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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학 졸업반이 된 딸아이와 보낸 그립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꼽으라면, 손을 잡고 동네 서점에 갔던 일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함께 책을 고르고 읽었다. 책은 여러 면으로 신비로운 물건이다. 책을 사러 가는 길, 책을 고르고 읽는 시간, 읽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을 보관하는 취미 등 책과 관련된 시간과 활동은 모두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즐거움과 추억은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조언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가장 오래된 조언 중의 하나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만큼 가장 실천하지 않는 과제 중의 하나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독서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의무가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는 놀이다. 독서를 즐거움으로 여긴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공부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대학 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수험생들의 이야기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입시 제도를 몇 번이나 바꾸더라도 변하지 않는 기준이 하나 있다면 바로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이다. 왜일까? 독서야말로 모든 학문의 기초 소양이며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명제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주저한다. 저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책, 가치 있는 책, 재미있는 책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읽는 취향도 제각각이다. 독서에는 왕도도 없을 뿐더러 정해진 길도 없다.

그저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된다. 재미없으면 읽다가 그만두어도 된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해서 뼈를 깎는 수양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독서가 좋은 학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위한 독서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듯이 책을 보는 안목과 책을 읽는 즐거움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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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 표지 사진
ⓒ 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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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또한 서울대학교가 매년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 목록을 공개하는 것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친구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참고하라는 의도를 품고 있다. 

서울대 입학처 아로리가 발표한 서울대학교에 지원한 학생이 읽은 책 1만 여권 중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 20권을 한 권에 담은 책을 썼다.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 TOP 20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한 권당 5분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한 책이다.

인문대학에서 농과대학, 사범대학, 치의과 대학까지 서울대 17개 단과 대학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TOP3도 함께 담았다. 한 마디로 말해 최상위 대학이 원하는 학생의 독서 능력을 알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조지 오웰 <1984>,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넛지>,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알베르 카뮈 <페스트> 등 '서울대학교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스무 권'을 저자의 자격으로 읽어본 소감은 명료했다.

우리 청소년들은 새로운 생각, 약자에 대한 배려, 미래에 대한 설계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확실히 젊은 피는 낡은 관습과 가치관에 거부감을 느끼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약자를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바꾸어 보려는 의도가 선명히 느껴졌다. 또 미래를 예측한 고전을 통해서 우리 청소년들이 앞으로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하겠다는 의지도 느껴졌다.

이 책에 소개된 스무 권을 낱낱이 살펴보면 좀 더 많은 돈을 벌거나 좀 더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법에 대해 알려 주는 책은 없다. 어떻게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관한 책이 많았다.

기성세대의 생각처럼, 오늘날의 청소년이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성공에 치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많이 읽는 책을 주목하는 것도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가 어떤 책을 읽는지 보면 자신의 독서 활동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또 자신이 미처 살피지 못한 분야를 새로 알게 될 수도 있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의 주장을 살펴봄으로써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세계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독서 활동도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한 스무 권의 책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면서 단 한 줄의 메시지라도 가슴에 닿길 바란다.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

박균호 (지은이), 센시오(2023)


태그:#독서, #서울대, #독서활동, #학생부, #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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