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LG 트윈스),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양의지(두산 베어스)도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양의지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가 끝난 이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의지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국가대표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베테랑들이 좀 더 잘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매우 아쉽다"라며 "이제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할 때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친정팀에서 하게 됐다. 두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마지막 임무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허경민(왼쪽)과 함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양의지(오른쪽)

30일 오후 허경민(왼쪽)과 함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양의지(오른쪽) ⓒ 두산 베어스


대표팀에서의 부진 털어낸 WBC, 그게 마지막이었다

양의지는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자신의 첫 국제대회였던 2015년 프리미어12(13타수 3안타 타율 0.231 1홈런 2타점 OPS 0.795)에 이어 2017년 WBC(2경기 9타수 2안타 타율 0.222 1타점 OPS 0.422)서도 크게 부진했다.

그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도 16타수 4안타 타율 0.250 4타점 OPS 0.804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2019년 프리미어12(8경기 23타수 2안타 타율 0.087 1타점 OPS 0.371)에서는 1할도 채 되지 않는 타율로 자존심을 구겼다.

2021년 도쿄올림픽(7경기 22타수 3안타 타율 0.136 2타점 OPS 0.382)서도 명예회복에 실패한 양의지는 '절치부심'의 각오로 올해 WBC를 준비했다. 또 한 명의 베테랑 포수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이 뒤를 받쳐줄 수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본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컸다.

사실 쉽지 않았다. 호주에서 소속팀의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다가 한국을 거쳐 대표팀이 모인 미국 애리조나로 향하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상당했다. 공항에서 서서 졸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양의지는 버텨냈다. 호주전, 일본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최종 성적은 10타수 4안타 타율 0.400 2홈런 5타점 OPS 1.455. 가장 좋은 성적으로 국제대회를 마쳤다. 그러나 그게 양의지의 마지막 국제대회가 됐다.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된 양의지는 소속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된 양의지는 소속팀에 집중할 계획이다. ⓒ 두산 베어스


양의지의 태극마크 반납, 대표팀에게 주어진 과제

양의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 원이라는 초대형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 4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두산은 양의지의 '컴백'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수 본인도 이에 보답하고 싶은 의지가 강력하다. 소속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이유다.

자연스럽게 대표팀 주전 포수 자리는 '공석'이 됐다. 프리미어12, 2026 WBC 등 이어질 국제대회서 대표팀이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다. 일단 리그에서 주전급 포수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대표팀을 구성하는 아시안게임의 경우 여전히 안방을 책임질 포수가 정해지지 않았다. 후보로 언급되는 선수들은 있는데, 누가 주전 포수가 된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좋은 포수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리그와 대표팀의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양의지 다음으로 '국가대표 포수' 계보를 이을 선수가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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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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