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에서 개최된 24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에서 개최된 24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 전주영화제 제공

 
지난 30일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CGV 용산에서 열렸다. 42개국 247편이 상영되고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이 개막작에, 김희정 감독 신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영화아카데미 40주년 특별전, 동아시아 특별전 등 다양한 영화메뉴를 마련한 프로그래머들의 준비도 돋보였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영화계의 반대에도 불구, 공동집행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우범기 전주시장과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에게 관심이 쏠렸다.  
 
먼저 인사말을 한 우범기 전주시장(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과 16mm 컬러로 제작된 <선화공주>를 언급한 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전주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관객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대중성과 정통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인사한 후 최근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동안) 배우로 초청받아 레드카펫에서 사진 찍고 편하게 다녔는데,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가보니 차려진 상에서 밥만 먹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영화제 관계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배우의 신분으로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던 고(故) 강수연 선배님 이외에, 중책을 맡은 분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면서 "응원도 많이 듣고 걱정도 많이 들었는데, 제가 갖고 있는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와 중요 요소들을 잘 결합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우범기 시장 "집행위원장 내리꽂지 않았다"
 
 30일 오후 CGV 용산에서 열린 24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30일 오후 CGV 용산에서 열린 24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 전주영화제 제공

 
우범기 시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영화계와 불통했다는 비판이 있다', '전주영화제 위상을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시행착오 끝에 명성을 찾아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우 시장은 "전주영화제가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독립영화제 위상을 충분히 갖췄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에 있어선 이견이 없다"라며 "독립영화가 일반 시민들에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중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전주영화제에 몇 번이나 참석했냐'는 질문에 "영화제를 많이 다니거나 그럴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집행위원장을 낙하산으로 내리꽂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물음에는 "내리꽂은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한 '영화제의 제도적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라는 물음에 "두 분 위원장이 잘 할 것이고, 조직위원장이 영화 제작이나 다른 것까지 하나하나 개입할 정도의 전문가도 아니어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잘라 답했다. 

이 자리에서 정준호 위원장 또한 "우범기 시장을 영화제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라며 "누구에 의해서,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서 이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우범기 전주시장과의 개인적인 관계성을 부인했다.

기자회견을 접한 한 영화계 인사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표출됐음에도 시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임명한 것은 명확한 사실인데, 내리꽂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영화계 반대 의사 기사로 접했다"
 
 30일 오후 CGV 용산에서 열린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는 공동집행위원장 정준호 배우.

30일 오후 CGV 용산에서 열린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는 공동집행위원장 정준호 배우. ⓒ 전주영화제 제공

 
정준호 위원장은 '독립영화를 지원해 온 다른 배우들이 (공동집행위원장 임명을) 반대한 것을 알고 있냐'라는 물음에 "영화계 반대 이야기를 기사로 접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동료 선후배들이 영화계가 힘들었을 때 일을 잘 해주셨는데 (제가) 동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나갈 생각이다, 독립영화 배우들을 존경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독립영화제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영화계 인사는 "영화계 반대를 기사로 알았다는 답변은 (그가) 영화인들과 소통이 부족했음을 드러내는 방증"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정준호 위원장은 전주영화제의 대중성 강화를 언급하며 '1%의 도움'이라도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정작 대중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현실과 괴리된 모습을 보였다.

정준호 공동위원장은 (전주영화제의) 대중성을 설명하며 "주차 공간 확보를 통해 대중들이 영화를 보러 오는데, 불편함이 없게 준비하겠다"라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오는 분들에게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골목상영과 야외상영도 언급했다. 

이에 옆에 있던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이 보충 설명을 이어갔다. 민 위원장은 "축제에 동참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이벤트로 야외상영을 늘리는 형식으로 정규 프로그램이 아닌 축제성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주영화제는 이미 대중성이 확보된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다. 흥행영화의 좌석점유율이 30~40% 수준인데 비해 영화제 기간 좌석판매율은 70~80%를 차지할 만큼 대중의 관심이 큰 영화제다.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골목상영 등 야외프로그램도 시작한 상황. 정 위원장이 대중성 강화를 언급하며 주차 공간 확보 등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에서 열린 24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에서 열린 24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 전주영화제 제공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임명 논란과 관련 한 유명 감독은 "전주영화제는 이미 정체성과 대중성이 확립된 영화제 아니냐"며 "새로운 집행부가 정체성과 대중성을 떨어뜨릴까 우려된다"고 한 바 있다. 

한편, 전주영화제는 4월 27일(목)~5월 6일(토)까지 고사동 일원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시상식과 폐막식은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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