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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해고하자 입주민들이 해고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명을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았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해고하자 입주민들이 해고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명을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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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9일 오전 10시 3분]

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불합리한 이유로 재계약이 종료(해고)될 위기에 처했다가 주민들의 민원과 항의로 다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위탁관리업체(관리사무소)는 경비원 A씨에게 지난 2월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근무 태도와 관련해 의견을 전달했고, 업체에서 A씨와의 계약종료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은 3개월 초단기 계약 형태로 근무해왔는데, 4년여 간 계약을 연장하며 일해온 A씨에게 갑자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계약만료통지서를 건넨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입주민 B씨가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이유를 묻자 '주민 80%가 싫어한다'라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 합당한 해고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에 관리소장과 입주민 대표들을 찾아가 해고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미 정해진 일'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B씨는 지난 23일부터 엘리베이터에 대자보와 주민 서명 동의서를 붙여 해고 취소를 원하는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틀 뒤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구 아파트 경비원 갑질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했다.

중간에 대자보가 무단 훼손되는 등의 방해 행위에도 불구하고, 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28일 오후 현재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700세대 규모다.

입주자대표회의 "분위기 쇄신 위해 계약만료 통보"... 대자보 주민 비판하기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 화제가 되면서 아파트 안팎에서 논란이 계속 커지자,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경비원 A씨에게 3개월 근무 연장을 통보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입주자회의는 아파트 통로에 붙인 설명서를 통해 "해당 경비원은 부당해고가 아니라 계약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계약 만료 통보는 관리사무소에서 업무능력 평가를 거쳐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아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 주변 청소와 음식물쓰레기통 청결에 대해 입주민 민원이 접수돼 관리소장이 경비원들에게 교육하고 지시했다"며 "낙엽 정리와 음식물쓰레기통 청소가 미흡해 경비원 근무 분위기 쇄신을 위해 1명에 대해 계약만료 통보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입주민 B씨를 언급하며 "관리사무소장이 (경비원 계약해지에 대해) 설명했지만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엘리베이터에 관리사무소 통제도 받지 않고 주민동의서를 부착했다"면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우리 아파트가 무슨 큰 문제나 비리가 있는 것처럼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계약만료된 경비원을 일부 입주민의 반대로 퇴직시키지 못하면 우리 아파트 경비원은 계속 고용해야 하는 전례를 남기게 된다"며 "입주자대표회의의 권위도 땅에 떨어져 경비원들이 일부 주민만 쳐다보고 대표회의나 관리소장 지시를 무시하는 등 아파트 입주민의 많은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오마이뉴스>에 "우리 아파트에는 경비원이 4명 있는데 모두 나이가 많은 분들이다. 경비원들을 다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제가 반대했다"며 "그래서 한 명만 교체하기로 했는데 주민들이 반대해 결국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3개월 초단기 계약을 한 이유와 관련해선 "나이가 칠십이 넘으신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문제가 없으면 계속 고용하기 때문에 3개월 계약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비원 A씨 "말 안 듣는다는 건 거짓말... 도와준 주민들에게 고맙다"

반면에 입주민 B씨는 기자에게 "아파트에 노인 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경비원 A씨는) 그분들의 무거운 짐도 다 들어주고 점심시간에 밥 굶어가면서 혼자 사시는 분들을 도와준다. 항상 인사도 잘해주시고 싹싹한 분"이라며 입주자회의 측과 다른 평가를 내놨다.

경비원 A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소를 안 한다거나 소장 말을 안 듣는다, 입주자 회장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며 "우리 아파트에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이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A씨는 "나는 주민들만 보고 일을 해왔다. 이번에 주민들이 많이 나서서 도와주셨는데 너무 고맙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경비원들도 갑질을 당하지 않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태그:#아파트 경비원, #경비원 갑질, #대자보, #해고, #입주자대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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