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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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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군무원 양아무개씨. 두 사람은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이 기소한 주요 피고인이자 긴밀히 엮여 있는 사이다.

양씨는 이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장아무개 중사)의 2021년 6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잘실질심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빼내 전익수 전 실장에게 전송했다. 당시 전 전 실장은 공군 검찰 책임자로서 고 이예람 중사(공군 성추행 피해 군인) 사망 및 부실수사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앞서 2021년 5월 양씨는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된 이동호 전 군사법원장의 교도소 이송 정보를 전 전 실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양씨가 전 전 실장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위 내용들(구속 전 피의자 심문 내용, 교도소 이송 정보)은 모두 비공개 정보다. 특검은 양씨에게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양씨 측은 "피고인(양씨)이 개인정보 처리를 담당하지 않았고 전달한 정보도 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 전 실장은 위 사안으로 양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를 청구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 내용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검은 전 전 실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전 전 실장 측은 "(군 검사에게 한) 발언 내용을 보면 면담강요, 위력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씨, 자신 수사한 검사 '가만 안 둔다'고... 전익수 믿고 그랬구나 생각"
 
공군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담당 안미영 특검이 2022년 9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군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담당 안미영 특검이 2022년 9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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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13일 양씨의 재판에서 전 전 실장의 위력과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설명하는 증언이 나왔다. 특검은 양씨 혐의(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관련 증언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 같은 증언은 양씨 재판뿐만 아니라 군 검사에게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전 전 실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사람의 재판은 한 재판부의 같은 사건으로 묶여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정진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엔 양씨와 군사법원에서 근무했던 군 법무관 출신 A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 변호사는 이 사건에 연루돼 특검 조사를 받은 군사법원 부사관 B·C(불기소)씨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특히 B씨는 군 선배인 양씨의 요청으로 성추행 가해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내용을 최초로 전달한 인물이다. 2022년 8월 A 변호사는 B·C씨의 특검 조사에 변호인 자격으로 동행했다가 참고인 신분으로 전 전 실장과 양씨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당시 진술이 사실인지 물었고 A 변호사는 모두 "맞다"고 답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전부터) 법무병과에서 (최초로) 별을 달면(장군 진급을 의미) 전익수가 달 거란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았다. (전 전 실장) 누나가 공수처장 후보, 매형이 대법관이어서 '백(뒷배경)이 좋다'는 이야길 들었다. 군 법무관들은 다 아는 이야기고 각종 언론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

"전익수가 장군으로 진급하고 국방부 검찰단장으로 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군 법무관들 사이에서 돌았다. 국방부 검찰단장은 국방부를 포함해 육·해·공 중요 사건을 총괄하는 자리라 권한이 크며, 고등군사법원장 자리가 없어질 예정이라 국방부 검찰단장 자리도 별(장군)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전익수가 차기 국방부 검찰단장이란 소문이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군 법무관들 사이에선 언젠가 (전익수가) 국방부 검찰단장으로 오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2020년 군인권센터가 전익수의 비위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일부는 사실로 확인된 걸로 아는데 전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곧바로 장군으로 진급하는 걸 보고 육·해·공 법무관 모두에서 '진짜 라인이 있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의 공격에도 (전익수가) 공군에서 법무병과 최초로 장군 진급하는 걸 보면서 (전익수를 상대로 한 국방부 검찰단의 고 이예람 중사 관련) 수사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든다. 국방부 검찰단 내 군 검사나 과장 모두 대위나 소령이고 실제 수사 경험은 1~2년이라 최고위직인 전익수를 상대로 한 수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양씨가 압수수색을 당한 후 '나를 수사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길 들었고, 믿는 힘이 있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양씨가 전익수에게 수사기밀을 알려줘 수사를 받는다는 보도를 보고 '아 전익수를 믿고 저렇게 말하고 다녔구나'라고 생각했다."

"양씨는 평소 과시하는 것을 좋아했고 군사법원 내부에서 자신이 힘이 있단 취지로 이야기했다. 법원에 자리 하나가 생겼다며 OOO을 앉힐 거란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진술 신빙성 지적한 양씨 측... A 변호사는 "사실" "직접 들어"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와 어머니 박순정씨가 2022년 9월 29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에서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징역 7년형이 확정되자 "법이 피해자에게 너무 차가운 잣대를 들이댔고, 가해자에게는 너무 따뜻했다"고 분노했다.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와 어머니 박순정씨가 2022년 9월 29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에서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징역 7년형이 확정되자 "법이 피해자에게 너무 차가운 잣대를 들이댔고, 가해자에게는 너무 따뜻했다"고 분노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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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 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A 변호사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했다. 양씨 측 변호인은 "변호인 자격인데 이례적으로 (특검에서의) 신문 과정에서 피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양씨·전익수의 세평을 이야기했다"며 "당시 특검이 물어봐서 시작한 건가 자발적으로 말한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A 변호사는 "제가 군 법무관으로 국방부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특검이 질문했고 거기에 답변하면서 시작됐다"며 "조서에 (진술 내용을) 기재하는 것에 대해 제가 조금 난색을 표한 적이 있는데 특검이 '거짓이 아니라면 기재하는 건 어렵지 않지 않나'라고 해서 저희(B·C씨)는 피의자이고 협조할 상황이어서 기재하도록 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의 신문에서도 이 점이 거론됐다. 정진아 부장판사가 "증인(A 변호사)이 원하지 않는 (특검의) 회유나 종용이 있었나"라고 묻자 A 변호사는 "그런 건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아래는 정 부장판사와 A 변호사가 나눈 질문과 답변이다.

정 부장판사 : "(시간이 지난) 지금도 (특검에) 진술한 것 모두 사실인가."
A 변호사 : "네."

: "(양씨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 '법원에 자리가 생겼고 OOO을 앉힐 거라'고 이야기한 건 직접 들었나 아니면 다른 군무원 또는 부사관들로부터 들었나."
A : "제가 직접 들었다."


양씨의 다음 재판은 3월 6일, 전 전 실장의 다음 재판은 3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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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후 631일만... 군 부실수사 확인된 '이예람 특검' 첫 성과 https://omn.kr/22odb

태그:#이예람, #중사, #특검, #재판, #전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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