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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등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세금 감면이 정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13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등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세금 감면이 정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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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데 대해 기획재정부도 아무런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야 합의를 뒤집고 대기업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더라도 추가 투자·고용창출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13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등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세금 감면이 정답?' 토론회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기업) 반도체 세액공제율은 기존에 더불어민주당의 안과 국민의힘의 안보다도 낮은 수준인 8%로 합의가 됐었다"며 "기재부 안대로 세액공제율이 정해진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가 낮은 공제율을 제시한 것은 세액이 너무 많이 감면되기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현재 정부가 다시 제안한대로 공제율을 15%로 확정한다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저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 지출은 최상위, 복지 지출은 최하위"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국회는 여야 합의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을 대상으로 대기업에 대해선 8%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정부는 같은 달 31일 이를 공포했다. 그런데 기재부는 개정안이 공포된 지 3일이 지난 시점인 지난 1월 3일 관련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상위 수준인 반면, 복지 지출은 최하위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연구개발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지, 정부는 현 상황을 국민과 공유한 뒤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공제율을 상향하려 하면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 "그런데 그 지원이라는 게 고작 세금 감면이 전부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단순한 보조금·세금 지원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냥 세금만 깎아주자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약 4조 세수 감소, 기존 계획된 투자에 얹어주는 혜택일 뿐"

박용대 소장은 이어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하게 되면 효과가 있는가. 지금 아무런 자료가 없다. 기재부도 15%로 확대하면 세수가 얼마나 지원되고, 얼마만큼의 투자 효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액 공제는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다. 그 돈이 어떻게 쓰여서, 어떤 효과를 유발하는지를 보여줘야 국민도 세금 감면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지금보다 늘리더라도 국내에서 추가적인 투자·고용창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세금만 감면해주면 반도체 산업 위기가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굉장히 잘못된 얘기"라며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공제율을 상향하면 2024~2025년 누적으로 4조2600억 원의 세수가 감소될 것으로 국회에서 추계했는데, 이는 신규 투자가 아닌 기존에 계획된 투자에 얹어주는 혜택일 뿐"이라며 "신규 투자를 촉진하려면 새로 짓는 공장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투자 늘려 경제 성장' 작동 안 해...대기업 기술탈취 막아야"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 반도체 시설투자를 늘리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이미 약 18조 원을 반도체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을 밝힌 상황인데, 이에 추가적인 조세 혜택을 주더라도 신규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는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 유럽보다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기존 기업들의 시설에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더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패러다임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일본의 투자율은 2010년대 들어 급격하게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범용재인 메모리반도체에 계속 투자해 어느 정도 지탱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압도적 성장이 어렵다"며 "그 때문에 삼성은 계속해서 특수재인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하려 하는데, 메모리반도체 경험 때문에 설계도 같이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설계회사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대만 기업에 맡긴다. 삼성에 줬다가 기술탈취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술탈취에 대해 엄벌하는 것이다. 기술탈취에 대해 징벌적 배상이 가능하도록 해야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반도체, #세액공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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