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주 태평사 입구에 활짝 핀 벚꽃. 태평사는 나주에서도 가장 오래된 벚꽃 명소 가운데 하나다.
 나주 태평사 입구에 활짝 핀 벚꽃. 태평사는 나주에서도 가장 오래된 벚꽃 명소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매화, 산수유꽃으로 시작된 남도의 꽃봄이 개나리꽃, 진달래꽃, 목련꽃, 동백꽃으로 또 벚꽃과 유채꽃으로 이어지고 있다. 꽃멀미가 날 지경이다. 남도의 영산강변을 따라 꽃길 드라이브에 나선다.

나주에서 무안으로 이어지는 영산강변을 따라가는 도로다. 도로는 3년 전에 개통됐다. 영산강을 따라가는 강변도로라고 '영산강로'로 이름 붙여졌다. 나주 영산포에서 무안 일로까지 50여 km에 이른다. 이 길을 따라가며 벚꽃과 유채꽃, 동백꽃도 만날 수 있다.

하얀 벚꽃은 태평사와 다보사 가는 길에서 만난다. 동신대학교에서 삼도 방면에 있는 태평사는 오래된 벚꽃 명소이다. 나주향교에서 다보사로 가는 길목, 한수제 부근도 온통 벚꽃이다. 다보사에는 수령 6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보물로 지정된 괘불도 있다. 1745년에 그려진 탱화다.
  
수령 600년 된 나주 다보사의 팽나무. 나이가 많이 들어 지팡이를 여러 개 짚고 서 있다.
 수령 600년 된 나주 다보사의 팽나무. 나이가 많이 들어 지팡이를 여러 개 짚고 서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심향사 미륵전 앞 삼층석탑. 많이 닳았음에도 단아한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심향사 미륵전 앞 삼층석탑. 많이 닳았음에도 단아한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심향사 

태평사와 다보사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심향사도 한적한 절집이다. 나주에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를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심향사는 절집 자체가 전라남도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삼층석탑과 건칠아미타여래좌상은 국가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삼층석탑이 압권이다. 많이 닳았지만, 단아한 품위를 지니고 있다. 탑이 작다고 '난쟁이탑'으로 불린다. 미륵전 앞 모과나무 고목도 명물이다. 절집은 1600년대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심향사 옆 나주공고는 5·18나주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당시 한독공고 학생 30여 명이 시위에 합류하며 나주지역의 고등학생 시위에 불을 붙였다. 학교 입구에 사적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옛 나주읍성의 북망문 앞이다.
  
나주공고 앞에 세워져 있는 5.18나주사적지 표지석. 심향사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나주공고 앞에 세워져 있는 5.18나주사적지 표지석. 심향사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산포철도공원으로 변신한 옛 영산포역사. 복원된 역사가 전시관으로 꾸며져 옛 추억 속의 기차를 소환해 준다.
 영산포철도공원으로 변신한 옛 영산포역사. 복원된 역사가 전시관으로 꾸며져 옛 추억 속의 기차를 소환해 준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산포역 

영산강변에 자리한 옛 영산포역은 철도공원으로 변신했다. 영산포역은 1913년 호남선 철도 개통과 함께 문을 열어 90년 간 운영됐다. 나주역으로 통합되면서 문을 닫은 지 20여 년 됐다. 옛 추억을 떠올려주는 증기기관차가 공원에 전시돼 있다.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역 대합실에선 영산포역의 옛 사진, 1950년대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보여준다. 장작 난로와 함께 당시 연료로 쓰던 조개탄도 보인다. 기관사 복장도 입어볼 수 있다. 기관사와 역무원이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던 휴대용등도 전시돼 있다.

대합실에서 음료와 간식을 팔던 홍익매점도 재현됐다. 매점에는 열차 안에서 팔던 삶은달걀 꾸러미가 보인다. 영상을 통해 기차를 운전해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됐다. 역사 밖에서는 철도공원 한 바퀴 500여 m를 돌아보는 레일바이크도 타볼 수 있다.

공원 밖으로 나가면 영산강변의 유채꽃과 만난다. 유채꽃이 강변을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봄이면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강변의 유채꽃밭이다. 영산포가 모처럼 북적거리는 것도 이 때다.
  
영산강변에 피기 시작한 유채꽃. 꽃이 활짝 피면 유채꽃물이 강변까지도 노랗게 물들인다.
 영산강변에 피기 시작한 유채꽃. 꽃이 활짝 피면 유채꽃물이 강변까지도 노랗게 물들인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산강변에 자리한 영모정.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물을 차분히 내려다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영산강변에 자리한 영모정.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물을 차분히 내려다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모정

강변도로를 따라 회진에서 영모정을 만난다. 화순 물염정, 담양 식영정, 곡성 함허정, 광주 호가정, 영암 회사정, 장흥 부춘정, 완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의 8대 누정으로 꼽힌다. 나주임씨 임복이 1556년에 지었다.

어버이를 길이 추모한다고 '영모정(永慕亭)'으로 이름 붙였다.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물을 차분히 내려다보는 여유를 선사한다. 지척에 영산강변에서 얻은 쪽을 이용한 천연염색박물관과 복암리 고분전시관도 있다.

강변도로는 죽산보를 거쳐 장춘정, 석관정을 차례로 만난다. 장춘정은 1500년대를 산 조선중기 무신 고흥유씨 유충정이 세웠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동백나무, 배롱나무 노거수가 한데 어우러졌다. 사철 꽃이 피어, 언제라도 봄풍경을 간직한 것 같다고 '장춘정(藏春亭)'이다. 송순, 임억령, 박순, 기대승, 임제 등이 다녀갔다고 전한다. 편액이 흔적으로 걸려 있다.

석관정은 영산강변에서 풍치 좋다고 손가락에 꼽히는 누정이다. 함평이씨 석관(石串) 이진충이 1530년에 지었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정면 2간, 측면 2간, 석조 8작 지붕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영산강을 발아래에 두고, 옛날에 오가던 황포돛배 나루터도 복원됐다. 잔잔하게 흐르는 영산강물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사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영산강의 해넘이 풍경. 죽산보를 배경으로 하루 해가 저물고 있다.
 영산강의 해넘이 풍경. 죽산보를 배경으로 하루 해가 저물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산강변에서 만나는 누정 장춘정. 언제라도 봄풍경을 간직한 것 같다고 ‘장춘정(藏春亭)’이다.
 영산강변에서 만나는 누정 장춘정. 언제라도 봄풍경을 간직한 것 같다고 ‘장춘정(藏春亭)’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식영정 

영산강변에 식영정도 있다. 담양 식영정(息影亭)과 한자를 달리 쓰는 식영정(息營亭)이 무안 몽탄에 있다. 쉬면서 앞날을 짊어질 인재를 키운다는, 세상 경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호 임연이 1630년에 지었다. 누정을 수령 500년 넘은 팽나무와 푸조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호젓한 식영정 마루에 앉아 고목 사이로 영산강 풍경을 내려다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가까운 데에 금남 최부의 사당과 묘도 있다. 최부는 표류의 여정을 기록한 <표해록(漂海錄)>을 썼다. 1487년 부친상을 당한 최부는 제주에서 고향 나주로 돌아오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했다.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서 항주, 소주, 양주, 산동, 베이징을 거쳐 6개월 만에 한양으로 돌아왔다.

표해록은 최부가 그때 겪은 생활을 정리한 글이다. 표류일지뿐 아니라 당시 중국의 풍경과 기후, 풍속까지 세세히 적었다. 최부를 기리는 사당과 묘가 영산강변 이산리 배뫼마을에 있다.
  
팽나무, 푸조나무 고목과 어우러지는 무안 식영정. 영산강변, 무안군 몽탄면 배뫼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팽나무, 푸조나무 고목과 어우러지는 무안 식영정. 영산강변, 무안군 몽탄면 배뫼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금남 최부의 표류를 형상화한 최부사당의 담장 벽화. 사당은 최부의 묘와 함께 무안군 몽탄면 배뫼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금남 최부의 표류를 형상화한 최부사당의 담장 벽화. 사당은 최부의 묘와 함께 무안군 몽탄면 배뫼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빨간 동백꽃은 죽산보 인근, 나주 송죽마을에서 만난다. 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다. 어른 두 명이 두 팔을 벌려야 닿을 정도로 우람한 둘레를 지니고 있다. 가지도 사방으로 고르게 펼쳤다. 500년 수령에도 해마다 꽃을 활짝 피운다.

나무가 간직하고 있는 사연도 애절하다. 정암 조광조가 화순 능주로 유배돼 사약을 받은, 1519년 기묘사화 때다. 정암을 따르던 선비 11명이 내려와 영산강변에 정자를 짓고, 동백나무를 심었다. 유생들한테 동백나무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었다. 그때 지은 정자는 금사정이다.

영산강은 담양에서 목포까지 350리를 유유히 흐르며 남도땅을 적신다. 그 강변을 따라 절집과 누정을 만나는 영산강변도로다. 하얀 벚꽃, 노란 유채꽃, 빨간 동백꽃과 앙증맞은 풀꽃은 덤이다. 봄날의 여유와 호사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영산강변이다.
  
나주 금사정과 동백나무. 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나주 금사정과 동백나무. 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무안식영정, #영산포철도공원, #나주금사정, #영산강변도로, #나주다보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