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국가수사본부>의 한 장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국가수사본부>의 한 장면 ⓒ 웨이브

 
2021년 1월 1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와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청 산하에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됐다. 경찰 수사의 중립성, 공정성 강화가 목적이다. 그런데 이후에 떠올려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국가수사본부'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볼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뉴스에서 제일 많이, 자주 접했던 건 최근 학교폭력 논란으로 본부장 자리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관련 보도였을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어떤 것들이었고, 일선 형사들은 어떤 태도로 사건에 임했을까? 최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배정훈 PD가 연출을 맡은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일념 하나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국가수사본부>의 한 장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국가수사본부>의 한 장면 ⓒ 웨이브

 
<국가수사본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장 큰 특성이 있다면 해당 범죄가 얼마나 자극적이고 잔인한지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선을 뛰어다닌 경찰들의 목소리가 중심 소재가 된다는 것이겠다. 

1, 2화는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 사건'이라고 일컬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자녀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추정하고 접근을 했으나, 수사하는 과정에서 누나와 엄마 모두 살해당한 것임을 알게 된다. 아들의 증언을 듣는 과정에서는 가족 두 명이 모두 사망했으니 충격을 클 것임을 고려해서 사려 깊게 접근하려고 했던 형사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도라지청에 약을 섞어서 먹었다는 아들의 진술이 있었는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정신과 약과 도라지청을 넣어 동일 색이 나오는지 일정 시간 동안 교반시켜 보니 아들의 말대로 보라색이 나왔다. 해당 약물 네 가지를 동일하게 처방받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본 결과 부산에서는 10명이 나왔고 그중 9명은 알리바이가 확인된다. 

다른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이 2화에 걸쳐 진행되는 이유는 명백한 증거가 나타나는 것 같더니 한순간에 틀어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명을 용의자로 좁혔지만 별다른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형사들은 미제사건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증거를 찾아다녔다고 말한다. 하수구에서 결정적인 단서인 피해자의 핸드폰을 발견했지만, 휴대전화 포렌식과 DNA 감식을 해본 결과 DNA도 검출 안 되고 지문도 안 나온 부분에서는 탄식을 내뱉게 한다. 

진실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아내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국가수사본부>의 한 장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국가수사본부>의 한 장면 ⓒ 웨이브

 
평택경찰서 강력 2팀의 이야기(3화)도 주목할 만하다. 폭행 사건인 줄 알고 용의자들을 검거해 보니 마약을 투여하는 사실까지 알게 된 것인데, 그렇게 마약범죄에 연루된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치 범죄영화를 보듯 진행되는 수사와 검거 과정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4화에서는 불법 사설 경마를 설계한 사람들을 검거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다. 몇 명만 잡으면 끝나는 게 아닌, 본사와 임대업 총판, 대리점으로까지 이어지는 깊은 구조에까지 접근해야 하는 것이 포인트. "놓쳐버리면 다른 팀도 마찬가지고 모든 게 날아가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는 대목에서는 거대한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껴진다.

대부분 사람이 신문에 등장하는 범죄 관련 기사를 접할 때는 어떤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고 그 일을 저지른 이들이 잡혀서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됐는지 등의 정보를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선의 경찰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노력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큐는 그들이 진실을 찾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진실에 접근하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진실을 찾는 과정이라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어려운지 보여주기도 한다. "형사 일이라는 게 기다림의 미학이다"(5화)라는 대사가 이를 가장 잘 상징하는 게 아닐까? 명백해 보이는 것도 어느 하나가 틀어지면 결국 하나의 퍼즐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던지는 것이다. 

범죄 자체의 세밀한 사실관계에 집중하기보다 그 범죄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직접 당사자들의 입을 빌려서 연출한다는 점에서 <국가수사본부>는 '범죄 다큐멘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종의 '형사 직업 탐구 보고서'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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