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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죠. 지금 교복 입은 학생 5명이 주택 벽면에 불을 붙이고 있어요. 빨리 출동해 주세요."

얼마 전 다급한 112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방과 함께 경찰도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학생들은 현장을 떠나고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남긴 흔적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약간의 휘발성 냄새가 날 뿐이었습니다.

주변을 살피던 중에 벽면과 바닥에 그을린 자국을 발견합니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소방관들과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눴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명확한 원인에 대해 밝히지 못했습니다.
  
정체 모를 그을린 자국... 그 원인을 알고 보니 
 
벽면과 바닥을 소방과 경찰이 유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 청소년들이 머물었던 현장 벽면과 바닥을 소방과 경찰이 유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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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CCTV로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관내 공원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교복을 입고 놀고 있던 중학생 6명을 만났습니다.

얼핏 봐도 CCTV 속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너희들 혹시 교복 입은 형이랑 누나 가는 것 못 봤니?"라고 물었습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조금 전에 근처 건물에 불이 날 뻔했는데 뭘 태운 거 같아서 확인하는 거야."


그러던 중에 한 학생이 갑자기 일어서며 말을 합니다.

"아, 그거 알아요.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유행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뭔가를 검색하더니 영상을 내밀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으로, 스프레이를 이용해 하트 모양을 그리고 그곳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게 뭐야?"라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이거 몰라요? 불 하트예요. 요즘 진짜 유행하는데...."

단순 실화도 1500만원 이하 벌금... 이건 '범죄'입니다 
  
SNS에 불하트 영상으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불 하트 SNS에 불하트 영상으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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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습니다. 조금 전 현장에서 발견한 그을린 자국에도 하트 모양과 함께 알파벳 문자가 있었습니다. 스프레이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인데, 휘발성으로 불은 금방 꺼진 겁니다. 그걸 본 신고자가 놀라서 신고한 것이고요. 

지구대로 돌아와 추가적으로 확인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교복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관내 고등학교 교복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스프레이는 보통 생일 때 주로 쓰는 뿌리는 눈 스프레이였습니다.

실제로 생일 때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눈 스프레이를 뿌리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불을 붙이다 화상을 입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자칫 벽면 주변에 불이 붙었다면 큰 화재로 번질 뻔했습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더 크고 화려하게 하트를 만들고 불을 붙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영상이나 사진을 게시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 사귀면서 상대방의 이니셜과 하트 모양으로 스프레이를 뿌리고, 불을 붙여 그 사진과 영상을 개인 소셜미디어로 보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과실로 인하여 현주건조물 또는 공용건조물 및 일반건조물 등에 기재된 물건을 연소시키는 단순 실화죄의 경우에는 벌금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한, 중대한 과실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중실화죄로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불놀이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각별한 예방교육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심코 한 행동으로 인해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또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승일씨는 현직 경찰입니다. 최일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태그:#불하트, #경찰, #화재, #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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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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