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JTBC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 jtbc

 
3월 19일 방영된 6회차 <신성한, 이혼>, 느닷없이 신성한(조승우 분)의 사무실에 마금희(차화연 분)가 들이닥친다. 마금희가 누군고하니, 바로 이혼을 당하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여동생의 시어머니였던 사람이다. 그로 인해 독일에서 피아니스트이자 교수로 활약하던 신성한은 모든 걸 내던지고 이혼 변호사로 전직했다.
 
하와이에서 귀국했다며 신성한의 사무실로 찾아온 마 여사는 흡사 적진을 염탐하러 온 적장의 포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 여사를 분한 차화연 배우가 맡았던 전작의 역할들이 대부분 그런 선인겹을 가지기에 충분한 역할들이었다. 심지어 떨떠름해하는 신성한을 뒤로 하고 돌아선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뱉는다. '착하면 큰일난다고', 수수께끼처럼 알쏭달쏭한 말이다. 신성한의 여동생이 착해서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건가, 신성한이 어수룩하게 하면 자기네 앞에서 뼈도 못 추리게 해주겠다는 협박인가. 

그런데 7, 8회를 거치며 그렇게 악인의 포스를 풍기던 마 여사의 캐릭터가 그저 기존 배우가 했던 역할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선입견이었음이 드러난다. 마 여사는 조카조차 못 만나게 된 신성한에게 자신이 돌본다는 핑계를 대고 만나게 해주고, 이제 하와이에 돌아가는 대신 이곳에 머무르고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을 만난다. 시청자들이 예상한 캐릭터의 반전이다. 그리고 이런 마금희의 반전에 보여지는 '역설'이야말로 <신성한, 이혼>이란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아닐까 싶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JTBC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JTBC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 jtbc

 
극중 신성한이 맡은 제일 첫 사건, 이제는 똑부러지는 상담실장이 된 이서진(한혜진 분)의 이혼 사건이다. 이미 신성한이 사건을 맡기 전 이서진은 불륜과 불륜남과의 동영상 유출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가 신성한을 찾아왔을 때, 당연히 신성한은 꺼려했다. 불륜의 당사자가 이혼을 하는데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서진이 엄마로서 양육권을 가지고 싶다하자 조카를 떠올린 신성한이 나선다. 
 
그런데 막상 이서진의 사건은 보이는 것과 달랐다. 분명 드러난 것은 이서진이 귀책사유자이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참고 살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사람 좋은 얼굴로 아내가 하는 방송 회의에 맛있는 빵집 거라며 빵을 사들고 온 남편, 같이 회의를 하던 사람들은 모두 엄지척이다. 하지만 잠시 후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서진을 기다리던 남편은 말한다. 그녀가 어디 다른 곳으로 한눈이라도 팔까봐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서진의 속옷 사진까지 찍어대고, 이혼 과정에서 어린 아이에게 엄마의 동영상을 보여주는 파렴치한 남편, 그렇게 이서진의 사건에는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이서진 사건뿐만이 아니다. 그 다음에 찾아온 상간 커플, 역시나 이른바 '손가락질 당할' 처지와는 다른 속내가 숨겨져 있다. 아픈 남편과 그 남편을 위해 희생한 시간, 커리어 그리고 자존심 때문에 결혼을 놓지 못하는 아내, 세상사 참 보이는 것과 다르다 싶다. 

그리고 이제 최근 7, 8회 수임된 사건의 주인공은 심지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다. 베트남 신부와 나이 많은 농촌 총각의 만남은 '폭행'으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신성한을 찾아온 남편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사건 또한 보이는 것과 다르다. 아내 뿐만 아니라, 아내의 친정 식구들까지 먹여살리려고 혹사하다시피 일했다던 남편, 그에 반해 아내는 늘 바깥으로 떠돌았다는데... 가장 놀라운 반전은 이제 9회를 맞이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두 사람 아이의 친부이다. 
 
세상의 잣대, 그 이면의 진실
 
 JTBC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JTBC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 jtbc

 
<신성한, 이혼>은 이처럼 우리네 세상 보여지는 잣대를 넘어선 진실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그걸 통해 우리가 보고, 세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또 다른 의미,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신성한, 이혼>은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이혼' 사건만을 다룬다.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남자와 여자가 만나 이루는 '가정'이라는 단위를 기초로 하여 움직여왔다. 하지만 그 가정은 어느덧 결혼 안 해도 된다는 젊은이들이 더 많은, 시대 속 유물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번듯한 가정과 그 가정의 구성원이 '멀쩡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친정과 시댁이 얽혀져 그 의무적 관계가 싫다는 세상에, 한편에서는 '가족의 의무'로 인한 부작용들이 난무한다. 

<신성한, 이혼> 속 사건들은 바로 가족이란 제도의 부작용들이 빚어낸 비극들이다. 변태같아도 아이의 아버지니까 그래도 남편이니까 참던 아내, 자신을 희생하며 남편을 교수를 만들어야 했던 아내, 그래서 교수 남편이 자신의 이름표와 '캐시카우'가 된 아내, 그리고 홀로 오랫동안 고생하신 어머니께 손주라도 안겨드리고 싶었던 순박한 농촌 총각, 설사 그게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차마 동네 창피해서 진실을 드러낼 수 없었던 남편, 이런 부작용들이 쌓이고 쌓여, 정작 그 화살이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니,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라고 가리는 것이 무색할지도 모른다. 베트남까지 가서라도 아내를 사와서 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이 무거운 결혼과 가족이라는 우리 현실의 이야기를 <신성한, 이혼>은 '인간미'라는 양념을 치며 이끌어 가려 한다. 어수선했던 초반을 거쳐, 드라마는 신성한을 비롯하여, 사무장 장형근(김성균 분), 1층 세입자 조정식(정문성 분)의 세 친구 막역한 소동극을 통해 톤을 맞춰간다. 

이혼 변호사 사무장이지만 장형근은 정작 그 자신이 이혼 위기에 놓여있다. 개인적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바빴던 무역맨으로 살아왔던 시간, 외로웠던 아내는 그를 떠났다. 하지만 홀로 사는 집에도 여전히 아내와의 결혼 사진을 놓고 있을 정도로 그는 아내를 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고 고백할 때까지. 결국 스스로 이혼 서류를 꾸려 아내에게 내미는 날, 그는 친구들이 마련한 선물이라며 유모차를 건네준다. 그 비극의 순간 눈물이라도 잔뜩 흘려야 하건만 장형근은 그럴 수 없다. 저쪽 구석에 형근이 걱정돼서 찾아온 두 친구가 있으니.

이런 식이다. 혹시나 성한이 조금이라도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냉큼 달려와주는 친구들, 월세도 제대로 못 내는 세입자이지만 성한의 사건에 철천지 원수같은 동생의 변호사 박유석(전배수 분)이 등장하자, 땅끝 마을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 차로 달려간다. 어쩌면 드라마는 세 친구의 우정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말이다. 
신성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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