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1차 라인업

2023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1차 라인업 ⓒ 사단법인 피스트레인

 

오는 9월 2~3일 강원 철원 고석정 일원에서 펼쳐지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이 1차 라인업을 발표했다. 1차 라인업과 함께 판매된 1차 티켓은 티켓 오픈 이후 3분만에 매진되었다. 오는 6월 22일(목)에는 2차 라인업을 공개하며, 2차 티켓 판매 역시 진행할 예정이다.

예산 축소 등 위기 딛고... 준비된 잔치

피스트레인은 지난 2018년 "음악을 통해 정치, 경제, 이념을 초월하고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자"는 취지와 함께 시작된 비상업적, 대중친화적 페스티벌이다.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뮤지션이 출연하면서도, '지역성' 역시 이 공연을 위해 철원을 찾은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즐긴 것이 아니라, 인근의 자연 풍경을 만끽하고, 행사장 주변의 지역 맛집을 찾았다. 철원군민과 철원 지역 내 복무중인 군인은 무료 참여가 가능하다. 페스티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주민이나 군인이 디제이나 밴드와 함께 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졌다. 접경 지역 철원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부여된 것.

1,2회에 걸쳐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페스티벌'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야심차게 2020년 공연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오프라인 공연을 진행할 수 없는 2년이 지속되었다. 지자체에서 받는 보조금 예산이 1/3로 대폭 축소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페스티벌은 한영애, 윤수일, 스타클로러 등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강원도의 지원이 올해부터 끊겼지만, 철원군이 도 몫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크라우드 펀딩, 티켓 유료화 등을 통해 자생력을 갖춘 페스티벌을 모색했다.

철원에서 울려 퍼질 '언젠가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 ⓒ 사단법인 피스트레인

 

올해 피스트레인의 키 메시지는 "너만의 리듬에 맞춰(Dance to your own rhythm)"이다. 시류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피스트레인만의 리듬에 맞춰 페스티벌을 준비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관객 역시 각자의 리듬으로 페스티벌을 즐기자는 취지를 두루 담았다. 피스트레인은 1차 라인업에서 11팀의 아티스트를 공개했다.

걸그룹 뉴진스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2023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뽕> 앨범으로 4관왕을 차지한 프로듀서 250이 출연한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철원의 지역 주민에게 250이 재구성한 '뽕짝' 음악이 어떻게 닿을지 기대된다.

'담다디'로 데뷔한 이후  '공무도하가',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등의 명곡을 남긴 전천후 예술가 이상은, 'No Pain'을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상 후보에 올리는 등, 현재 한국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밴드인 실리카겔 역시 출연한다.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해부터 활동을 재개한 모던록 1세대 밴드 마이 앤트 메리,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뜻돌, 래퍼 짱유와 제이플로우가 결성한 '힙노시스 테라피'도 이름을 올렸다.

해외 뮤지션 역시 참신한 이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내세우는 미국의 인디 록 밴드 마일드 하이 클럽(Mild High Club)이 6년 만에 피스트레인을 통해 내한한다. 알렉산더 브레틴이 이끌고 있는 밴드는 래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포스트 펑크를 재구성한 밴드들이 영미권에서 재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개성을 갖춘 영국 밴드 HMLTD의 이름 역시 체크해볼 만하다. 이외에도 '일본의 스트록스'로 불리는 인디록 밴드 DYGL(데이글로), 홍콩의 포스트 펑크밴드 난양파이뒤(南洋派對 N.Y.P.D.)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상업성 없는 뮤지션 섭외하는 이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 사단법인 피스트레인

 

2018년 출범 이후 쭉 그랬듯, '뻔한 페스티벌 라인업'과는 거리를 뒀다. 이 페스티벌을 주로 소비하는 타겟층을 면밀하게 파악한 결과다. 급변하는 대중음악 신(scene)의 흐름과 조응하면서도, 여러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편성도 확보했다. 비상업적이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가 없는 페스티벌이 피스트레인의 지향점이다.

피스트레인은 티켓이 잘 팔리는 뮤지션 섭외에 집중하기보다는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레전드 뮤지션, 그리고 유명세와 별개로 뚜렷한 개성을 갖춘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피스트레인에는 팬층이 많은 뮤지션도 출연하지만, 상업성이 입증되지 않은 뮤지션도 여럿 출연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비상업적인 공연도, 상업적인 공연도 모두 필요하다. 열악한 현실적 여건 가운데, 페스티벌 고유의 철학을 지키면서도 최선의 결과물을 추구한 주최 측의 역량이 돋보인다.

지난해 피스트레인을 방문했을 때, 인상에 남은 장면이 있다. 미국의 펑크록 밴드 스타크롤러가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는 가운데, 부모와 동행한 어린이가 펑크록에 맞춰 맘껏 춤을 추고, 록 팬들로부터 '나락도 락이다'라는 깃발을 건네받아 흔드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페스티벌이 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 아닐까 생각했다. 올해에도 철원에서 그 어린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DMZ 피스트레인 피스트레인 250 이상은 실리카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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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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