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 NETFLIX

 
최근 MBC는 <피지컬 100>을 통해 공영방송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의 확장을 시도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꼈을 법하다. 

지난 3일 동일하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아래 <나는 신이다>) 역시 공영방송의 다양한 도전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을 법하다. MBC의 강점인 탐사보도를 플랫폼을 옮겨 시도해본 것이다. JMS, 오대양, 만민중앙교회 등 지난 세월 동안 한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사이비 종교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공개 전에 JMS 측에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덕분에 이 방송은 더 주목받게 됐다. 

넷플릭스라는 핑계

다큐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자극적이다'로 요약된다. 실제로 성폭력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자극적'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까? 방송 내내 연출적인 차원의 문제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방송 처음 시작마다 경고 문구가 등장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장면을 포함한 사실적인 성적 학대 묘사"가 등장하며, "본인이나 지인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면 더 많은 정보와 지원책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기본적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특히 다큐멘터리의 경우 자주 사용하는 문구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경고문은 '실제 존재하는 성폭력 경험을 언급할 수밖에 없으니 양해바란다'는 의도여야 한다. 즉, 성폭력을 다루고 있지만 사려깊게 접근하고 다루겠다는 선언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신이다>의 연출은 어떠한가. 8회차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인 3회차를 할애하는 JMS의 교주 정명석 파트를 살펴보자. 정명석과 JMS를 잘 모르는 사람이 시청한다면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방송은 정명석의 적나라한 성희롱 발언과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그대로 전시하는 방식으로 그 극악함을 드러낸다. 

그 극악함은 여성들의 나체를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 그대로 내보내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JMS의 신도인 그들이 욕실에서 정명석에게 손짓하는 실제 영상인데, 꽤 긴 시간동안 그들의 나체는 무방비 상태로 전시된다. 이 영상이 삽입된 것이 '19금' 다큐라서 괜찮다고, 얼굴은 모자이크를 했으니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이쯤 되면 앞서 나온 문구는 '19금이니까 자극적으로 연출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정도다. 

이러한 적나라한 이미지들과 증언들은 기본적으로 '정명석이 얼마나 (실제로는 강간, 성추행인) 성관계에 미쳐 있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사안에 심층적,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비에 빠지는지, 한국사회는 왜 그런 사이비들이 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는지 등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 <나는 신이다>는 다루지 않는다. 

전통적인 성폭력 보도에 대해 분석한 최이숙, 김은진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미디어들이 "사실 입증에 치우친 경향, 사건에 대한 선정적 접근, 구조적 접근의 부재"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최이숙·김은진, 2019).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나는 신이다> 역시 성폭력 범죄 사실을 직접적, 선정적으로 드러내고 구조적 문제보다는 '섹스에 미친 사이비 교주'를 보여주는 데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공영방송인 MBC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진입한 것은 분명 눈에 띄는 도전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협업한 MBC도 여전히 공적 가치에 기반한 공영방송이라는 특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순히 자유도가 높고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사려 깊지 못할 연출을 할 것이라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또 다른 가능성이 아닌 핑곗거리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증언'에 접근하는 윤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 넷플릭스

 
MBC가 공영성을 띤 언론사라는 특성은 그들에게 상당히 강한 보도윤리가 요구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기자협회의 '성희롱·성폭력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 따르면 "일부 개인의 절제할 수 없는 성욕" 때문에 성희롱·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사실 확인 등 형식적인 객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미디어 플랫폼에 작품을 공개했다고 그러한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를 제작한 조성현 PD는 지난 7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히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실제 수위의 10분의 1 정도밖에 다루지 못한 것"이라 언급했다. 
 
하지만 최이숙과 김은진은 이러한 방식의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성폭력 피해 증언을 "대중에게 심층적 '정보'를 전달하는 장"으로 이용하면서 "줌인과 클로즈업 등 비관습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방식을 통해 증언을 더욱 극화"시키는 우를 많은 미디어들이 범한다는 비판인데, <나는 신이다> 역시 이 전철을 밟는다. 

JMS편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오대양편에서는 신도들의 주검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 지적받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 전체에 서려 있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향한 욕망과 공영방송이 견지해야 할 가치가 대립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건 굉장히 아쉽다. 탐사심층보도에 강점을 보이는 MBC에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분명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무기'지만, <나는 신이다> 논란은 때로는 그것이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듯하다. 
나는신이다 넷플릭스 MBC 객관주의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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