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조금 낯선 견종들이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먼저, '보스턴 테리어(Boston Terrier)'에 대해 알아보자면, 1870년대 미국 보스턴에서 투견을 목적으로 불도그와 불테리어를 교배시켜 탄생시킨 견종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견종 중 세 번째(제서피크 베이 레트리버, 아메리칸 폭스하운드, 보스턴 테리어 순)로 오래됐다. 

보스턴 테리어는 원래 중형견이었지만, 긴 시간 여러 종과의 교배를 통해 소형견 사이즈로 변화했다. 프렌치 불도그와 생김새가 유사한데, 좀더 높은 체고에 얼굴의 주름이 덜하고 귀는 더 뽀죡하다. 불도그의 느낌이 강한 프렌치 불도그와 달리 미니핀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보스턴 테리어는 차분하면서 활동적인데, 질투심도 많은 편이라 어릴 때부터 사회화에 유의해야 한다. 

풍성하고 긴 털이 특징인 '코커 스패니얼(Cocker Spaniel)'은 원래 도요새를 잡는 조련견 출신이다. 비글, 슈나우저와 함께 소위 '악마(지랄)견' 3대장으로 불릴 만큼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로 유명하다. 하지만 별명과 달리 온순한 성격에 친화력이 좋은 데다 지능도 높아 많은 사랑을 받는 견종이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후각을 지녀 탐지견이나 인명구조견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소파 물어뜯는 고민견 밤톨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보스턴 테리어 믹스 밤톨이(암컷, 8개월)
코커 스패니얼 믹스 쫑이(6살 추정)

고민견 밤톨이는 거실의 소파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 소파는 더 이상 소파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폐허 상태였다. 밤톨이는 벽지, 몰딩, 옷과 신발, 가방까지 모든 물건을 물어뜯었다. 심지어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까지 먹어치웠다. 밤톨이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 병원에서는 소화 기능이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대로 괜찮을까. 

쫑이는 폭주하는 밤톨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보호자는 번식장에서 자린 쫑이를 임시보호하다가 입양했는데, 처음에는 손길조차 거부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싱크대 밑에 들어가 이틀 정도 나오지 않기도 했을 정도로 사람을 두려워했는데, 밤톨이가 오면서 많이 나아졌다. 지금은 보호자 주변에 얌전히 머무르기도 했는데, 보호자의 노력에 조금씩 변화 중이었다. 

보호자가 쫑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자, 혼자 남겨진 밤톨이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하울링을 시작했다. 보호자가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분리불안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보호자는 출근을 제외하고는 집을 잘 비우지 않았고, 밖을 나가도 홈캠을 통해 밤톨이를 지켜봤다. 밤톨이는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신발, 물티슈, 쿠션 등 보이는 대로 물건을 뜯었다. 

보호자는 5초 훈련법 등 분리불안 훈련을 시도했지만 소용 없었다며 강형욱의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밤톨이는 산책을 나가면 전력질주했고, 보호자는 힘없이 끌려다녔다. 또, 산책 중 개를 만나면 공격성을 보였다. 위혐감을 느끼면 많이 짖는 편이었다. 보호자의 만류에도 흥분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개만 보면 끊임없이 달려드는 통에 보호자는 진땀을 흘렸다.  

반면, 쫑이는 산책 중 다른 개가 다가오면 보호자 뒤로 숨었고, 사람의 손길도 피했다. 밤톨이는 그런 쫑이를 공격했다. 보호자는 처음에는 사이 좋게 지냈는데, 둘을 분리하고 난 뒤로 밤톨이가 쫑이를 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일까. 그 장면을 지켜 본 강형욱은 "그냥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것 같아요. 저걸 왜 그냥 두지?"라며 의아해 했다. 

"보호자님들이 관찰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싶어 할 때가 있어요. 충실히 개입을 해야 하는데..." (강형욱) 

강형욱은 자신의 집에도 소위 물어뜯는 개가 있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절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경험담을 꺼내 놓았다. 방법은 역시 운동이었다. 강형욱은 밤 운동을 한 후 새벽에도 운동을 나간다며, 운동을 통해 반려견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량이 많은 견종일수록 운동은 필수이다. 밤톨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또, 밤톨이와 쫑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강형욱은 쫑이는 밤톨이와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약자인 쫑이의 입장에서 밤톨이는 그저 피하고 싶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겁 많고 소심한 성향의 반려견은 앞에서 당당하게 걷는 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워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적극적인 훈육이 필요한 법이다. 무조건적인 친밀감 강요는 금물이다. 그건 보호자의 욕심일 뿐이다. 

괴롭힘 당하는 쫑이... 강형욱 "자유보다 중요한 건 '안정'"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소파의 상태를 보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보호자는 하루에 산책을 8, 9시간 시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하소연했다. 강형욱은 "10시간을 안 해서 그렇다"며 켄넬을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또, 밤톨이가 쫑이를 괴롭히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밤톨이에게 규칙을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보호자는 단호한 말과 행동을 취해야 한다. 

밤톨이는 목줄을 착용하자 입질을 하는가 하면 쫑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상황에서 보호자는 끌려다니는 느낌으로 일관했다. 강형욱은 보디 블로킹을 지시했는데, 보호자의 어설픈 행동은 밤톨이에게 장난으로 인식될 터였다. 강형욱은 훈련받는 반려견만큼 보호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의 밤톨이에게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형욱의 시범에 이어 보호자도 단호하게 밤톨이를 제지하자, 밤톨이는 어리둥절해 했다. 적응이 필요할 것이다. 강형욱은 쫑이 입장에서는 밤톨이가 버거울 거라며, 둘이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건 보호자의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매한 영역 분리가 둘을 더 힘들게 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어느 한 쪽의 마음이 불편하다면 결정을 해야 한다며 보호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 역할을 너무 둥글둥글하게 했어. 왜? 착한 보호자로 남고 싶어서요." (강형욱)
"맞아요. 상처줄까봐..." (보호자)
"그래서 더 큰 상처를 줬죠." (강형욱)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강형욱은 지금의 상황에서 자유보다 중요한 건 '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켄넬 교육을 실시했다. 좋아하는 간식을 켄넬 안에 던져줘 켄넬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점차 들어갔다 나오는 횟수를 늘려 적응하게 했다. 또, 머무르는 시간도 늘려나갔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없도록 출입을 자유롭게 하되, 쭈뼛쭈뼛할 때는 과감하게 안아서 집어넣어 훈련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영리한 밤톨이는 켄넬 훈련을 무리없이 잘 따라왔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쫑이도 켄넬에 무난히 적응했다. 강형욱은 교육이 잘못 됐다기보다는 규칙이 없는 상태였다며 앞으로 규율을 만들어나가면 훨씬 좋아질 거라고 희망을 불어넣었다. 소파를 뜯는 버릇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켄넬에서 뼈를 뜯게 하고, 산책을 충분히 시켜 흥분도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하면 소파 등 집 안의 물건들을 덜 물고 싶어할 테지만, 만약 그럼에도 또 다시 물건들을 뜯는다면 그때는 단호하게 제지할 것을 권했다. 최종 점검에서도 밤톨이는 켄넬에 잘 적응한 모습을 보였고, 방송이 끝난 후에도 보호자는 강형욱의 조언을 충실히 따라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밤톨이와 쫑이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한 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