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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6월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의 고 이예람 중사 빈소에 군인식표와 공군 배지가 올려져 있다.
 지난 2021년 6월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의 고 이예람 중사 빈소에 군인식표와 공군 배지가 올려져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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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자 문제로 얘(고 이예람 중사)가 되게 힘들어했대. 이거 딱 스토리 나오지 않아요?" - 2021년 6월 3일 채널A 강OO 기자와의 통화
"내가 어떻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거 한 번 해볼라 그래. 이게 그렇게까지 커질 일이냐?" - 6월 3일 공군 김OO 중사(고 이예람 중사 동료)
"(공군참모)총장님 위한 카드로 준비한 건데..." - 6월 13일 공군본부 박OO 서기관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슬슬 반격 시작해야죠." - 6월 20일 한OO 공군본부 법무실 고등검찰부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및 보도 직후 정아무개 중령(당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공보계획담당 장교)이 기자, 이 중사 동료, 공군본부 관계자 등과 주고받은 통화·메시지 중 일부다. 심지어 정 중령은 자신의 조카에게 "미친 유족" "다음 주부터 반전" 등의 내용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이 중사 사건을 추가 수사·기소한 특검(안미영 특별검사)은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의 증거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특검은 이날 약 2시간 동안 통화 녹음파일·녹취록,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과거 군 검찰 수사 내용, 특검 수사 내용 등을 제시하며 정 중령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이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는 재판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해 법정을 떠나기도 했다.  

몇몇 기자에 '이 중사 부부 불화설' 뿌려

공보 업무를 담당했던 정 중령은 이 중사가 남편과의 불화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몇몇 기자에게 알리고(사자명예훼손·명예훼손),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직후 통화한 동료(김 중사)의 신상 및 녹음파일을 기자에게 전달한(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정 중령이 사건 대응책을 모색하던 중 이 중사 부부 불화설(실제론 1~2년 전 교제 중 다툼)을 계급 상 차이가 큰 김 중사(이 중사 동료) 압박해 파악한 점 ▲이를 공군 수뇌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메시지·녹음파일을 몇몇 기자에게 전달한 점을 지적하며 증거를 제시했다.

아래는 정 중령이 몇몇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와 통화 내용 중 일부다.
 
2021년 6월 4일 오후 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2021년 6월 4일 오후 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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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중령 : "사망한 이 중사 PC에.. 그런 내용(부부 불화)으로 친한 친구와 주고받은 SNS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이 중사랑 가장 친한 부사관 통해 확인."
A 기자 : "그럼 뭐지. 만약 그게 사실이면 엿 먹으라고 혼인신고하고 그런 건가. (이 중사는 혼인신고한 날 사망 - 기자 주)"
정 중령 : "그렇다고 봐야죠. 게다가 암말 않고 울다가 영상(이 중사가 사망 당시 남긴 영상 - 기자 주) 남긴 것은... 남편에게 남긴 메시지인 거고."

정 중령 : "만약 그 사망한 여군 남편 있잖아요. 걔한테 다른 여자가 있고... 그것 땜에 자살한 거라면?"
B 기자 : "(중략) 설사 실제라고 하더라도 공군이 그걸 흘리거나 그런 쪽으로 몰고 가지 않는 편이 정무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판단."
정 중령 : "ㅋㅋㅋㅋㅋ 난 정무적으로 판단하지 않음."

정 중령 : "오프(더 레코드). OO이(이 중사 동료 김 중사)라는 애가 나한테 신신당부하면서 되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 건데. 남편의 여자 문제로 얘가 되게 힘들어했었대."
C 기자 : "미쳤나 봐! (중략) 아니 내가 그랬잖아. 걔(이 중사 남편)는 뭐가 없을 수가 없어요. (중략) 둘 중 하나 잘라야 한다고 위에서 지시가 왔더만. 근데 (국방부) 장관을 자를 순 없잖아. 그럼 (공군참모)총장이 날아가는 거지."
정 중령 : "이게 보도가 나가면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이날 특검이 제시한 증거를 보면, 정 중령은 기자 4명과 이 같은 취지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중 채널A 강OO 기자와 SBS 김OO 기자가 취재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정 중령은 이들에게 이 중사 녹음파일(성추행 직후 동료 김 중사와의 통화) 2개를 보냈고 두 기자는 이 중사 유족과 접촉하기도 했다.

특검, 전익수-기자 통화도 공개... 이유는?
 
지난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지난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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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이 중사 부부 불화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 ▲정 중령이 기자들에게 전한 녹음파일이 전체 중 일부라 왜곡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검은 이 중사 부부 불화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이 중사 남편의 차량 블랙박스 ▲성추행 후 이 중사를 상담한 군 안팎 상담자들의 진술 및 상담일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심리감정서 등을 제시했다.

특검이 내놓은 블랙박스 녹취록(이 중사 사망 전날이자 혼인신고 직전)에 따르면, 이 중사 부부는 서로를 "남편" "아내"로 부르며 "더 사랑해줄 거야"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한 군 안팎 상담자들의 진술과 상담일지, 법심리감정서에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및 상급자들의 2차가해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고, 사망 직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편에 의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 중령 주장의 밑바탕이 된 김 중사(이 중사 동료)도 특검 조사를 통해 '2018년 혹은 2019년에 두 사람이 다퉜던 적이 있는데 이후엔 관계가 좋았다' '결혼 과정에서 다투거나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정 중령이 먼저 이 중사 남편의 사생활을 말하도록 유도했고 공식 조사로 여겨 과거 일을 이야기했다' '대대장이 정 중령에게 일부 녹음파일만 제공한다고 해서 동의했을 뿐 그것이 기자들에게 넘어가거나 내 이름이 노출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은 또 정 중령이 기자들에게 전한 녹음파일(성추행 피해 직후 김 중사와 통화)이 전체가 아닌 일부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일부 녹음파일엔 코로나19 중 회식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라 이 중사가 신고를 걱정하는 듯한 내용만 담겨 있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특히 특검은 이 같은 정 중령의 활동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당시 인터뷰와도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2022년 3월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자살 원인이) 100% 성추행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말했다.

특검은 전 실장과 SBS 김OO 기자(<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별개)의 2021년 6월 11일 통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익수 : "(이 중사 사망에) 다른 스트레스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게 궁금한 거지. 솔직히 이상하잖아. (중략) 뭔가 있어요. 이게. (중략) 나중에 필요하시면 아까 말씀드린 군사경찰 여자 수사관 연락처 알려드릴게. 통화하고 취재해보세요."
김 기자 : "오케이, 오케이. 알겠어요."
: "아니 저희(공군)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잖아요."
: "그러니까요."

 
2021년 10월 14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익수 법무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년 10월 14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익수 법무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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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중령 측 "기사 내용 바로잡기 위해"

정 중령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이 중사 사망을 처음 보도한) MBC 보도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었고 (정 중령 행위의) 주된 목적은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 중령의 행위에 공연성이 없고 그 내용들도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지난 재판에서 정 중령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은 전부 부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변호인은 "정 중령이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관련해 범죄가 성립되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이라며 "사실의 적시를 한 것이 아니고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해 명예훼손적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중령이 말했던 내용들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 중령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그 내용도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이예람, #중사, #재판,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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