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키(H1-KEY)

하이키(H1-KEY) ⓒ GLG

 
최근 한 걸그룹의 노래가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리스너들의 마음 속을 파고 들고 있다. 하이키(H1-KEY, 멤버 서이, 리이나, 휘서, 엘)가 지난 1월 발표한 첫번째 미니 음반 < ROSE BLOSSOM >의 머릿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주인공이다. 줄여서 '건사피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독특한 제목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예능인으로 활약하는 이미주(러블리즈) 등 눈썰미 좋은 이들의 SNS 추천이 하나 둘씩 이어졌고 공감을 자아내는 가사에 동질감을 표시하는 음악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조금씩 재생수를 늘려갔다.  

그 결과 발표 두달을 앞둔 27일 기준으로 멜론, 지니, 유튜브 뮤직 등 주요 음원 순위 중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줄세우기' 또는 발표와 동시에 1위 석권 등이 기본이 되다시피한 인기 가수들에 견줄 정도는 분명 아니라지만 순위 진입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요즘 아니던가. 하이키 같은 중소기획사 소속 신인팀으로선 충분히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만한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마음을 움직인 가사의 힘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MV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MV ⓒ GLG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 제발 살아남아 줬으면 꺾이지마 잘 자라줘 /  온몸을 덮고 있는 가시 /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견뎌내줘서 고마워"

기존 가요·케이팝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구성의 제목도 특이했지만 가사의 내용 또한 차별화됐다. 일종의 인터넷 밈처럼 확산되었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꺽마)"의 정서와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주는 메시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가 나를 괴롭히더라도 결코 이에 굴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빗댄 가사는 쉽지 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심정을 대신 표현해준다. "이 노래 듣고 울었다",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등 관련 영상 속 댓글들은 위로의 정서가 녹아 있는 가사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록그룹 데이식스 멤버 영케이가 작사를 담당했다. 군 입대 전 작업했다는 그의 문장들에 사람들이 공감을 표한 것이다.

록 밴드의 자양분 흡수... 차별화 이룬 악곡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MV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MV ⓒ GLG

 
하이키는 4명의 댄스 퍼모먼스를 앞세운 전형적인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다. 그런데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일정 부문 록밴드의 자양분을 토대로 완성된 곡이다.이 노래의 작곡과 편곡을 담당한 JYP 퍼블리싱 소속 홍지상은 데이식스의 데뷔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인트로의 짧은 신시사이저 연주와 더불어 곧바로 등장하는 보컬, 잘게 리듬을 쪼개는 드럼과 기타의 구성, 그리고 후반부에 두텁게 쌓이는 코러스의 조화는 홍지상 프로듀서가 데이식스와의 작업에서 즐겨 쓰던 방식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멜로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걸그룹에 맞춰 톤을 낮추긴 했지만 밴드가 불러도 좋을 만한 작업물로 탄생한 건 이러한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독특한 곡 제목과 가사 못잖게 악곡의 차별성까지 지니면서 귀를 사로 잡은 것이다.

멤버들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MV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MV ⓒ GLG

 
"내가 원해서 여기서 나왔냐고 / 원망해 봐도 안 달라져 하나도/  지나고 돌아보면 앞만 보던 내가 보여 / 그때그때 잘 견뎌냈다고 생각 안 해 그냥 날 믿었다고"

흔히들 고진감래 끝에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 우리는 "잘 견뎌줬다"라고 응원을 건곤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이 곡은 우리들의 이야기면서 동시의 멤버들의 이야기다.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미약한 출발일지 몰라도 4명의 하이키 멤버들은 자신감 만큼은 확실하게 얻었으리라.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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