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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회의실에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회의실에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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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회의실에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성호 화섬식품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이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사례를 소개했다. 김 지부장은 "10년 차 사내하청 노동자 연봉이 2600만원 정도다. 원청노동자 평균 임금의 30%에 불과하다. 원청은 하청업체에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15% 올려줬다고 하는데, 그 돈은 누구에게 간 것인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하청노동자들이 방진복과 일회용 장갑, 마스크 등 필수품목을 턱없이 부족하게 지급받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방진복은 한 주에 하나씩 지급돼 빨아서 쓰고 있으며, 하루에 몇 개씩 써야 하는 마스크는 하루에 하나만 지급된다고 했다. 비를라카본코리아는 카본블랙(타이어보강제)을 생산하는 회사로, 여수에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비를라카본코리아사내하청지회)은 30일 기준 총파업 28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하나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조합원(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자)은 "퇴근시간 10분 전, 보이스피싱 신고 전화가 오면 후속 처리가 1시간이 걸리든 2시간이 걸리든 받은 사람이 처리하고 간다. (여기에 대한) 연장근로 수당? 당연히 없다"고 증언했다. 또 "일하는 3년 중 2년 반 동안 휴게실이 없었다. 사무실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겨우 허리를 펴는데, 돗자리와 담요조차도 사비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휴게실이 없어 4시간의 휴게시간 중 새벽 2시~4시 사이 사무실 불을 껐더니, 원청 관리자는 '일하는데 왜 불을 끄냐'(라고 했다). 관리자는 콜센터 상담사의 휴게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에 의자에 앉아있으라고 했다. 원청인 저축은행중앙회가 싫어한다(는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사례를 발표한 장경술 전국연합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실 이 주제는 이미 여러 의원이 법률안을 내서 토론을 안 해도 되는 부분"이라고 했고, 박옥경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이번 토론회가 끝나면 법을 제대로 마련해, 이런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방진복과 마스크를 들고 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방진복과 마스크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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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방지법들 나와

이날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가 하청노동자의 '다음 소희 방지법'을 제안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원칙적으로 간접고용 금지(전문 영역에서만 예외적 허용) ▲파견·하청노동자 1.3배 임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다음 소희>는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란 문자를 남기고 자살한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돼 지난달 개봉된 영화로, 현재는 일부에서만 상영 중이다. 권 교수는 "영화에서 특성화고 실습생은 하청노동자이자 인턴이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하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문제도 거론하며 "유럽연합의 경우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명문 규정으로 사업이전에 따른 고용승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한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원청이 노무비 전용 계좌를 사용해 하청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거나, 파견업체는 정해진 수수료만 떼도록 해 부당한 중간착취를 막자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권 교수는 "법안으로 발의된 파견 수수료 명시나 인건비 구분지급이 당연히 있으면 더 좋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불법파견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양대노총 위원장과 국회의원들도 착취 근절에 한 목소리
 
왼쪽부터 박옥경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성호 화섬식품노조 광주전남지부장, 장경술 전국연합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이하나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조합원(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자).
 왼쪽부터 박옥경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성호 화섬식품노조 광주전남지부장, 장경술 전국연합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이하나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조합원(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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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위원장과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정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인사말을 남겼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문제를 취재한) <한국일보> 기자들의 우직한 노력으로 오늘 중간착취 근절을 위한 토론회가 마련된 것에 대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하고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원청의 단체교섭 및 노조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문제 개선) 통과와 긴접고용 노동자의 중간착취 근절,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철폐를 이루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라 했다.

한국일보 취재팀(마이너리티팀)은 간접고용으로 중간착취를 당한 피해 당사자 100명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중간착취의 지옥도'라는 기획기사(링크)를 연재하고 있다. 최초 2021년 1월 "간접고용의 족쇄 "이번달도 200만원 떼였어요""란 기사부터, 올해 3월 4일 현재 "노무현 대통령도 고민했던 '중간착취' 문제···민주당 상반기 입법 나선다"까지 80건 가까이 되는 기사가 세상에 나왔다. 취재팀의 기록은 2021년 8월 '중간착취의 지옥도'란 이름의 책으로도 출판됐다. 이번 토론회에 전혼잎 기자가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접고용의 원칙을 재확립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파견법을 개정하여 파견업종과 파견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궤변"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영진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은 "현재 발의가 되어 있는 여러 개정안들의 내용과, 또 새로 발의가 필요한 법안들은 무엇인지 심도 있게 연구하여 국회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중간착취를 이제는 뿌리 뽑고자 올 상반기 내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목표로 내세웠다. 사실상 일은 노동자가 하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 일을 막기 위해 중간착취 방지를 민주당 노동개혁 중 핵심 사안으로 정한 것"이라 밝혔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은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고의 당사자는 대부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라며 "의미 있는 해법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전해철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주변의 청소 노동자, 경비원, 환경미화원, 도시가스 점검원, 콜센터 상담원, 건설 하청 노동자, 제조업 사내 하청 노동자 등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온전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회의실에서 진행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 참가자들 단체사진.
 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회의실에서 진행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 참가자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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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간접고용, #중간착취, #국회, #토론회,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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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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