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구대표팀 '추일승호'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대비한 16인 명단을 발표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5월 26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하여 논의한 끝에 항저우아시안게임 대비 16인 명단 및 예비 엔트리 24인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7월 열린 2022 FIBA 아시아컵 이후 약 1년만의 대표팀 소집이다. 대표팀은 다가올 7월 한일 농구 평가전부터 8월 국제농구연맹(FIBA) 프리 올림픽 퀄리파잉 토너먼트, 그리고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숨가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추일승 감독과 이훈재 코치가 이끄는 이번 대표팀에는 최고참 오세근(SK)에서부터 막내 문정현(고려대)까지 프로와 아마추어, 국내와 해외파, 신구세대를 두루 아우르는 폭넓은 선발이 이루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베테랑 오세근과 김선형의 태극마크 복귀다. 두 선수는 '중앙대 52연승' 신화를 함께 쓴 동문이자 현재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다. 지난 2023 KBL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팀의 에이스로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던 두 선수는, KGC의 통합우승으로 시즌이 끝난 후 FA가 된 오세근이 김선형이 있는 SK로 전격 이적하며 한솥밥을 먹게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세근과 김선형은 대표팀에서도 터줏대감에 가까운 단골 손님이었다.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멤버이기도 했다. 당시 멤버중 지금까지 대표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이제 오세근-김선형과 김종규(원주 DB)까지 단 3명뿐이다.
 
국내에서 활약하던 선수들도 정작 국제대회에 나가면 작아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오세근과 김선형 듀오는 국제무대에서도 항상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몫은 꾸준히 해내는 몇 안 되는 선수들이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기량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김선형은 올해 10년만에 생애 2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고, 오세근은 역대 최다 타이인 3번째 파이널 MVP를 차지했다. 세대교체를 강조하던 추일승 대표팀 감독이 두 베테랑을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인 이유다.
 
두 선수는 2020년대에 접어들며 대표팀에서 한동안 멀어졌다. 어느덧 나이가 쌓이며 잔부상과 체력부담도 있었고, 대표팀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2 FIBA 아시아컵에서 대표팀은 두 선수의 빈 자리를 절감했다. 추일승호는 특유의 '포워드 농구'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뉴질랜드와의 8강전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공백과 멘탈싸움에서 무너지며 노련한 리더와 해결사의 부재가 뼈아팠다는 지적이다.

한국농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로는 국제무대에서 부침을 거듭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3위에 그치며 선수선발로 인한 잡음에 시달렸다. 허재-김상식-조상현 등 역대 대표팀 전임 감독들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논란 속에 물러났다. 지난해 2월에는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하는 바람에 실격 처리를 당하면서 아시아컵 이후 1년동안 대표팀이 국제대회없이 강제 공백기를 갖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는 역시 아시안게임이다. 본래 2022년으로 예정되었으나 개최국 중국의 코로나19 사정으로 인하여 1년 연기되어 올해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농구의 명예회복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홈에서 열린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만 정상에 올랐을뿐, 원정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농구가 아시아무대에서 원정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7년 사우디 FIA 아시아컵(당시는 아시아농구선수권) 대회 우승이 마지막으로 벌써 26년 전이다. 아시안게임으로만 국한하면 1982년 뉴델리 대회 금메달로 41년이나 흘렀다.
 
오세근과 김선형에게도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사실상 태극마크를 달고 사실상 '라스트 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귀화선수인 라건아 역시 일찌감치 이번 항저우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상황이다. 선수구성 면에서는 2014년 이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대회는 한국농구가 원정무대 징크스를 극복하고 우승을 노릴만한 절호의 기회다.
 
변수는 오세근과 김선형의 컨디션 관리다. 두 선수 모두 노장인 데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7차전 연장전까지 치르느라 몸상태가 무리가 갔다. 굳이 더 이상 검증이 필요한 선수들이 아닌만큼 부상만 아니라면 두 선수가 최종엔트리까지 함께할 것은 확실시된다.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춰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풀타임 주전보다는 중요한 순간에 투입되는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과 '추일승표 포워드 농구'와의 조화도 주목할 만하다. 오세근, 김선형, 라건아, 허훈, 김종규 등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안양 KGC 인삼공사의 박지훈과 일본 B리그 우쓰노미야에서 뛰고있는 양재민는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 훈련 명단에 포함된 선수다. 고려대의 유망주 문정현은 2022년에 이어 대학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성인대표팀 16인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추일승 감독은 7월로 예정된 평가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을 최대한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추일승 감독은 자신의 국제대회 데뷔 무대였던 아시아컵을 통하여 장신포워드들을 전술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농구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컵에서는 손발을 맞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완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한국농구 스타일인 스몰라인업과 3점 위주의 양궁농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대표팀 역시 포지션당 대체불가한 선수 몇몇을 제외하면, 송교창-이우석-문정현-양재민-이대헌 등 사이즈와 활동량에 강점이 있는 스윙맨 타입의 선수들을 대거 선발한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몇몇 중요한 자원들은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하다는 게 걱정거리다. 한국농구의 미래로 꼽히는 '해외파' 이현중과 여준석, 최근 KCC와 FA계약을 맺고 해외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포인트포워드' 최준용 등은 모두 예비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16인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아시아컵 당시 추일승호의 주장이자 올해 프로농구 '국내 선수 득점 1위'였던 이대성은 최근 호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기 때문인지 아예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다.
 
만일 이들 모두 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진다면 추일승호는 상당한 전력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아시안게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비시즌이라 선수들의 몸상태가 아직 불확실한만큼 최종명단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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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호 농구대표팀명단 항저우아시안게임 오세근 김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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