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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서 무섬마을 가는길은 서천에서 시작된다.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을 따라가면 어느새 나타난다
▲ 무섬마을길 안내도 영주에서 무섬마을 가는길은 서천에서 시작된다.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을 따라가면 어느새 나타난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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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들이 있다. 외모보다는 마음 씀씀이 일게다. 잔잔함 속에 감춰진 내면의 세계는 만나면 만날수록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런 매력은 사람뿐아니라 무생물에도 가능하다. 허긴 생물과 무생물을 나누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무섬마을 가는 길은 언제 가도 편안하고 묘한 끌림이 있다.

꽃피는 춘삼월이 시작되자마자 들녘에 봄기운이 넘친다. 소백산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흐르는 서천둔치를 따라 무섬마을로 향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옷차림으로 안다. 천연색 옷을 입고 파크골프장을 다니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봄이다. 다양한 체육시설, 자전거길, 산책로, 너른 잔디밭, 둔치를 따라 흐르는 강물은 영주의 자랑이다. 

강물이 봄바람에 일렁인다. 잔잔한 물결이 출렁이며 청둥오리가 푸드득 자리를 이동한다. 봄.여름.가을.겨울 변함없이 강을 지키고 있는 오리떼가 고향을 지키는 친구같다. 봄볕에 이름모를 나무가 꽃을 피우고, 눈 녹은 땅은 일어선다.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데도 땀이 등을 타고 내려온다.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짝을 이뤄 산책을 하고 둔치에 마련된 운동기구도 이용한다. 가뿐한 발걸음이 어느새 자전거 정류장에 다다랐다. 그 사이 해는 하늘 한복판에 자리잡았고, 등은 흥건하다. 언제나 부러운 곳, 자전거 정류장. 자전거 공기주입기부터 편의시설이 다양하다.

덩치가 큰 표지석과 오래된 버드나무가 맞아준다. 버드나무에서 꾀꼬리가 운다는 마을 황조동(黃鳥洞), 꾀꼬리마을이다. 하천으로 늘어진 나뭇가지가 물고기를 모은다. 야트막하지만 물이 맑다. 언제봐도 마음이 포근한 동네다. 

농로를 지나고, 도로를 건너 이제는 교량을 통과한다. 월호교 아래 금빛 모래사장이 따사롭다. 우거진 나무 데크길을 걸으며 땀을 식힌다. 따닥 따닥!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다.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에 잠시 멈춰 선다.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데 같은 방향으로 몸을 비킨다. 멋쩍게 웃고 난 후 상대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기다린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부쩍 많다. 작년 이맘쯤 이 길을 걸을 때 자전거 라이딩을 기약했는데 오늘도 뚜벅이다. 무섬마을 수도교가 점점 가까워진다. 봄맞이 나온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햇살과 길을 멈추고 올려 보게 되는 파란하늘, 두 눈을 살짝 감게하는 바람이 모든 감각을 깨워준다. 

무섬마을은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동네, 저동네를 구경하다보면 어느 새 도착한다. 특별함도 좋지만 일상에 만족하는 삶과 맞닿아 있다. 마을식당은 대부분 집밥 메뉴를 내놓는다. 청국장, 배추전, 제철 나물, 막걸리 등. 돌아올 일은 걱정하지 마시라. 다리가 아프면 쉬고, 봄기운에 취했다면 버스를 이용하면 되니까.
 
낮시간 2시간에 한대꼴로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를 타고 한적한 마을길을 돌아나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 무섬마을 버스시간표 낮시간 2시간에 한대꼴로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를 타고 한적한 마을길을 돌아나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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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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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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