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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일보 창간호
 민족일보 창간호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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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에는 발행인 조용수의 <민족일보 창간에 즈음하여>가 실렸다. 발행인의 진솔한 의도가 보인다.

이미 허다한 신문들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민족일보>라 제호하는 또 하나의 일간신문을 세상에 내놓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에 즈음하여 우리는 이 신문이 발행되는 몇 가지 말씀할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흔히 신문은 경세의 목탁이라고 찬양하는 사람이 있으나 필연 이것은 정당한 평가일런지요. 일부분의 신문은 오늘날 그 소유자들과 집필자들에 의하여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자기의 이익으로 생각하는 신문경영자, 집필자가 몇 사람이나 될런지 이것은 하나의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종류의 신문을 또 하나 늘릴 생각은 터럭 끝만치도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은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상태에 있습니다. 국토의 양단, 민족의 사상적 분열, 생활의 도탄, 사회악의 창궐, 이것을 광정(匡正)하는 것이 이 나라 이 백성의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점을 망각하거나 고의로 무관심한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우리가 가지려는 또 하나의 언론기관 <민족일보>는 이와 같은 현실을 자신의 문제로 확신하고 민족의 봉화가 될 것을 자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족일보>는 결코 어떤 개인, 어떤 정당정파의 이익을 위하여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이 나라와 이 나라 전 인민의 이익과 행복만을 위하여서만 그 활자 하나하나를 참되게 살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전 민족의 비원인 이 나라의 통일문제는 <민족일보>가 가장 열렬이 정력을 바치려는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민족간에 유혈의 전쟁을 고취하고 평화적 통일을 반대하는 자들에게 대해서는 가장 준엄한 비판자가 될 것이며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는 민주적 애국자들에 대해서는 가장 열정적인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조국이 자주적인 독립국가로서 하루속히 번영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절실히 염원하면서 선구적 구실을 담당할 것을 사양치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민족일보>는 명칭 그대로 우리 민족의 대변자가 될 것만을 기도함으로 민족의 이익에 배치되는 모든 부정과 부패에 대하여는 가장 가열한 고발자로서의 입장을 고수할 것입니다. 또한 민족을 오도하는 모든 비과학적 신비주의적 주장에 대하여는 예리한 감시자가 될 것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민족일보>는 언제나 비정상적인 것과의 타협을 긍정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즉 <민족일보>는 혁신적이라고 불리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와 같은 각오와 취지가 어떠한 열매를 열게 할 수 있을지 그것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에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이 신문이 본질적으로 여러분의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일보>는 우리네 살림살이와 마찬가지로 넉넉지 못합니다. 다만 여러분의 지지와 편달을 얻어 앞날의 발전을 기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주석 7) 


주석
7> <민족일보>, 창간호.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자동, #김자동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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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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