거둬들인다. '인터셉터 배리어'는 '오션 클린업'이 바다에서 하듯 U자 모양의 장벽을 활용한 아이디어이다. '인터셉터 배리어'를 통해 수집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인터셉터 텐더'라고 불리는 수거선을 통해 모아 운반한다.

하천을 자유롭게 운항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인터셉터 오리지널'과 달리 '인터셉터 텐더'는 U자형 장벽을 통해 모인 폐플라스틱을 적재하여 운반하는 데에 최적화하였다. '인터셉터 트래쉬펜스'는 눈사태 보호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폐기물 수집형 체인 울타리이다.[16]

폐플라스틱 이용해 빈곤층에 재기 기회 제공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상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플라스틱 뱅크 ⓒ 플라스틱 뱅크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를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며 진행하려는 노력 또한 존재한다. 사회적 기업 '플라스틱 뱅크'는 영어 뜻 그대로 플라스틱 은행이다. '플라스틱 뱅크'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제3세계 지역의 거주민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그들이 해안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게 하고 그 대가로 필요한 생필품, 재화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을 저지하듯 바닷가에서 같은 작업을 펼친다. 현재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라질, 이집트에서 지역민의 쓰레기 수거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카메룬과 태국 등으로 수거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17][18]

데이비드 카츠와 숀 프랭크슨이 2013년 창업한 '플라스틱 뱅크'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19] 페루에서 처음 사업을 개시한 '플라스틱 뱅크'는 플라스틱병을 수거한 사람에게 그 대가로 직접 현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생필품 및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폐플라스틱을 모아온 빈곤층 주민에게 단지 돈을 지급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전환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역점을 둔다. 그렇기에 '플라스틱 뱅크'는 소액 대출 혹은 3D 프린터를 이용한 여러 물품 제공 외에 학비, 의료 보험, Wi-Fi, 의약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20]

보상은 재화나 서비스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토큰 형식으로 제공되며, 폐플라스틱 수거량 확인부터 보상 지급까지 모든 과정의 투명성과 불변성을 위해 자체 구축한 블록체인 시스템과 '플래스틱뱅크®'라는 일종의 지역화폐로 관리된다.[21] '플라스틱 뱅크'는 2013년 창업 이래로 2021년까지 플라스틱 병 약 20억 개를 수거했다. 무개로는 약 4000만Kg이다.[22]

'플라스틱 뱅크' 또한 기업이기에 수익을 낼 방식이 필요하다.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빈곤층에게 새로운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플라스틱 뱅크'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펠릿 같은 원료를 기업에 판매하면서 '소셜  플라스틱®'이란 브랜드를 사용했다. '소셜 플라스틱'은 수집된 폐플라스틱을 가공하기 쉬운 형태로 재활용한 것으로 PET, LDPE, HDPE 등의 형태로 제공된다.[23]

'소셜 플라스틱'을 지속해서 구매하며 '플라스틱 뱅크'의 가치에 지지를 보내는 기업이 많다. 미국 종합 생활용품 업체 SC 존슨, 독일 종합 생활용품 업체 헨켈, 이탈리아 포장 업체 카톤 팩, 독일 섬유 업체 어드반사 등이 '플라스틱 뱅크'의 열렬한 후원자이다. 카톤 팩은 100% '소셜 플라스틱'만을 원료로 포장재를 생산하는 업체이다.[24][25]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재활용을 훨씬 능가하는 양의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수거 체계로는 역부족이어서 플라스틱 폐기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펴본 대로 '오션 클린업'이 하듯 과도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밑을 채우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이 모든 긍정적인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게 뻔하다. 어떻게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플라스틱을 잘 수거할 수 있을지, 나아가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생산과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안신우·장가연 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1] 김고운, & 이혜진. (2022). 2022 코로나시대 폐기물 통계: 동향과 쟁점. 25.

[2] 김고운, & 이혜진. (2022). 2022 코로나시대 폐기물 통계: 동향과 쟁점. 43.

[3] https://www.gimhae.go.kr/01544/02643/01746.web

[4] https://www.chemidream.com/2576

[5]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42702.html

[6] https://www.ranmarine.io/products/wasteshark-3/

[7] https://www.ranmarine.io/products/wasteshark-3/

[8] https://www.ranmarine.io/solutions/biomass/

[9] https://www.ranmarine.io/solutions/measure-water-health/

[10] https://theoceancleanup.com/

[11] The Ocean Cleanup, Cleaning up the garbage patches

[12] Ocean conservancy, The Problem with plastics

[13] https://theoceancleanup.com/oceans/

[14] https://theoceancleanup.com/oceans/

[15] https://theoceancleanup.com/sources/

[16] https://theoceancleanup.com/rivers/

[17] https://edition.cnn.com/2019/11/15/world/plastic-bank-sustainable-brands-oceans-2019/index.html

[18] https://plasticbank.com/faq/about-plastic-bank

[19] https://everwideningcircles.com/2019/08/18/plastic-bank-creating-social-plastic/

[20] https://www.plasticstoday.com/entrepreneur-looks-reduce-both-plastic-waste-and-poverty

[21] https://plasticbank.com/about/#:~:text=Our%20blockchain%2Dsecured%20platform%20enables,supermarket%20shelves%20around%20the%20world.

[22] Plastic bank sustainability report 2021

[23] https://plasticbank.com/social-plastic-program/

[24] https://plasticbank.com/business/#our-partners

[25] https://plasticbank.com/social-plastic-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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