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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는 대전‧충남‧충북 400만 명 주민이 이용하는 상수원이다. 충청도민에겐 생명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절규의 물줄기다. 상수원보호구역에 동반된 규제는 경제활동의 족쇄로 작용된다.

집을 새로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있는 헌집이라도 고쳐 쓰고 싶지만 이마저도 만만찮다. 숙박시설은 원천적으로 허가가 나지 않는다. 음식점이나 카페를 하려고 해도 100㎡를 넘을 수가 없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청남대에서 커피 한잔, 라면 하나 끓여 먹을 수 있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애원한다. 현실은 어떨까? 김 지사의 말은 동화 속 순진한 얘기다. 1만3223㎡ 가까운 부지에 연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카페가 버젓이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연간 50만 명이 찾는 카페도 있다. 나라 땅도 내 땅처럼 맘대로 개조해서 쓰고 있다. 나무도 내 맘대로 베고 농지도, 산지도 휘집어 거대한 정원을 만들었다. 한 두 곳이 아니다. 대청호는 이미 '거대한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단속의 손길'을 어떻게 피했을까? 이 거대한 카페의 주인은 원주민일까? 아니면 외지인일까? 수십만 명이 찾아 경치를 즐기며 인생 사진을 찍고 운영자는 수십억 가까운 영업매출을 올리는 대청호 아메리카노.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대청호 르네상스'일까?

대청호를 점령한 '기업형 아메리카노'의 불법 실태를 추적해본다.
 
상수 원 보호구역인 대전광역시 동구 마산동에  위치한 A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전경
 상수 원 보호구역인 대전광역시 동구 마산동에  위치한 A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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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동구는 관광국을 이번에 증설을 했습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제일 큰 호수가 대청호인데, 조성된 지 벌써 40년 되었어요. 이젠 인공호수 느낌이 나지 않는 천연호수 같은 느낌으로 자리를 잡았고 방아실 방향으로 30년 된 벚꽃길과 1년 동안 명품카페 OO원에 손님이 50만 명, 맞은편 OOO레스토랑에 50만 명 정도 손님이 다녀가니... "

벌써 3년 전 이야기다. 황인호 전 동구청장이 기자들에게 대청호를 언급하면서 했던 말이다. 연간 50만 명이 찾는 대청호 주변 OOO레스토랑(아래 A 레스토랑)은 어딜까?

A 레스토랑은 위치한 곳은 대전광역시 동구 마산동 상수동 보호구역 일원이다. 상수원 보호구에선 가축을 놓아 기르는 행위나 수영과 같은 수면을 이용한 레저행위, 야영이나 취사행위 등이 금지된다. 심지어 하천구역일 경우 농작물 재배도 안 된다.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개축을 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 굴착이나 성토, 형질 변경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규제가 조금 완화된다. 원 거주민이나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만 200㎡ 이하의 주택과 66㎡ 이하의 부속 건축물을 새로 지을 수 있다.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의 경우, 건축물 연면적 100㎡ 이하로 증축이나 용도 변경을 받을 수 있다.

광활한 잔디정원과 그림같은 대청호 풍경
 
상수원 보호구역인 대전광역시 동구 A레스토랑이 조성한 잔디정원. 지목이 산지나 농지로 돼 있지만 불법으로 전용해 잔디밭을 조성했다. 또 일부 부지는 국유지다.
 상수원 보호구역인 대전광역시 동구 A레스토랑이 조성한 잔디정원. 지목이 산지나 농지로 돼 있지만 불법으로 전용해 잔디밭을 조성했다. 또 일부 부지는 국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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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레스토랑 입구를 지나 정원에 들어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1만㎡ 정도로 추정되는 잔디정원을 지나면 영화 <슬픈연가> 촬영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잔디밭으로 조성돼 있어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A 레스토랑 건물 앞 잔디 정원은 지목이 '임야'로 돼 있지만, 원래는 '산'이었다.

잔디 밭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곳곳에 계단이 설치돼 있고, 전망이 좋은 곳에 의자가 설치돼 있어 인생 사진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다. 잔디 정원을 지나면 곧바로 대전시가 조성한 둘레길을 만날 수 있다. 정말로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일반음식점 100㎡만 허용, A레스토랑은 불법종합세트

관련 법에 따르면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는 일반음식점 영업장 개설이 어렵고 규모도 제한돼있다. 환경정비구역일 경우, 영업장이 최대 100㎡까지만 허용된다. 하지만 A 레스토랑 부지 내 영업장 면적은 이보다 5~6배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수원보호구역내 1만㎡에 가까운 잔디 정원과 허용 범위를 넘어선 수백㎡의 영업장.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 현행법을 위반한 채 불법으로 지어졌다.

[불법 의심행위 ①] 건물 무단 용도변경

해당 부지에는 4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한 동에는 A 레스토랑과 B 카페가 위치해 있다. 다른 한 동에는 또 다른 상호의 레스토랑 C가 들어서 있다. 콘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것처럼 보이는 건물은 조리 시설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외에도 창고 용도의 건물이 있다.

레스토랑 C가 들어선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1층은 계단과 주차장, 2층은 일반음식점 97.6㎡와 다가구 주택 46.3㎡, 3층 다가구 주택으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2층과 3층 모두 영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A 레스토랑과 B 카페가 들어선 곳에 건축물 대장을 보면 1층은 단독주택 19.53㎡과 일반음식점 98.53㎡, 2층은 단독주택 76.11㎡으로 되어있다. 마찬가지로 허가받은 용도와 달리 건물 전체를 영업장으로 사용했다.

이 건물은 지난 2010년과 2022년 무단 증축을 한 것이 적발돼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 표시가 등재돼 있다. 무단증축 여부는 실제 측량이 이뤄져 있지 않아 가늠할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야외에도 테이블 수십 개를 차려놓고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허용되지 않는 행위다.

[불법 의심행위 ②] 농지 불법전용
 
A레스토랑이 불법으로 농지를 전용해 조성한 주차장 일부 모습
 A레스토랑이 불법으로 농지를 전용해 조성한 주차장 일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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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레스토랑은 농지(지목-전) 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로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농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려면 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전 동구청에 확인한 결과 주차장 부지는 전용허가를 받지 않았다.  

[불법 의심행위 ③] 불법 산지전용
 
A 레스토랑이 일부 국유지가 포함된 토지를 불법으로 구조 변경한 모습. 최근에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A 레스토랑이 일부 국유지가 포함된 토지를 불법으로 구조 변경한 모습. 최근에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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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레스토랑은 지목이 임야로 되어 있는 산지 최소 5000여㎡ 이상을 불법으로 전용해 야외 영업장, 결혼식장, 산책로, 정원 등으로 사용했다.

이곳에는 정원수로 보이는 소나무 외에는 잔디밭으로 조성했다. 산지를 용도 외로 사용하려면 구청으로부터 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불법 의심행위 ④] 국유지 무단 점용
 
A레스토랑은  자신들이 조성한 정원과 대청호 오백리길 국유지와 맞닦는 지점을 성토하고 계단을  설치했다.
 A레스토랑은  자신들이 조성한 정원과 대청호 오백리길 국유지와 맞닦는 지점을 성토하고 계단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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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레스토랑은 환경부 소유의 국유지 1000여㎡를 무단으로 점용한 것으로 의심됐다. 이들은 국유지에 석축을 쌓고,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잔디 정원으로 사용했다.

이 외에도 대전광역시 소유의 부지 3곳을 무단으로 점용해 정원이나 주차장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됐다.  

"불법인 건 알지만..."

A 레스토랑 운영자는 위반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법에 따라 시설을 맞추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위반사항에 없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청호, #불법 카페, #상수원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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