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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인식개선 활동가, 조울증 당사자 최효진입니다. 정신질환 당사자, 혹은 당사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쓰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글로 전합니다. '정글탐험'이라는 인터뷰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담는 수단인 동시에, 조울증 당사자로서 세상을 탐험하고 만나는 장입니다.[기자말]
지난 1월 27일 '최효진의 정글탐험' 첫 인터뷰로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7년 가까이, 수많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호흡해 온 정수현 정신건강관리팀장(정신건강 간호사)을 만났다.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일종의 마라톤이라면 그녀는 페이스메이커다. 함께 달리며 동력원이 돼주고,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는.

*아래 인터뷰에서 '당사자'는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 '대상자'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이용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
'환자'로 불리던 이들이 병동 밖에서 어떻게 살까 궁금했어요"
 
정수현 정신건강 간호사.
 정수현 정신건강 간호사.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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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정신건강관리팀장을 맡은 정수현 정신건강 간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시나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 검사 및 상담, 교육 및 프로그램,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 지원 등 생애주기별, 정신질환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정신건강관리팀에서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중증 정신질환자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 재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정신질환 당사자를 지원하는 가족분들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나 약물 치료의 필요성 등을 알리고, 자조 모임과 같이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여 가족분들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등 여러 전문가가 함께 일하고 있는데 정신건강 간호사만의 특별함이 있을까요?

"여러 직군이 함께 일하지만, 모두가 사례관리자의 역할을 하며 업무적으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간호사로서 조금 더 약물이나 질환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 오시기 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정신의료기관에서 4년, 다른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2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정신건강 분야에서 쭉 일했네요. (웃음)"

- 정신의료기관, 정신재활시설 등 다양한 서비스 기관이 있는데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로 오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환자분들이 병동 내에서 잘 지낼 수 있게 돕고, 퇴원 과정을 안내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퇴원 과정을 계속 보다 보니, '환자'로 불리던 분들이 병동을 나선 순간부터 어떻게 살지가 참 궁금했어요.

때마침 정신건강전문요원 제도를 알게 됐고,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당사자분들께 본격적으로 관심 두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오게 됐습니다."
  
업무를 하는 모습.
 업무를 하는 모습.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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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회원, 대상자분들을 만나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분(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얻은 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프로그램 중 만난 분인데요. 그분의 가족분들은 다른 것보다 '프로그램만이라도 꾸준히 참여했으면 좋겠다'라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계셨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참여 이후 자격증도 취득, 취업까지 하시고 현재도 직장을 잘 유지하시는 모습을 보며 참 뿌듯했습니다. 감사하게 저희 센터와 꾸준히 연을 맺으면서, 스스로 큰 변화를 만드셨습니다. 어쩌면 본인이나 가족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분이셨는지도 모르겠네요."

- 결혼, 취업 등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으신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궁금합니다.

"많고 적음의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웃음). 적어도 제가 눈으로 보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저희 센터는 분기별로 취업회원 자조 모임을 통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모임을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회원분들이 늘어나는 게 보이더군요. 어느 순간부터는 공간이 협소해서 장소를 옮기기도 했어요. 그만큼 취업한 회원분들이 늘었다는 거겠죠? 결혼생활까지는 일일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직장생활을 잘 해내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건 확실합니다."

- 반대로 참 어려웠던 분, 어려웠던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보람찬 순간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정신과적 증상이 재발하였을 때, 스스로 증상을 부정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그런데요. 가장 힘든 건 본인이겠지만, 일상생활에도 많은 제약이 생기고, 외관상 보이는 모습도 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생기니 마음이 좋지 않죠."

- 상임팀장님을 제외하고, 실무자분들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회원분들을 만나오셨는데 회원분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직업 특성상 잘 지내고 계시는지, 약은 잘 드시는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아는 분을 만나면 반갑고, 오랜만에 뵙는 분들은 더 반갑습니다. 안부도 묻고 인사도 나누고, 평범한 이웃처럼 서로 지내는 듯합니다."

"올바른 정보 갖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합니다"
 
강의를 하는 모습.
 강의를 하는 모습.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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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 분야에서 '회복'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팀장님이 생각하는 '회복'은 무엇인가요?

"회복은 이전에 영위하던 삶의 자리로 가까워지는 것. 다시금 자신의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회원, 대상자의 회복 말고, 스스로도 회복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던 적이 있으실까요?

"그럼요. 매 순간 자신을 성찰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게 회복이죠. 저에게 있어서는요."

- 정신건강 분야에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필요성을 인식하는 시기 같습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팀장님이 생각하시기에 발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 센터를 비롯한 수많은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서 꾸준히 인식개선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재도 정신질환과 관련된 오해나 편견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당사자분들이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고요. 올바른 정보를 갖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스스로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고, 미미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끝으로, 정신건강 분야 취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근 많은 분이 정신건강 분야에 관심을 두고, 취업에도 도전하고 계신데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니, 도전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을 잘 발전시켜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큰 성장, 보람을 느끼실 수 있으니 모두 파이팅입니다!"

그녀는 밝고 유쾌하면서도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사례관리자라면, 지칠 때 조금 더 힘낼 수 있고 슬플 때는 감정의 닻을 잠시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열정에 감사하며, 나도 모르게 느낀 무언의 격려를 보듬어본다. 인터뷰에 응해준 정수현 팀장에게 감사를 전한다.

태그:#정신 건강, #지역 사회 정신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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